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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물들다 (월간조선 연재물) 김태완19

막다른 길에서 나를 기다리는 진리의 얼굴 막다른 길에서 나를 기다리는 진리(眞理)의 얼굴/김태완(문장에 물들다 〈19〉) “내 마음이 진정 왕과 같거늘 구태여 곤룡포를 입기 바라겠느뇨?”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단종이 잠든 강원도 영월의 장릉. 사진=조선DB《월간조선》이 7월호 별책부록으로 《영월애(愛)》를 펴냈다. 기존 《영월통신》의 확장된 판형이다. 동강과 서강, 남한강 물줄기가 흐르는 산 깊고 물 맑은 영월.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곳이 영월이다. 청령포를 거쳐 단종(端宗·1441~1457년)이 묻혀 있는 장릉에서 영월읍으로 향하는 길목에 노루조각공원이 있다. 단종이 죽었음에도 후환이 두려워 시신을 거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3족(族)을 멸한다는 세조(世祖.. 2024. 7. 26.
절망이 운명을 파괴하지 않도록 인간이 비극을 완성하지 않도록 “절망이 운명을 파괴하지 않도록, 인간이 비극을 완성하지 않도록”/김태완(문장에 물들다 〈18〉)그날도 산불이 났다. 정수리를 때리는 햇빛에 이명(耳鳴)이 일어나는, 적막하고 따가운 날이었다.(이정호) ‘산(山)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정지용)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김소월)함경도 출신 여류작가 이정호가 쓴 소설 〈감비 천불붙이〉의 첫 장. 소설은 운명을 읽는 눈이다. 이 운명은 곧잘 삶을 망치고 스스로 발화(發火)한다. 불길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제멋대로 번질 때 인간은 운명과 맞서야 한다. 때로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울며 애원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할 때도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2024. 7. 26.
고즈넉한 평화로움... 그건 용서하는 일인지 모른다 “고즈넉한 평화로움… 그건 용서하는 일인지 모른다”/김태완(문장에 물들다 〈17〉) ‘성난 개가 내 정신을 물어뜯어도/ 입을 다물고 견뎌야 한다’ ‘시들시들 떨어진 꽃잎을 주우며 그가 말했다/ 얘네들이 더 잘 알아/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미로와 같은 삶의 궤적을 방황하면서도 완벽한 목걸이를 만들어 보려 한다. 일러스트=조선DB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권지예 작가의 《뱀장어 스튜》(문학사상)를 읽었다. 외설에 가까운 격렬한 성(性) 묘사가 등장하지만 이 묘사는 쓸쓸한 생의 상처를 드러내는 연민에 가깝다.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다. 〈삶에는 추억이라든가 기억이라는 이름의 구슬들이 널려 있는데 그것을 어떤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완성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지도 .. 2024. 7. 26.
자신을 애도하는 방법 괜찮아 젠장 좋다고 자신을 애도하는 방법, “괜찮아, 젠장, 좋다고!”/김태완(문장에 물들다 〈15〉) ‘사람들은 손바닥을 세게 누르며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날 때부터/ 행각승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온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모든 사람들이 도망 중일 때, 그들은 결국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러스트=조선DB한유주의 소설 《달로》(2006)때로는 내 안으로 도망쳐야 할 때가 있다. 멀리 갈 수가 없다 해도 내 안은 미로니까. 남들이 길 안을 못 볼 테니까. 그런데 내가 내 안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 헤매다 헤매다 지쳐 쓰러져도 결국 내 안으로 돌아오겠지. 한유주의 소설 〈암송〉의 한 대목을 읽어본다. 〈모든 사람들이 도망 중일 때, 그들은 결국 어디에 있는 것일까? .. 2024.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