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고- 김백기
논어는 2500년 전에 쓰인 고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논어를 읽는다. 논어는 늙지 않는다. 왜일까?
첫째, 논어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한 점은 자유의지로 육체적 욕구를 자제하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놀고 싶은 대로 노는 본능에 이끌려 사는 삶을 ‘인간답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가운데 논어는 분명 인간적으로 바람직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준다.두 번째는 우리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유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문화이다. 정치, 사회, 교육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유교문화는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문화를 앎에 유교는 빠질 수 없고, 유교를 알려면 유교의 기초가 되는 논어를 읽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 대한 소감을 쓰기 위해 논어 조명화 교수의 강의를 시청한 후 논어를 읽어 보았다. 논어를 왜 읽어야 하는지 "현 세대가 자기 전통문화를 정확히 알고 비판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러 미래의 자기표준과 비전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함"에 대한 말이 크게 공감되었다. 논어를 교조적으로 읽는 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하지만 한자원문을 읽지 못하는지라 한글 번역서를 읽고서는 도저히 논어를 비판적으로 읽기는 불가능했고, 모두 옳은 가르침뿐이었다. 비록 스스로 읽은 논어는 비판적 읽기와 속뜻읽기는 불가했지만 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성찰할 수 있는 가치있는 독서였다. 따라서 이번 소감문을 조명화 교수의 논어강의와 더불어 개인적인 논어읽기의 소감문으로 정리하였다.
인(仁)한인간
논어에서는 인(仁)이란 단어가 무척 많이 나온다. 조명화 교수도 강의에서 논어에서는 ‘인’이 무려 109번이 나온다고 말한다. 공자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인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서(恕),충(忠), 예(禮)와 같이 공자가 강조하는 성품은 결국 인(仁)을 실현하는 방법론적인 것이다. 인은 가장 상위에 있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나아가야 할 미션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한 인간’이란 무엇인가? 공자는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데 사욕 절제하기,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기, 질박하고 과묵하기, 공경하기 등 때에 따라 요구되는 옳은 성품을 모두 언급한다.
내가 읽은 해석 중에 가장 의미있게 다가온 구절은 예(禮) 등이 인을 드러내는 형식이라면 인(仁)은 이런 형식 이면의 원동력이 되는 진실한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으로 ‘인’은 바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즉, ‘인(仁)한 인간’이란, 어떤 행동규범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인간다운 성품을 진심으로 행하고자 하는 곧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란 뜻으로 이해되었다.
학(學)하는 인간
논어의 첫 편의 첫 구절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이다. 논어의 첫 단어가 ‘학(學)’으로 시작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논어는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록하고 엮은 책이기 때문에 ‘학’을 첫머리에 배치했다는 것은 공자가 생전 제자들에게 그만큼 배움을 강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조명화 교수의 강의에서도 논어에서는 ‘학(學)’이 64회나 나오는데 공자가 반복하여 강조하는 덕목인 ‘인의예지 효제충신’은 모두 학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한다. 인간다운 면모를 갖추려면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고통과 인내의 배움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학습을 통해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면, 타고난 한계를 넘어 어떠한 상황도 헤쳐 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조명화 교수의 강의에서는 비록 공자는 지위와 녹봉을 얻는 수단으로의 ‘학’을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인간이라면 평생 배움을 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학’이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은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을 가진 나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도 공감이 되었다.공자가 재차 강조한 ‘학’을 행하는 습관은 유교의 대표적인 가치로 자리잡아 우리나라가 남다른 교육열을 가진 국가로 만들어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을 이루게 했다.
학습은 지능의 핵심이고 지능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이끈 핵심 능력이다. 여기에서 지능은 IQ와 같은 지능지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환경에서 마주치게 되는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하는 전반적인 능력을 말한다(지능의 탄생, 이대열). 인간이 고등하게 진화하고 우월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대 인류부터 학습을 통해 지능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학습한 것을 누적해 혁신에 혁신을 더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누적된 학습은 생물학적, 문화적 진화를 이뤄 인류를 번성하게 했다. 종합해보면 학(學)의 실천은 자기 발전 뿐만 아니라 집단의 번영, 인류의 생존까지 이끄는 힘으로 확장해 생각해볼 수 있다.
비판적사고와 온고이지신
최무영 교수는 <물리학강의> 책에서 동양이 서양에 비해 문명의 발전이 뒤처진 이유는 ‘과학적사고’가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과학적 사고란 과학지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에는 그 말이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논어를 읽으니 공감이 되었다. 조명화 교수는 논어는 철학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철학은 불확실한 것을 의문하는 정신이다. 의문과 성찰을 통해 불확실한 인간 삶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논어에는 권력, 인간의 권리, 평등, 자유, 전쟁, 행복과 같은 추상적인 것에는 의문을 던지지도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도 않는다. 공자는 ‘인생은 확실한 것만 다루기도 바쁜데 불확실한 것을 탐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고 지혜가 없는 짓이다’라는 기본태도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사상사에는 존재론적인 의문이나 인식론적인 분별의식이 부재하다는 해석이다. 실제 논어를 보면 공자의 가르침은 표현이 조금은 달라지지만 결국 ‘인의예지효제충신’이란 명확한 행동지침으로 귀결된다. 동양문화권에서 의문정신과 불확실한 가치에 대한 탐구정신이 부족한 이유는 유교문화의 산물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조명화 교수님는 우리나라는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하지만한 세기 넘도록 서구문화를 수용했고, 동양문화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한다. 논어에서 말한 온고이지신(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온고해서 지신한다’는 뜻이 아니라 ‘온고하면서 동시에 지신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정신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고 좋은 가치는 계승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부족한 과학적 사고를 갖추어 우리만의 표준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결론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가짐인 ‘仁’의 덕목을 갖추고, 이를 위해 ‘學’을 일상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더불어 ‘學’을 행함에 있어 수동적으로 수용하여 학습하는 태도가 아니라 비판적,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성가치에 대해 정확히 알고, 더불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해낼 줄 아는 자질을 갖춰야겠다는 교훈을 2500년 전 논어와 이번 강의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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