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를 떠나며
구미를 떠나며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오후6시에 회합이 예정되었다. 오후4시 KTX편으로 김천구미역으로 향했다. 중식 때 신임원장님이 인사차 다녀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정장차림을 하고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로 31년 3개원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이다. 김천구미역으로의 마중은 신 교수가 나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회합장소로 출발했다. 조금 준비가 덜 되었다는 얘기를 했고 바로 준비된 후 참석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너무 무덤덤하게 자리를 생각했고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회한도 남았다. 가족들도 좀 부르고 좀 더 빛나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을지 모를 일이다. 식전행사는 많았다. 중앙회장 명의의 공로패의 전수도 있었고 전별금전달도 이어졌다. 꽃다발전달도 있었다. 기념촬영도 이어졌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교수들에 대한 전송행사도 겸했다. 또한 퇴직하는 영양사에 대한 송별식까지 겹쳤다. 원장의 송별인사와 건배제의가 있었다. “2년 동안 구미교육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여러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협조해 주신 덕으로 이렇게 무사히 직분을 마치고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로 인해 재직 중 불미스럽고 고역스럽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양해를 당부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들 보내시길 기원 드립니다. 그동안 저에게 성원을 보내주시고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주신 교수님 직원 등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저의 건배구호는 ‘고감사’ 입니다. 고감사하면 고감사로 화답하시기 바랍니다.” 2년 동안의 교육원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마음 가득히 감흥이 올라왔지만 그 울컥하는 마음을 삼켰다. 전체직원이 참석했지만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이들도 몇몇이 있었다. 중식당이라 술은 연태고량주로 준비가 되었고 안주는 여러 요리가 코스로 나왔다. 식당여사님들까지 참석해 방안이 가득 차는 느낌을 주었다. 원장퇴임식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분 한분의 직원들이 모두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이었고 깊은 정이 들었던 분들이었다. 착잡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공로패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 귀하께서는 1986년 이래 본회에 재직하시는 동안 농업 · 농촌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시고 농협운동에 열과 성을 다하여 본회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그간의 노고와 업적을 기리고자 이 패를 드립니다. 2017. 12. 31 농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 김병원” 다음으로 부원장과 팀장의 송별사와 건배제의가 있었다. 마지막은 영양사의 인사와 건배제의를 끝으로 공식적인 건배제의는 끝났다. 미리 준비했던 술 수정방을 땄다. 그리고 한분 한분께 술을 권했고 감사인사를 표했다. 2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구미교육원가족들과의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흥분한 직원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먼저 식당여사님들이 자리를 떴다. 한 분 한 분 작별을 고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렸다. 마지막으로 식사가 나왔다. 짬뽕과 자장면이었다. 대부분 술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 직원들이라 술은 그렇게 많이 소모되지는 않았다. 한없이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고 밤이 새도록 지난날들을 추억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근무로 인해 자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교수님들은 교육원 사택에서 하루를 더 유하면서 밤늦도록 추억을 되새기자고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집사람도 굳이 내려오겠다고 했지만 만류했다. 모든 직원들과 작별을 고하고 차에 올라 김천구미역으로 향했다. 정 교수님이 굳이 마지막까지 배웅을 하겠다며 따라나섰다. 지난 2년간은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언제 왔는가 싶었는데 벌써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고 떠날 때가 되었다. 처음에는 구미가 낯설고 어색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작별을 고하는 때가 온 것이다. 아쉬움이 남았다. 보다 더 열정을 쏟아야했고 보다나은 교육원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6급 신규직원교육, 그리고 4급 책임자교육, 5급 자기주도리더십교육 등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교육이었는데 너무 타성에 젖었었고 일상적인 교육으로 넘겨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금오산 산행, 도리사 산책 등 그리고 소통의 시간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의 일체가 되는 화합의 시간 등 많은 추억과 기억을 안고 떠나는 듯하다.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열정적이고 정열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하는 회한이 남았다. 1년 동안을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교육과정의 연속에 놀랄 지경이었다. 그래도 다른 교육원에는 어느 만큼의 여유도 있고 어느 정도의 쉼이 잠깐씩은 있었는데 비하여 구미교육원의 교수님들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는 과도하다고 여겨질 지경이었다. 강의에, 진행에, 기획에, 모든 것에 과부하가 걸렸던 교수들을 보다 더 챙겨주고 덜어주고 업무를 분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끝내는 T/O까지 줄어든 상태로 떠나게 되니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보다 더 교수님들을 챙겨주고 살뜰하게 대해주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았다.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보다 멀리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원의 역할과 기능의 강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회한만 남았다. 교육환경의 개선도 그렇게 제대로 해내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부족한 것 투성인 채로 남겨두고 떠나는 게 너무나 송구하다. 리모델링도 제대로 과정을 밟아 이뤄질 수 있도록 해두었어야 하는데 초석도 놓지 못하고 가게 되니 안타까움이 크다. 시골 교육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제대로 멋진 교육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한계가 많았다. 이제는 남아있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떠난다. 남은 이들이 제대로 구미교육원의 위상을 높이고 모든 농협직원이 가고 싶어 하는 교육원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구미교육원을 떠나며 그간 숨겨왔던 속앓이를 풀어놓고 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모쪼록 구미교육원이 교육원 중의 최고 교육원이 되고 우리 농협의 미래를 책임지는 농협인을 책임지는 위대한 교육원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