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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이 남긴 것

자한형 2022. 1. 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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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수 배우

 

2021년의 사건 한창 <연모> 막바지 촬영 중인데 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다. 피로가 쌓여서인지 하루 걸러 하루 양쪽 눈에 다래끼가 생겨버렸다. 그저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최고의 음식 신설동에 있는 어머니대성집. 해장국에 소고기 수육을 추가한다.

잘 산 물건 브라운 전기 면도기. 올해 산 것 중 제일 마음에 든다. 밤낮없이 촬영하다 보면 면도할 힘도 없는데 정말 편리하다. 이런 사소한 것에 만족을 느끼는 편.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12만원짜리 중고 자전거 장만하기. 동네 돌아다닐 때 타면 좋을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티모시 샬라메. 묘한 눈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감정이. 좋은 의미에서 굉장히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 최근 오랜만에 매거진 화보 촬영을 했는데 뭔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배우로서 임한 화보 촬영이지만 나는 또한 모델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이든 연기든 결국 감정을 표현하는 건 같은 법.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 또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많이 들은 음악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캠핑에 관심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강으로 캠핑하러 가고 싶다. 꼭 추운 날씨에. 자연이 주는 힐링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요즘 고민하는 것 우선 내년에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고, 배우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건 늘 고민이다. 내가 나의 한계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증폭시켜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서효인 시인, 안온북스 대표

2021년의 사건 내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출판 위기, 최장기 불황, 독서 시장의 붕괴 같은 말이 심지어 지겹게 느껴지는 이때에 다소 위험한 결단을 했다.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잘해보겠다.

최고의 음식 셋째 이모와 막내 이모가 광주광역시 운암동에서 운영하는 보리굴비집 남도미 굴비정식에 신용목, 박준, 임경섭 시인과 늦은 오후에 방문해 마감 시간에 나왔다. 얼음을 띄운 녹차물에 밥을 말고 한 숟가락 들어 올린 후, 거기에 굴비 한 점을 올릴 것. 사이드 메뉴로는 홍어삼합과 낙지초무침 등이 있다잠깐, 이거 사이드 아닌 거 같은데?

잘 산 물건 일산 킨텍스 현대백화점 에피그램 매장에서 산 여름 재킷. 옅은 아이보리색에 잔잔한 체크무늬가 있다. 누가 예쁘다고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혼자 그저 맘에 들어하고 있음. 훌륭하다 내 자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아이들 레고를 사 주겠다. 12만원 꽉 채워서. 아내가 늘 반대해서 뜻을 이룬 적이 없다. 물론 아내 말이 대체로 맞다고 생각함.

가장 흥미로운 인물 에스파 윈터. SM이라는 거푸집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매끄러움 안에 종종 보이는 인간적 매력. 걸그룹의 넥스트 레벨이며, 그중 센터.

가장 행복한 순간 여자배구 도쿄올림픽 일본과 5세트, 역전해서 이겼던 순간.

많이 들은 음악 오마이걸 던던댄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2020년에 가족들과 다낭에 가려고 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와이를 가겠다. 돈 많이 벌어둬야 함.

요즘 고민하는 것 출판사를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까? 지속 가능한 출판이 가능할까? 좋은 책과 잘 팔리는 책의 거리감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심은경 배우

2021년의 사건 개인적으로는 올해 3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보게 된 것.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데, 일본어로 사회를 봐야 했다. 인생의 몇 안 되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고의 음식 곱창전골. 일본에 살면서 갑자기 한국음식, 그것도 곱창전골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도쿄에 있는 한국식당에 가서 곱창전골을 잔뜩 먹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요즘도 계속 생각날 정도.

잘 산 물건 일본의 스타일리스트 겸 패션 에디터인 스케자네 토모키 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브랜드 랑방 컬렉션에서 구입한 옷. 코트가 너무너무 예쁘다! 프렌치 스타일의 엘리건트한 실루엣이 매력적인 코트!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도 있다. 주로 1990년대 올드 스쿨 장르의 카세트테이프가 많네. 아날로그 감성 물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중고 비디오 캠코더 혹은 8mm 필름카메라를 사고 싶다. 잘 사용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12만원이 넘을 수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 같이 작업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음악과 패션 이야기만으로 하루가 금방 가고 배울 점도 많은 나의 롤 모델. 괴짜이면서 자상하신 멋진 어른의 표본이다. 그리고 에스파! 곡도 퍼포먼스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에스파는 아이돌이 아닌 락스타이다. 에스파의 ‘I’ll Make You Cry’를 들어보면 내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다. 흡사 서태지의 6집 수록곡 오렌지가 떠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 시 한 편을 완성하고 나서. 사실 나도 이걸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는 그 성취감.

많이 들은 음악 더 스미스의 ‘The Headmaster Ritual’. 더 스미스의 음악을 제대로 접한 건 올해 들어서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코로나19 이전엔 록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도 이런저런 핑계 또는 일이 바빠서 항상 가질 못했다. 페스티벌에 가서 실컷 음악을 들으면서 심취하고 싶다. 취향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 근데 이건 지금도 하면 할 수 있으려나.

요즘 고민하는 것 어린 시절의 나는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게 상담을 해달라고 요구해왔더라도 들어줄 시간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당시의 나는 내가 따돌림을 받았다고 느꼈고, 그로 인해 상처받았다.” 앤디 워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