양영아 작가
양영아 작가 “머리가 아닌 발로 써라. 아니, 따뜻한 가슴으로 써라.”
전북문학관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문인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상주작가로 활동 중인 소선녀 수필가가 지역 문학을 지켜온 전북 여성 문인에 대한 문학 세계를 탐구하고 멘토링한다. 여섯 번째 시간은 문학을 즐길 줄 아는 행운아 양영아 작가다.
소: 문학이 우리 삶에 어떤 이로움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양: 삶을 윤택하게 해줍니다. 좋은 작품을 읽다 보면 정서적으로 매우 풍요로워져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더라도 마음은 부자가 되지요. 어쩌다가 좋은 글을 썼을 때는 한 없이 행복하고 스스로 가슴 뭉클하기도 했지요.
소: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은 무엇인가요?
양: 나에게 문학은 하늘이어요. 높지만 가깝고, 매우 넓지만 두 팔로 안을 수도 있는 하늘. 파란색만 있는 줄 알지만, 때론 붉게 물들어 가기도 하죠. 서녘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내 인생의 노을을 곱게 채색해 주는 문학. 그런 문학을 즐길 줄 아는 나는 행운아입니다.
소: 현재까지 2권의 작품집을 내셨습니다. 혹시 그중에서 가장 대표작으로 뽑는 것, 또는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 수필집 『슴베』와 『불춤』을 출간했는데 『슴베』라는 책 속에 저희 큰언니의 설움을 쓴 「슴베」도 있지만 저는 다른 글보다도 「꽈리와 어머니」라는 작품을 좋아하고 아낍니다. 꽈리 속을 다 파내고 나면 텅 빈 꽈리가 되지요. 그걸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녜요. 걸핏하면 꽈리 입 주변이 찢어져 망치게 되지요. 살살 속을 파내서 꽈리가 완성되면 마치 보물을 얻은 것처럼 엄청 기뻐요. 어느 날 빨갛게 익은 꽈리를 따서 속을 파내다가 우리 어머니 속을 파는 것 같았어요.
곧바로 책상에 앉아서 작품을 줄줄 써 내려갔지요. 제가 저희 남편과 6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무척이나 부모님의 애간장을 태웠거든요. 아무리 말려도 헤어지지 않는 딸 때문에 무척 속상해하셨어요. 끝내 나를 이기지 못하고 결혼시키시면서 이 못난 딸을 위해 액땜을 하셨다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저에게 한 말씀도 안 하셔서 전혀 몰랐어요. 삼십여 년이 흐른 뒤에 동생이 나의 결혼 전에 엄마랑 함께 사거리에 무얼 파묻었다고 말해서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요. 그래서 그 「꽈리와 어머니」는 어머니께 속죄하는 가슴 아픈 글로 항상 아끼고 가슴에 품고 살아요.
소: 그 작품은 『전북여성문학연구』에도 대표작으로 실렸지요. ‘꽈드득’ 노랫소리로 승화된 작품이었어요. 작가님께서는 작품의 소재를, 또는 영감을 어떻게 찾으시나요?
양: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평소에 겪었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지요. 사소한 경험이라도 때로는 큰 울림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갑자기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항상 보아오던 물건들이 특별한 시선으로 친구처럼 다가온다던가,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각별한 느낌, 여행하고 난 후의 느낌 등 많은 경험을 쓰게 되는데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쉽게 쓰려고 노력하지요.
소: 작가님께서 작품을 쓰시는 일 외에도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양: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입니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문인이라도 인간관계가 무난하지 못하면 인간으로서 실패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다른 사람이 힘들지 않는 길이 있다면 내가 포기합니다. 그래서 전북문인협회의 화목한 분위기를 위해 노력합니다.
소: 작가님의 활동 전반에 관해서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양: 전북문인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아 전북문인협회 일을 돕고 있습니다. 김영 회장님을 도와 주로 대외적 행사를 계획하고 연락해서, 회원님들의 문학 행사를 협동하여 추진하고 성과도 높이려 합니다. 또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맡아 행촌수필의 모든 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행촌수필문학이 전국 어디에서도 칭송받는 문학 단체로, 문학성 높이기에 정진할 것입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과 더욱 친밀해지려고 합니다.
소: 작가님의 문학을 관통하는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양: “겸손해라.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머리로 쓰지 말고 발로 써라. 아니, 따뜻한 가슴으로 써라”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살아있는 생생한 글을 쓰라고 말입니다.
◇양영아 작가는 2010년 [대한문학]으로 수필 등단했으며, 2020년 《표현문학》 시 등단했다. 현재 행촌수필문학회장, 전북문인협회부회장, 전북예총진흥위원회총무. 영호남수필문학회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꽃밭정이 수필문학회장 역임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슴베] 등이 있고, 완산벌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리더스에세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인터뷰어=소선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