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물어3 노르웨이 숲 노르웨이 숲/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고개를 들고 북해 상공을 덮은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열여덟 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초원의 풍경을 또렷이 떠올릴 수 있다. 며칠 계속된 부드러운 빗줄기로 여름 내내 덮어썼던 먼지를 깔끔이 씻어 내린 산 능선은 깊고 선명한 파랑을 띠고, 억새 꽃을 흔들며 불어 가는 10월의 바람 속에서 길고 가느다란 구름이 파란 하늘에 차갑게 달라붙어 있었다. 가만히 쳐다보노라면 눈이 아릴 만큼 높은 하늘이었다. 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실제로 그 속에 있을 때 나는 풍경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열여덟 해나 지난 뒤에 풍경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할 .. 2023. 10. 25. 일본 물어 18 2021. 11. 13. 일본 물어 7 신상목 2021.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