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1
돈키호테 1
흔히 그렇게 얘기한다. 통상 사람을 분류할 때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말이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복장을 하고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실천가로서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 이로 알려져 있다. 광기에 휩싸였다고도 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외고집이 있는 이로도 여겨지기도 한다. 몇 개월 전 원주의 한 호텔에 묵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가 본 곳이었다. 지난번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 보니 그곳의 로비에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이 비치되어져 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스페인광장의 돈키호테 상을 축소해서 옮겨놓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동상의 형상이 그랬다. 돈키호테는 왼손에 긴 창을 들고 오른손은 바닥을 보인 채 들고 로시난테를 타고 있는 갑옷차림의 형상이었다. 왼쪽에는 칼도 차고 있었다. 언제라도 풍차를 향해서 아니면 편력기사로서 악을 무찌르기 위해 출동하려는 기세나 의지가 표현되었으리라. 오른쪽에 위치한 산초 판사의 형상은 잿빛 당나귀를 타고 종자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표정으로 당나귀의 고삐를 쥐고 등에는 생필품을 채워놓은 가방을 메고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삐져나온 곳에는 이발소의 대야투구도 매달려져 있었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다. 조금 더 안쪽의 연회장 입구 쪽으로 갔더니 그곳에는 제대로 된 기사상이 장식되어져 있었다. 갑옷과 투구를 갖추고 말을 타고 있는 의젓한 기사의 모습이 있었다. 또 한 켠에는 어머니가 어린 아들딸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의자에 앉은 청동상이 장식되어져 있었다. 정말 돈키호테 동상이 마드리드의 스페인광장에 있는지를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해 보았다. 모습은 동일했다. 그런데 이색적으로 산초의 위치가 달랐다. 원 동상에서는 돈키호테의 오른쪽에 산초가 있었다. 또한 동상의 뒤에는 대리석으로 된 세르반테스의 좌상이 위치해 있었다. 세르반테스는 책을 들고 앉아 있었고 돈키호테와 산초를 내려다보는 형국이었다. 세르반테스의 동상 뒤로는 기다랗게 오른 기둥이 세워져 후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꼭대기에는 원형의 조각물이 있었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좌우측으로도 대리석 석상들이 돈키호테상을 호위하고 보좌하고 있는 형세였다. 앞쪽으로는 길게 호수로 되어져 있어 정면에서 위치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에는 불편한 상황이었다.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돈키호테의 동상은 마드리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벨기에의 브뤼셀에도 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벨기에가 스페인의 식민지였기에 그렇게 된 것이라 한다. 그러면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에 관해서 알아보자. 그는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무척이나 곤궁한 생활을 했던 듯하다.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고 추기경을 모셨고 스승으로 삼았던 이들을 통해 교육을 받았다. 무척 많은 독서를 통해서 지혜를 익혔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삶을 배웠다. 군에 입대해서 레판토 해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 때 왼손과 가슴에 부상을 당했다. 해적에게 잡혀가서 노예로 5년 동안 생활하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여러 가지로 고초를 겪었다. 18세 연하의 부유한 농가의 딸과 결혼을 하기도 했다. 필생의 역작 돈키호테는 출간해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고 각광을 받았다. 10년 후에는 돈키호테 2를 펴내기도 했다. 그런 연후에 죽음을 맞이했다.
돈키호테의 원래 제목은 재기발랄한 향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이다. 라만차라는 곳에 살았던 알론소 키하노는 기사소설에 빠져 살았다. 50세의 이 사나이는 어느 날 기사편력을 위해 갑옷을 갖춰 입고 늙은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집을 나선다. 숲에서 한 아이가 주인에게 품삯도 받지 못한 채 매를 맞고 있었다. 주인을 꾸짖고 호통을 쳐서 매질을 멈추게 하고 품삯을 받아내 주었다. 그렇게 편력에 나선 돈키호테는 얼마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재정비를 하고 종자를 데리고 2차 편력에 나선다. 종자는 옆집에 살았던 시골뜨기 산초 판사였다. 그는 당나귀를 타고 돈키호테를 따른다. 그는 이웃에 사는 처녀를 자신이 섬기는 공주로 여기고 그 처녀의 이름도 둘시네아라고 짓는다. 처음에 맞닥뜨리는 것이 풍차였다. 거인으로 오해한 돈키호테는 그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나 풍차의 날개에 나가떨어진다. 크게 부상을 입은 그는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객줏집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을 성이라고 여긴다. 펄럭이는 빨래를 깃발이라 여기고 주인을 성주라고 오해한다. 그리고 일하는 하녀를 공주라고 착각한다. 주인에게 부탁해서 기사로서의 서임을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객줏집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는 그에 합당한 값을 치를 돈을 갖고 있지 않아 그곳에서 흠씬 얻어맞고 쫓겨난다. 들판에 양떼를 보고 군대라고 착각한 그는 그 양떼를 향해 돌진하나 목동들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만신창이가 된다. 비를 피하기 위해 대야를 쓰고 가던 이발사를 위협해서 그 대야를 빼앗고 그것으로 황금투구라고 치부하고 그것을 뒤집어쓰고 좋아한다. 시체를 싣고 가는 장례행렬에 대해 부당하게 훔쳐서 가는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탈취하려고 용을 쓰기도 한다. 노 젓는 죄수를 후송하는 무리들을 만나 그들과 결투를 벌이고 죄수들을 풀어주기도 한다. 돈키호테는 모레나산에서 둘시네아에게 편지를 써서 그것을 산초에게 부탁해서 편지를 전하고 오라고 한다. 산초는 그것을 가지고 다시 라만차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가 키질을 하는 모습만 보고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온다. 돈키호테는 기사들을 위해 비방의 처방약을 만들기도 하고 그것으로 치료제를 삼아 부상당한 몸을 추스르기도 한다. 동굴에 빠져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행을 일삼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카르데니오가 실의에 빠져 모레나 산에서 고행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위해 노력한다. 카르데니오가 사랑했던 처자 도르테아는 페레스 신부와 니콜라스 이발사를 만나 산초와 함께 돈키호테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모의한다. 도르테아를 미코미코나 공주라고 소개하고 그녀를 위해 헌신하고 충성해 줄 것을 돈키호테에게 호소한다. 그렇게 돈키호테는 그들의 모략에 의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는 귀가해서 몸조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