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2

24. 어린이 예찬

자한형 2022. 1. 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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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예찬 방정환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위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

 

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히 자는 얼굴을 잘 말

 

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운 나비의 나래, 비단결 같은 꽃잎,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 것으

 

로도 형용할 수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큼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나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 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뜻

 

그대로 산 하나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꾀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

 

라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

 

런 칼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하는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이가 있을 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 할 수

 

없는 참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

 

어 가진 어린 하나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루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곱게 순화시

 

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나님-위엄뿐만이 무서운

 

하나님이 아니고-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