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형 2023. 5. 15. 20:08
728x90

죄와 벌

 

오래전에 석영중교수의 죄와 벌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그래서 한번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영화를 보았다. 한시간 40분이 걸리는 것이 두편으로 되어져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하도 이름도 복잡하고 발음하기 쉽지않았고 기억해 내기도 어려웠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좁고 칙칙한 하숙집을 나서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집을 나서면서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한 살인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전당포로 간다. 그리고 사전 답사를 하면서 전당포를 샅샅히 살펴보고 사전 범행현장을 점검한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올 것을 기약한다. 하숙비도 밀려있고 제대로 식사도 제공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곤궁한 처지에 빠져 있던 그는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를 받는다. 여동생 두냐가 가정교사로 들어갔던 집에서 몹쓸 일을 겪게 되고 그런 가운데 빚으로 인해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며칠 후 그는 계획한 대로 전당포에 맡길 물건을 준비하고 도끼도 챙긴다. 그리고 범행을 결행한다. 그가 그렇게 범행을 결심하게 된 사상적 배경에는 초인사상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허용되지 않지만 초인에게는 살인같은 비도덕적 행위도 대승적 견지에서는 용납된다는 것이다. 아주 이기적이고 백해무익한 노파를 같은 존재로 여긴다. 그러니 그 노파를 살해하고 재물을 취해서 자신의 곤궁함을 해결하고 인류의 복지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별로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술집에서 퇴직관리로 살아가는 술주정뱅이 마르멜라도프를 만난다. 그는 거룩한 창녀인 소냐의 아버지로 두 번째로 결혼해서 살고 있었는데 자신의 자식인 소냐와 두 번째 부인의 자식이 딸려 있는 상태임에도 소냐에게서 돈을 뜯어내 술을 마시고 있는 한심한 인물이었다. 그는 어느날 길을 가다 마차에 치여 죽음을 당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전당포 여주인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하고 물건을 챙기는 중에 나타난 라즈베타까기 살해하고 집을 빠져나오려고 하던 차에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숨긴다. 손님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인기척이 없자 경찰을 불러기 위해 아래로 내려간 사이 그곳을 빠져 나온다. 그는 원래 있던 곳에 도끼를 숨기고 훔친 보석등을 하숙집에 은밀하게 숨겨 놓는다. 하숙집 여종업원 나스따시야는 경찰에서 온 소환장을 주인공에게 건넨다. 그는 경찰에 출두해서 자초지종을 듣는다. 그것은 하숙비를 내지 않자 하숙집 주인이 진정을 한 것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하숙비를 변제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경찰서를 나온다. 마르멜라도프의 장례를 위해 거금을 내놓은 주인공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냐를 만난다. 언제나 기도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믿는 그녀는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였다. 얼마후 주인공의 여동생 두냐와 어머니가 라스꼴리니고프를 찾아온다. 그리고 빼뜨로비치 루쉰과의 혼담을 얘기한다. 그러자 그런 잘못된 결혼에 반대의사를 갖고 있던 주인공은 그를 만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자 루쉰은 만남의 자리에서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본색을 드러내고 결국은 결혼이 파혼이 되고만다. 그러자 루쉰은 소냐에게 조의금을 건네고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그녀의 주머니에 100루불짜리 지폐를 몰래 깜쪽같이 집어넣어 그녀를 궁지로 몰아간다. 그녀는 주인공과 소냐를 이간질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런 음모를 꾸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소냐를 구해내고 루쉰의 파렴치함을 폭로한다. 그러던 속에 옛 주인이었던 스비드리가 일로프가 주인공을 찾아온다. 그리고 여동생 소냐와의 결혼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그를 내친다. 그러는 사이에 주인공은 살인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망상에 시달리고 아파한다. 그런 그를 그의 친구 라주미힌이 돌본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게 되고 좋은 감정을 유지한다. 예심판사 포르피리 리빼뜨로비치는 전당물을 맡긴 주인공을 심문하게 되고 그에게 혐의를 둔다.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주인공은 훔친 보석 등을 하숙집에서 공원의 한적한 곳으로 옮겨 놓는다. 소냐의 의붓어머니인 까딸리나 이바노브나는 남편을 잃고 살 길이 막막해 해서 길거리에 구걸을 하러 다닌다. 그러다 지병이었던 폐병으로 인해 숨을 거둔다. 그렇게 되자 욕망에 가득한 스비드리가 일로프가 그녀의 장례를 위해 발벗고 나선다. 장례비를 다 부담하고 그녀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고 얼마간 기부까지 한다. 그리고 소냐에게도 채권을 건네 어느정도의 호구지책을 강구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주인공의 범죄사실을 알게되고 그것을 미끼로 두냐를 유인한다. 그리고 결혼하자고 유혹한다. 그러자 두냐는 권총을 겨누게 되고 결국 발사해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히고 그집에서 뛰쳐나간다. 그러자 그는 소냐와의 결혼을 꿈꿨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등 제대로 원하는 바를 성취시키지 못하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의 여동생은 라주미힌과 결혼을 하게된다. 한편 경찰서에서 엉뚱하게 범행을 자인한 사람이 나타나게 되고 주인공은 당분간 혐의를 벗는다. 주인공은 결국 소냐에게 범행을 고백한다. 그러자 소냐는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충고한다. 당신이 더럽힌 대지에 키스해서 용서를 구하고 사방에 엎드려 나는 전당포 노파자매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라고 했다. 그는 소냐가 시키는 대로 하고 경찰서에 가서 범행을 자백한다. 그리고 재판을 받고 8년의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는다. 소냐는 그를 위해 시베리아 유형에 동행한다. 그리고 그에게 성경책을 준다.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주인공은 진정으로 소냐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치게 된다. 죄와 벌은 작가가 45세때 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사회면에 나왔던 그 어떤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의 심리 내지 고독을 파헤치고 분석해서 어떤 해법을 제시했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왜 도끼를 사용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있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도구가 도끼였고 그것이 벌목을 위해 서 또는 땔감의 장작패기를 위해서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것이기에 가장 익숙했던 것이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과연 죄책감을 느꼈는가 또는 그는 자신의 한 일에 대해 어떤 벌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졌는가. 세상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여겼고 처럼 백해무익하다고 여겼던 전당포 주인 노파에 관해서 그는 새롭게 인간이 어떠해야 하고 어떤 존귀함을 갖는지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는 어디였는가. 그는 죄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음으로 인해서 제대로된 갱생의 길을 밟았는가.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계획했으며 실행하는 것에서 우발적으로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부분에 대해서 그는 어떤 변명을 하고 있는가. 노파는 파렴치한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여동생은 그 현장에 나타났다는 것으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 그것은 어떤 합당한 이유를 댈 수 있을까. 그가 괴로워 하고 망상에 시달리며 쫓겨 다녔던 것은 왜일까. 그렇게 영리하고 이지적인 인간이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한순간에 망가져버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그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어떤 심정으로 시베리아 유형을 갔을까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가 아닐까. 그는 여동생이 결혼하는 것이 자기와 가족을 위해 희생양이 되는 부분에 안타까워하며 반대한다. 그리고 자신도 불우한 처지에 있으면서 소냐 가족을 위해서는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그러면서도 속물적인 인간이나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면박을 준다. 한편으로 진실되고 올곧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헌신적이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의 초인사상은 허점이 많았고 잘못되었다. 인간은 모두다 나름대로의 존재이유를 갖고 살아간다. 옆에서 볼 때 가장 허술하고 속절없이 보일지라도 모두다 각자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정당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재는 모두가 선험적으로 본질이 규정지워진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존재 근거를 만들어가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