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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신자의 용기 - 이남구
40여 년 전, 서울대학병원에서 오른쪽 귀
3차 수술을 받았으나 어지럼증은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다니던 직장 삼성출판사에서 몇 개월의 휴가를 받았으나 회복되지 않아 결국 퇴사했다.
집에서 간간이 들어오는 그림 일을 했으나
앞날이 불확실했고, 자식이 둘이나 있는 가장으로서
심적인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내의 권유를 받아 난생처음 교회를 갔으며,
교적부에 이름을 올렸으니 서류상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아내가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편안했다.
여름이 가고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추석이 왔다.
가족들과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는데
즐겁고 가벼워야 귀향길이 예상치 못한 생각으로 복잡하고 불안하다.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라는 성경 십계명의 구절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절하지 말라'라는 부분에 유독 집착하여
추석 차례상에 절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상념에 잡혀 있었다.
도착하니 할머니, 어머니를 비롯 온 가족이 반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첫 번째 맞는 추석날 차례상이
여러 손길로 정성스레 차려졌다.
사촌들을 포함한 모든 형제들이 차례를 지내려고 둘러서 있을 때,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제가 귀 수술하고부터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저기 준구 형님(사촌 형)처럼 저도 차례상에 절을 하지 않고 뒤에 서서 기도를 하겠습니다!''
순간 차례를 지내려던 형제들의 웃음이 터졌으며
유일한 크리스천인 사촌 준구 형님은
손을 들어 '할렐루야'로 화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