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형 2023. 12. 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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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여식 결혼식

 

결혼식 전에 친구의 결혼식 초대가 있었다. 카톡으로 온 모임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 ~~ 친구 친구들과의 모임 내용을 알려드립니다. 일시: 10월 20일(금요일) 저녁 6

장소: (3호선 경찰병원역) 주변 중식당 "취영루 송파점"( T. 02-449-7747) 오시는 방법: 3호선 경찰병원역 4번 출구. 나오시는 방향에서 좌측으로 약 5분 정도 지나서 이디아 커피숍이 있음. 여기서 오른쪽 길 건너 맞은편 식당임(아래 사진 참조) 한 두 번씩 모임을 주최하는 역할을 하는 동창이어서 통상하는 동창모임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문의를 했다. 유사가 누구냐. 그랬더니 본인이 유사라 했다. 나는 오후 늦은 시간에 책을 10여 권 들고 목적지로 향했다. 책이 보통 무게가 아니었다. 그곳으로 가는 중간에 김 회장과 조우가 되었다. 책을 좀 들게 부탁했다. 한결 가벼운 기분이 될 수 있었다. 10여 명의 동창들이 모였다. 여식 결혼식을 빛나게 하기 위해 사전 회합을 하는 형식이었다. 취영루는 유명한 중식점이었다. 중식의 코스요리가 나왔다. K상무와 함께 청하를 주종으로 해서 마셨다. 대부분이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J박사 L군 등이었다. 아예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비주류였다. J박사의 경우에는 미국 유학시절 학창 시절의 은사이자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동창들 중 당구모임의 주축인 이들이 여럿 왔다. 중식 코스요리의 마지막 요리는 식사류로 자장과 짬뽕이었다. 1차 술자리가 끝나고 인근에 있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환담하고 호프를 마셨다. 언젠가는 2차 호프집을 찾는데 한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10여 명의 단체 손님이다 보니 좁은 호프집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1차적으로 결혼식 2020여 일 전에 사전 회합을 통해 결혼식의 안내 겸 초청을 겸한 자리였었다.

드디어 친구 여식의 결혼식이 개최되는 날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군 동기생의 아들 결혼식도 비슷한 시간이어서 그곳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축의금만 송금하고 동창 여식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강남의 호텔에서의 결혼식인 듯했다. 식장으로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집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나와 잠실역에 내렸다. 잠실광역센터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종합운동장역으로 갔다가 9호선으로 갈아타고 언주역에서 하차했다. 언제나 그렇듯 강남에 가면 주눅이 들고 위하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예식장에서의 예식은 호화롭고 깔끔하게 진행이 되었다. 굳이 피로연장으로 이동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좌석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한 부분이었다. 일부 동창의 경우에는 늦게 온 탓에 다른 하객과 합석을 해서 앉을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독특하게 신부 아빠 동창분들이 신랑신부와 함께 단체 기념촬영을 했다는 부분이었다. 20여 명의 신부아빠 친구들이 중년의 희끗희끗한 잿빛 머리칼을 빛내며 멋쩍게 단체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식사는 스테이크 코스요리가 나왔다. 신랑 신부는 두 사람이 다 전문직 종사자여서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 동창들은 수도권에서 오기도 해서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주류는 레드 와인이 나왔다. 멋진 원앙 한쌍을 보는 듯 아름다운 결혼으로 보였다.

친구 여식 결혼식이 있은지 20일쯤이 지나서 다시 또 한 번 회합이 있었다. 이번에는 교대역 근처의 일식집이었다. 20여 명의 친구들이 참석했다. 웬만한 동창회 송년모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한 셈이어서 자리가 빛났다. 토요일 오후여서 일찍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목적지를 확인하고 시간이 너무 일러 산책을 하러 나섰다. 10여 년 전 한동안 살았던 동네였고 산책길도 너무 익숙했던 서리풀 공원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근처에서 산책을 시작했다. 거의 저녁놀이 질 때쯤이어서 산책을 시작한 지 않아 곧 가로등 불이 들어왔다. 감회가 새로웠다. 산책길은 잘 정비가 되었다. 공원 입구에서는 공사를 하고 있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다른 산책길은 강남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시간쯤 산책을 하고 회합장소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서울성모병원에 문상오는 아내를 따라왔다가 서리풀 공원의 반대쪽 몽마르트르 공원에서 산책을 한 적도 있었다. 고흐 고갱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모형도 세워져 있었다. 서초동의 랜드마크라 할만한 누에다리도 환하게 야간 불을 밝히고 있어 운치가 더할 나위 없었다. 반가운 친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모두가 참석이 된 후 회합이 시작되었다. 먼저 혼주의 감사 인사가 있었다. 술은 소맥 또는 소주, 맥주, 음료수 등으로 각자의 취향대로 마시는 식이었다. 당구모임의 H회장이 당구회에 관한 홍보와 참여 호소가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자리가 무르익었다. 안주는 모둠회에다,, 튀김, 생선구이 해조류 등 다양하게 순차적으로 나와 고급스러웠다. 독특하게 요리 중에는 불고기 전골도 있어 좀 의아했다. 마지막은 매운탕에 알밥으로 마무리되었다. 미리 사전에 혼주가 양해를 구했던 만큼 2차 자리는 없었다. 근처에 20여 명이 들어갈만한 대형 호프집이나 술집을 찾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구회 멤버들은 자리를 파하고 다시 당구장으로 몰려가 기량을 뽐냈다. 이제는 거의 현역이 별로 없는 셈이었다. 이렇게 결혼식을 멋지게 하는 친구는 처음인 셈이다. 세 번에 걸친 자리를 마련해 준 혼주에게 감사를 표하며 신랑 신부도 즐겁고 행복한 인생살이를 영위하기를 축원한다. 이제 우리 동창들은 60대 중반에 이르러 예전으로 치면 뒷방 늙은이인 셈인데 아직도 보내야 할 삶이 많이 남은 형국이니 격세지감이 있다. 함께한 동창들 중에는 병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후 평온한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있는 이도 있고 자녀 모두를 결혼시키고 손주 보는 낙을 갖는 이도 있었다. 인생 3고에 관해 율곡이 얘기한 것이 중년상처가 있다. 가장 필요한 배우자를 잃으면 씁쓸하고 더욱 외로워지고 힘든 여생을 보내게 된다는 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년빈곤이다. 늙어서 재물이 없으면 그렇게 불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살아왔던 대부분의 시간과 세월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인고와 형극의 세월이었던 셈이다. 교수직에 있는 이들도 내년이면 거의 정년을 맞이하는 셈이었다. 참으로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했고 힘든 여정을 거쳐온 것이다. 적은 이는 30여 년이지만 거의 40년 가까이 교수생활을 한 이들의 역정도 만만치 않은 셈이었다. 자영업을 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전문직을 제외하면 이제는 모두 은퇴 후의 삶을 보내게 될 듯하다. 동창 모두가 만수무강하고 연말을 맞아 송구영신하길 바라고 새해 갑진년 청룡의 해에 몸과 마음 모두 평안하고 가족 모두가 건행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