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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무너지고 있다.

자한형 2023. 2. 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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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무너지고 있다/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공직이란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위나 직책을 말한다. 공직을 담당하는 사람, 즉 공직자는 일반적인 공무원의 개념보다 더 넓게 인정된다. 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신분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에, 공직자는 공무원 신분을 갖지 않은 사람 중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무원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공직자를 지칭하고, 공무원윤리법이 아닌 공직자윤리법을 두고 있는 것은 일반 영리활동과는 달리 공직의 경우에 요구되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 공직자는 헌법 제6조에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인정되는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책무를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의 공직이 공정하게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는 해묵은 정치불신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이다. 민주국가에서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직업공무원제를 중심으로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때, 정치적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국가과제들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그런데 공직 수행이 편파적이고, 그 공정성이 의심될 경우에는 민주국가의 기초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한정해 볼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되면서 공직사회가 과거에 비해 더욱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의 교체에 따른 공직사회 전반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구의 선진국처럼 공무원의 정당가입, 나아가 선거운동까지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직 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결코 높지 않다.

더욱이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등의 공직을 안정된 직장으로서의 장점과 대기업 등에 비하여 보수가 적다는 단점을 비교하는 가운데 평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공직도 직업의 일종이며,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 측면에서 모든 국민에게 공직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선시대처럼 청백리를 공직의 모델로 내세우는 것은 시대착오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해야 하며, 이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것조차 크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형사처벌, 조국 사태, 이재명 수사 등에서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하고, 재판을 했는지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더 중시하면서 수사과정이나 재판결과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지고 있는가.

사법절차에 대해서만 그런가?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후속조치들에 대한 논란은 또 어떠한가? 완전히 편을 나누고, 한편에서는 무조건 옳다, 다른 편에서는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과 정의는 함께일 수밖에 없다. 불공정한 정의, 정의롭지 못한 공정이란 모순이다. 그런데 최근의 진영논리는 불공정한 정의를 주장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즉 모두에게 공정한 정의가 아니라, 우리 편에게만 유리한 정의, 상황이 바뀌면 다른 논리를 펴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정의는 불공정한 정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공정과 정의를 진심으로 말하려면, 진영을 넘어서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진영이 공정과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영남과 호남을 넘어서야 대한민국이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진정한 공정과 정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우리 사회의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공직사회도 개혁되어야 하며,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공직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봉사하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