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노을

솔개의 선택과 혁신

자한형 2023. 2. 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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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의 선택과 혁신

 

요즘은 정보화의 시대라고 한다. 변화와 혁신의 요청이 끊이질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든지 빨리 변화하고 혁신해서 시대의 조류를 쫓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촉박함에 둘러싸여있다. 그래서 혁신에 관한 예화를 하나 이야기해볼까 한다. 조선 중기에 아주 아리따운 처녀가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천하의 경국지색으로 중전을 모시는 궁녀로서 살았었다. 그녀는 오로지 충심을 다해 중전을 모시는 일에만 신명을 다 바쳤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레 중전이 저세상으로 가버리자, 궁녀는 이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출가를 해서 중전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이 궁녀는 산사를 찾아갔고, 주지 스님께 자기의 결심을 얘기했다. 천하절색의 처자가 출가해 세상을 떠난 중전의 극락왕생을 빈다고 하자 스님은 그 처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중전의 명복을 비는 것도 좋지만, 처자의 출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제안이라는 것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스님은 절세가인은 결코 비구니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 처자는 곰곰이 생각하다, 결심을 굳히고는 산사 아래 민가로 내려가 시뻘건 인두를 빌려 그 아름다운 얼굴을 단숨에 밀어 버렸다. 그리고는 비구니가 되어 그녀의 원대로 중전의 극락왕생을 축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한다.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기혁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혁신을 이루지 않고서는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도 없고, 성취할 수도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래하여 오는 다른 예화를 통해 자기혁신의 의미를 새롭게 해보자. 원대한 꿈을 지닌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 꿈은 바로 도사를 만나 도술을 전수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괴나리봇짐을 메고 도사를 만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1년여가 지날 즈음에 금강산 부근 길가에서 도사로 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오래된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노인이 물어보았다. “젊은이는 무엇을 찾아 그리 급히 가는가?” 그러자 그 젊은이가 대답했다. “저는 도사를 만나 도술을 배울 요량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1년여가 지났지요.” 그때는 마침 삼복더위가 천지를 뒤덮고 있던 때였다.“그렇게 도술을 배우고 싶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느냐? 그렇게 한다고 하면 내가 도술을 가르쳐 주겠다.”라고 운을 뗀 노파는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쥐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저 쥐를 삼키거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 쥐의 형상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참으로 눈뜨고 제대로 볼 수도 없을 목불인견의 꼴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사람은 이 쥐를 날름집어 삼켜 버리는 것이 아닌가. 삼키기 전까지 그렇게 혐오스러웠지만, 그것을 삼키는 순간 그 맛은 천하일미였다. 그 갸륵한 행동에 감동한 도사는 한 가지 도술을 그에게 전수해주었다. 그 도술이란 것은 주문을 외우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 구더기가 득실거리며 썩어가고 있는 쥐를 삼킬 수 있을까하는 회의 내지는 의구심을 가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새로운 일로의 접근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는 알을 깨는 고통과 아픔을 겪지 않고서는 하나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정말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자기혁신의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상상을 초월한 기상천외한 변신을 통해 혁신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터전을 다지게 되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솔개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맹금류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고 하는 솔개는 70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솔개에게 고비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40년을 살고 난 후라고 한다. 40년간 사냥을 한 솔개는 노쇠해져서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부리도 제 역할을 못하고 발톱마저 무뎌지고 오그라들게 된다. 또한 깃털도 무거워져 나는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 솔개는 그냥 그런 상태로 죽음을 맞느냐 아니면 갱생의 길을 가느냐 하는 두 가지 길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한다. 그냥 변화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반면에 갱생의 길을 택한 솔개는 맨 먼저 산정 높이 올라가 둥지를 마련하고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일련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첫 번째는 단단한 바위에 부리를 부딪쳐 그것을 부러뜨려 버린다. 그러고나서 한참이 지난 연후에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게 된다. 그러면 제2단계로 새로난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하나씩 뽑아버린다. 그러면 다시 발톱이 돋아나게 된다. 그런 다음 무거워진 깃털을 부리로 뽑아버린다. 이런 변화와 혁신의 고통스러운 갱생의 과정을 거쳐 솔개는 새롭게 태어나고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5개월 남짓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자기의 부리를 바위에 쪼아 마모시키는 그 처절한 과정은 자기혁신으로의 변신하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변혁이고 혁신이며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한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어느 금융기관 CEO는 솔개식 경영혁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위의 예를 통해서도 자기혁신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체득할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기혁신의 기회는 셀 수 없이 만나게 되리라. 하지만 이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이미 굳어진 자신을 과감히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 같이 어렵다고 하는 경제상황에서 끊임없이 회자하는 부분이 바로 혁신이다. 모 대기업의 CEO는 마누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지 않은가. 세상사 쉬운 일이 없고 그저 대충대충 되는 일은 없다. 자기희생과 뼈를 깎는 각고의노력이 있어야 일의 성취감과 목표의 달성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관습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변신하고 혁신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게 손바닥을 뒤집듯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에는 진주조개가 모래알을 수없이 삼켜 한 알의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내듯이 뼈를 깎는 인내와 열정이 만들어내는 결정판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스펙을 쌓고 제대로 올곧은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솔개의 선택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혼연히 던지는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손쉽게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와 혁신의 한 표상일 수 있는 솔개처럼 자기혁신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