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돼지의 대덕
돼지의 대덕 / 설의식(1900~1954) 금년은 세차 간지로 정해니 풀어서 '돼지해'다. 부르기가 거북한 이름이다. 더럽고, 못나고, 먹기만 하고, 놀기만 하는 일체의 악명을 온통 돼지에게 돌리어 '돼지 같은 놈, 돼지 같은 놈' 하고 거세가 일치하야 나무라는 관계상, 어학만으로는 불쾌한 이름으로 정론이 되어 있다. 그렇게 불쾌하거든 애초에 쓰지 말 일이다. 쓴다고 할진대, 자 갑자, 을축으로부터 임술, 계해에 이르는 육갑의 노선은 수미일관이니 하는 수 없다. 요즈음 세태처럼 방편대로 뜯어 고치는 '뒤범벅'일 수는 없다. 성립이 급하다고 기정된 수의 법문을 즉석에서 고치는 '입법의원'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정인'의 호랑이로 고칠 수는 도저히 없는 노릇이다. 작년은 병술이니 '개'요, 재작년은 을유니 ..
2022.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