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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5

눈물1

by 자한형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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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박경주

남편의 하관(下官)이 시작되었다.그때다.갑자기 남편의 친구가 달려와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옴짝달싹 못하게.행여 넋이 빠지도록 울부짖다 기진할 지도 모를 나를 지켜 주려고,어쩌면 남편을 따라 땅속으로 몸을 던질 것만 같은 나를 제지하기 위해 그는 그렇게 붙든 것이었다.

주위의 시선이 모두 날 향했다.사실 더 흘릴 눈물도 없었지만,난 또 울어야 했다.춥고 배고프고 지친 나머지 어서 이 의식이 끝나길 간절히 바랐지만,뒤에서 온 힘으로 날 끌어안은 그 사람의 체면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어쩌면 난 그를 위해 울어야 했는지도 몰랐다.포효하듯 소리를 질러보았다.눈물은 영 나오지 않았다.

그 땐 남편의 간병을 하느라 허약해져 있었다.그런 몸으로 긴 장례식은 무리였다.그저 악에 받쳐 버티고 있었을 뿐,무엇보다 배가 고팠다.하지만 난 처절한 모습이어야 했다.남편을 잃은 미망인으로서 스스로 밥을 찾아 먹는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남편이 죽자 갑자기 허기가 졌다.무엇이든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장례식 내내, “쟤가 무슨 밥이 먹고 싶겠냐.”고 모두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수군거렸다.남편을 묻고 돌아오는 길,난 일행 사이를 살짝 빠져 나왔다.그리고는 소복 차림으로 동네의 조그만 중국집을 찾았다.자장면을 시켰지만,잘 먹을 수 없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모두 날 찾고 있었다.그런대로 주린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 문을 열었다.남편의 이부자리가 휑하니 날 맞았다.그의 마른 육신이 내 손길에 의지하던 지난8개월여의 시간.난 그 시간 위에 엎드렸다.그 시간이란 공간 위에 영정사진을 올려놓았다.그러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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