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버큰헤이드호와 진정한 용기

자한형 2023. 4. 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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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큰헤이드호와 진정한 용기

 

 

오늘까지도 생존자의 구조소식은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 모든 국민이 갈구하고 기도하고 소원하고 있지만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국가 개조론이 나올 만큼 반성과 자책과 자학의 목소리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구조를 하던 민간 잠수사의 안타까운 얘기도 더한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지나온 역사와 과정을 되돌아볼 때가 된 듯하다. 고속 성장이었고 한강의 기적이었고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회복하고 되찾고 차근차근 정비해 가야 하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만 같다. 기본부터 잘못되어 있었고 그 기본을 바로잡아야 하는 관이 더 진흙탕에 빠져 있었으니 그런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위험성을 엄청나게 많이 안고 있는 사회를 살아온 것이다. 대한민국이 싫어 이민을 떠나고 어떤 이는 하늘나라로 가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그런 나라가 이 대한민국인가 말이다.

영국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신사의 나라이다. 그들에게 이어져오는 전통 중의 하나는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라는 것이 있다. 해군수송선 버큰 헤이드호는 630명의 군인과 승객을 태우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케이프타운 66킬로미터를 앞두고 새벽 2시에 암초에 부딪쳤다. 배는 두 동강이 났고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선장 시드니 세튼은 전 병력을 갑판위에 집결시켰고 부동자세로 서있게 했다. 구명정은 세척이었다. 정원 60명이었으니 탈 수 있는 인원은 180명이었다. 맨 먼저 태운 이들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가족이 130명 정도였다. 그들이 다 구명정에 탔다. 그리고 그들은 부동자세로 꼿꼿이 배와 함께 침몰하는 장병들을 보며 울음을 삼켜야 했다. 배가 가라앉은 후 선장은 널빤지 하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두 명의 선실보이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그 널빤지를 넘겨주고 자신은 배와 함께 수장되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말을 음미해보자. “나는 내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 자네들과 함께 끝까지 명예롭게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구조선은 다음날 나타났다. 사망인원 436명 구조인원 194명이었다. 구명정에 탄 인원을 제외하면 구조인원은 거의 14명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그들은 그 어느 누구도 구명정을 향해 헤엄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그때 생존한 한 장교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가 다 선장의 명령에 따랐습니다. 그 명령은 우리에게 죽으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그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평소처럼 상관의 명령에 따랐던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보여준 의연함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린이와 여자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쪽을 선택하여 부동자세로 서 있었던 병사들과 함께 남자답게 행동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존 우라이트 대위의 회상-

다음은 와이더너 부자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자. 1912년 타이타닉호를 탔던 와이더너 가족은 필라델피아의 억만장자였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그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라고 말이다. 억만장자 부자는 부인과 하인을 구명정에 실어 보내고 배와 함께 그 운명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후 살아남은 부인이 아들의 모교인 하버드에 도서관을 지어 기증했다. 그리고 그 하버드의 와이더너 도서관은 3백만 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고 365일 동안 언제나 꺼지지 않는 불을 켜놓고 있고 그 불빛에 의해 오늘의 미국이 성취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랑스럽게 그렇게 얘기한다고 했다. 지구상에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고 이 도서관만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왜 우리에게는 이러한 위대한 전통을 가진 조상을 갖지 못했는가를 반성해야 하리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는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매사에 진중하게 처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선진화된 나라 문화강국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못하고 존경하고 우러러볼만한 국격을 갖춘 그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온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병가의 상사라고 한다. 그러면 그런 일이 반복되고 계속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 전쟁에서 졌는지를 깨우쳐야하고 그런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하고 진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패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절치부심해서 다음에는 기필코 그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배양하지 않으면 결국 패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새롭게 모든 것을 갱신할 필요가 있다. 법과 원칙 기준과 기본을 무시하는 만연되어져 있는 관행을 모두 없애고 기초생활적인 것에서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이 바로설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 세상을 사는 지혜 철칙이 무너지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우리의 의식 속에 고질적으로 박혀져 있는 것들을 다 깨부수고 조직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해야 할 역할과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 주어진 업에 관해서도 투철한 사명감과 자존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그런 올곧은 나라를 가꾸어가야 할 것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그런 사람이 잘살고 대우받고 존경받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바른말이 넘쳐나고 그런 말을 수용할 줄 아는 인물들이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정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머나먼 미래를 내다보고 세계를 주름잡는 선진대국으로의 지향을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발전과 도약을 이루어 나가야 하리라.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버큰헤이드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와이더너 부자의 거룩한 희생도 깊이 새기면서 그런 이들이 넘쳐나는 나라를 만드는데 우리의 정성과 노력을 다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