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택시기사의 자잘한 행복론
어느 택시기사의 자잘한 행복론
엊그제 시골갈일이 있어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제 휴가철로 접어들었으니 막히지는 않겠죠?”라고 물었더니 대꾸가 정겨웠다. “그럼요. 휴일이고 출근도 않고 휴가들을 많이 갔으니 서울이 텅텅 비었죠.”라고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늘어놓는 사설이 보통이 아니었다. 연세가 얼마냐고 했더니“6학년 7반입죠”라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때부터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쭉 늘어놓았다. 젊은 시절에는 운동을 좀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제는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중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두어 달 동안 마누라를 설득해서 하던 일을 관두게 했다. 본래는 간호사였는데 하도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듯해서 급거 만류하고 설득해서 일을 놓게 하고 마음대로 놀러 다니라고 했단다. 참 행복하게 사는 부부 같아보였다. 젊은 시절에 권투선수였던 그는 항상 찢어지고 그러면 병원에 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또다시 아물면 시합을 뛰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다시 상처를 입고 병원을 가게 되는 것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어졌다. 그러다가 간호사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예비사위로서 장인 장모를 만나러 갔다. 한상 가득히 차려진 음식을 앞에 두고 그랬다. “김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윗부분을 자르고 통째로 내어주세요”한보시기의 김치를 가져오라고 해서 거두절미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코 아내를 밥 굶기지 않고 속 썩히지 않고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저를 믿어주세요”딸만 셋인 처갓집에 그렇게 해 장가를 들었다. 말은 그렇게 청산유수로 약속을 했지만 집사람 속을 많이도 상하게 했단다. 그러나 지금까지 35년의 결혼생활을 잘 유지해 오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7년 동안 홀로 된 장인을 모시고까지 살았다. 돌아가실 때 장인의 연세는 91세였다. 선영봉사를 할 사람이 없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장인장모의 제사까지 모신다. 아직도 장인어른의 방에 들어가면 그 흔적이 남아있고 그 체취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게 뼈다귀해장국을 좋아했다. 밥을 그렇게 소담스럽고 맛깔나게 먹는 것이 그의 특기라고 했다. 단 하나의 철칙은 있었다. 그것은 밥상에 최소한 생선 한 마리는 올라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볼품없는 고등어나 꽁치일지라도 말이다. 아이들도 다 공부시켜놓았고 이제 결혼만 시키면 된단다. 큰아들도 대기업에 취직해서 잘 근무하고 있다. 딸도 서울 유수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개인사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개인택시의 4부제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다보면 개인택시 기사들의 삶은 자체적으로 보다 여유로워지기는 하겠지만 경제적으로 필요성이 더 많은 사람에게는 불편이 따를 것이다. 언젠가 택시기사에게서 들은 얘기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서울의 택시기사의 문제를 해결하면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서울시의 교통문제는 심각하고 문제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서울시의 교통을 변화시키는 부분에서 택시도 대중교통화 돼야한다는 부분이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개인택시가격도 보통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예전에는 개인택시만 한다 해도 충분히 중산층이라 할 만큼 여유로웠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한다. 게다가 기사들의 고령화도 상당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건강하고 활동적인 부분에 전혀 문제가 없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골머리를 앓게 하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한다. 할아버지뻘이나 아버지뻘 되는 기사가 부지기수인데 비해 손님들은 각양각색이어서 그 원하는 바를 다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시내 지리를 알려면 택시를 최소 5년 이상 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불성설이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웬만한 길은 다 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택시도 회사택시가 있고 개인택시가 있고 또 모범택시도 있다. 모범택시의 경우 서민들은 거의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 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예전에 한 친구의 넋두리에 의하면 그래도 술이 많이 취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의정부까지 가야하는데 더 멀리 가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쪽으로 가는 이는 수원까지 가야 하는데 천안까지 가서 그곳에서 택시로 오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지하철 전동차의 주차장까지 요금을 받으러 따라갔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 대략난감 그 자체였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다가 그냥 가는 바람에 순환선에서 몇 바퀴를 돌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일설에 의하면 서울의 택시가 너무 많다고도 한다. 많이 축소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였다. 버스는 그래도 대중교통화 해서 기사들의 복지 임금 등은 충분히 보상되고 지원됨으로써 어느 정도는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외곽선의 입석금지가 얼마 전에 시행되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부작용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있다. 아무튼 가. 나. 다로 3교대운행을 하는 개인택시도 줄여야 하고 회사택시도 대폭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서울의 대중교통은 이해관계인의 사활이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게 문제이다. 하루속히 원만하고 쾌도난마와 같은 속 시원한 해결책이 시도되고 실천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안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