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노을

천국으로 간 친구

자한형 2023. 2.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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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간 친구

 

200888일 아침 4, 간암으로 투병하던 사랑하는 친구 Y군이 먼저 저세상으로 갔다. 810730분 발인이 있었고 벽제화장장에서 절차를 마친 후 호법 인근의 봉안당에 안치되었다. 남은 유족으로는 중3인 아들과 아내가 있었다. 공수래공수거라고했던가. 결국은 다람쥐쳇바퀴처럼 단조롭기그지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이렇게 허무하고 무심하게 삶에서 이탈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인생이 무상하다고들 하지만 친구를 하루 아침에 잃고 충격과 슬픔에 찬 날들을 보냈다.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했고, 또한 항상 이별과 죽음이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함께 하고 있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했다. 마음이 쓰라리고 아팠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단지 자기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모두에게도 중요한 부분임을 느끼게 했다. 가족들에게 혹은 친구에게 그리고 직장동료에게, 자신을 기억하는 많은 지인에게 또 하나의 자신이 있음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와 일정한 교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별을 준비하는 적당한 시간을 가질 때 자연스러운 생과 사, 시작과 끝의 충격으로부터 헤어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이별은 또한 적정한 자기관리와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눈앞의 각박한 현실에서 경제적 행위에 몰입하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혹은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무장하는 차가운 인간으로 점차 변모해 가는 사회의 대부분 구성원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일 것이다. 잠시 왔다가는 삶의 본질이나 의미와 동떨어진 일상들은 영원을 살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자신 앞에 다가온 생과 사의 본질과 맞부딪치는 그 날, 살아온 세월에 대한 후회와 무상함을 느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때그때 많은 생각과 다짐은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하갰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못하고 일상의 틀 속에 묻혀 버린다. 아마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많은 정보의 홍수에 빠뜨리고, 기계적인 인간이 될 것을 요구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몰아 넣는다. 결국 인간의 본질마저 실종되는 게 현대사회이고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오랫동안 많은 추억과 소중한 시간은 함께 한 시간만큼 지나야 잊혀지겠지만, 인간적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오랫동안 자리할 것 같다. 나지막이 먼저 간 친구의 명복을 빌어본다. 부디, 잘 가시게나,친구.자네가 그리도 먼 길 떠날 줄 진작 알았었다면, 술 한 잔이라도 함께 하고 보냈으면 내 마음이 훨씬 편했을 거야. 할 말을 잃었다. 친구를 먼저 보낸 슬픔에 술잔만 비우는 동기들도, 늘 가까웠던 그 이기에 친구를 앞세운 넋잃은 사내도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우리와 함께 남은 그의 아내와 아들이 슬픔에 겨워 통곡한다. 지구별로 여행와서 잠시 함께 한 길, Y군을 만나서 오늘 내가 있고, 이제 영원히 함께 할 만남을 기약하며 또 그는 앞서 갔다. Y는 그렇게 늘 앞서 가는 친구였다. 세무사로서 동창회 일도 7여 년간 무료로 처리해 준 보배 같은 이였다. 함께 해서 행복했다. 헤어짐이 슬프지만 지난 만남이 더 보배롭고 감사하다. 내게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주셔서 말이다. 세상에 그렇게 많고 많은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만나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소중하다. 다만, 있을 때 더 잘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기만 하다.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은 친구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다 내 생각일 뿐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나 보다. 그렇게 가고 나니 더 소중해지고 그 빈

자리만 그득하니 어떻게 할 것이냐. 담담히 그의 가는 길 배웅하다가 슬픔에 복받치며 솟아나는 눈물은 어찌할 수가 없다. 사실은 나를 위한 눈물이고 남아 있는 이를 위한 눈물이다. Y군이 정말 다른 세상으로 갔다. 이 땅에서 80, 100년 짊어질 질곡을 몇 달에 다 짊어지고 이제 눈물과 한숨도 외로움까지 없는 새 하늘과 새 땅으로 갔다. Y, 거기는 어떤가?

거기서 이제 편히 쉬게나. 군사독재도 없고, 자본가도 없고, 계급도 없는 평화와 평등의 세상, 네가 그렇게 꿈꾸던 그 세계에서 잘 살아가렴. 이제 이 땅은 남아 있는 우리에게 맡기고 말이야. 자네와 함께 한 짧은 젊은 날 그로 인해 행복했네. 간암이 친구에게 찾아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먼저 갔다. 4월 정도에 발견되었는데 입원치료 등 치료를 해왔었지만, 병마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평소에도 당뇨와 고혈압이 있어 각별하게 건강관리를 했음에도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소홀히 한 것이 한 원인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생이 오십이었지만 그는 백 살을 사는 인생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더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기억한다. 그런 그였기에 누구나 가야 할 길에서도 앞서 갔다.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그 옛 친구들이 하나둘 그의 빈소에 모여들었다. 친구들이 더 늦기 전에 이렇게 모이라고 선물을 주고 그는 떠난 것이다. Y군은 그렇게 살았다. 모여든 친구들이 Y군을 더 알게 한다. 15년 이상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한 적이 있어 협회로부터 일정액의 경조금이 나온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훼밀리아파

트에서 생활하면서 세무사 사무실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생활이 이루어졌을지 의문이다.

Y, 이제 어떤가. 우리도 머잖아 곧 따라가겠지. 잘 준비하고 기다리게나. 한 번 더 찾아 가고 싶었지만 차마 갈 수가 없었네. 네 얼굴을 더는 볼 수 가 없었네. 미안하네. 그 아픔을 함께 할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네 이름을 부르고, 아들과 아내를 바라볼 힘과 용기가 내게 없었다네. 고맙고 미안하네. 잘 가게나. 친구! 지구에 소풍와서 마음껏다함없이 살다간 너…….

이제 네 빈자리 우리가 채우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게. 안녕!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고 못다 한 꿈을 이루시게나.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장례기간 내내 수고한 동기들과 남은 유족의 슬픔에 위로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