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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올해의 와인

by 자한형 202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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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

와인스펙테이터(WS) 지는 1976년 창간되었다.

연간 15회 발행하면서 매회 400에서 1000종이 넘는 와인을 와인 전문가인 편집자 그룹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 점수를 매긴다.

1988년부터는 그해 출시된 와인 15000여 종 이상을 평가해 매년 11월 말쯤 종합순위로 100대 와인을 발표하는데 올해의 최종 순위가 지난주 발표되었다.

WS가 발표하는 100대 와인은 맛, 향과 더불어 가성비를 중요시해 와인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와인 애호가들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올해는 1위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인 사시카이아(SASSICAIA) 2015년산이 선정되었다.

슈퍼투스칸으로 불리는 사시카이아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등 국내 대기업 회장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회장님 와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와인이다.

2014년에 포르투갈의 Douro River Valley에 있는 빈티지 포트와인인 Dow’s 2011년산이 1위로 뽑힌 이후 3년간 내리 나파밸리 와인에 1위를 내주다 다시 구대륙 와인이 1위를 탈환한 셈이다.

지난 30년간 1위를 차지한 회수를 모두 살펴보면 캘리포니아 와인이 14회로 가장 많고 프랑스 와인이 5, 이탈리아 와인이 4회로 나파밸리 와인(10)을 필두로 한 미국 와인이 단연 돋보인다.

1976년 미국 와인과 프랑스 와인의 세기적 대결을 다룬 영화 와인 미러클에도 묘사된 소위 파리의 심판이후 1986, 2006년의 세 차례 대결에서 참패하고도 뚜렷이 명예를 반전시키지 못한 프랑스 와인을 비롯한 구대륙 와인의 체면을 간간이 WS의 평가가 세워주는 셈이다.

사시카이아는 특이하게도 토스카나 와인의 주력 품종인 산지오베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최초의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보르도 품종인 카베르네 쇼비뇽, 카베르네 프랑만을 사용한다.

토스카나의 볼게리에서 1968년 처음 생산된 사시카이아는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사용해야 고급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 등급체계의 관행을 위반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당시에는 제일 낮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뛰어난 품질과 비싼 가격정책으로 미국에서는 슈퍼 투스칸으로 불리며, 토스카나에서 생산된 보르도 품종이 블렌딩된 고품질, 고가의 이탈리아 와인을 지칭하게 됐다. 사시카이아는 이러한 슈퍼 투스칸 와인의 대명사가 된다.

사실 올해 사시카이아가 선정된 것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겨 다소 대중적인 와인을 1위로 선정하는 WS의 성향(실례로 2009년의 1위는 27불의 미국 와인인 Columbia Crest 2005)으로 보아 다소 의외로 여겨진다.

출시 50주년을 기념하여 일부러 준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사시카이아 2015년 빈티지는 현재 시중에서 29만 원(현지 가격은 245) 정도에 팔린다.

와인바에서 마시려면 5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될 것이다.

참고로 올해 WS 100대 와인의 평균가는 50달러(57천 원) 정도이다.

사시카이아가 받은 점수는 97점으로, 96점을 받아 3위를 차지한 다른 토스카나 와인이 현지가격으로 35(4만 원) 밖에 되지 않는 것과 대비가 된다.

로버트 파커나 와인스펙테이터와 같이 전문 평가자가 높이 평가하는 와인은 보통 좋은 와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와인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다

와인에도 중독되는가

지난 회에 처음 이 코너를 시작하였다.

평소에 와인을 좋아하고 또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한 적도 있어 와인과는 인연이 깊은 편이다.

외국 출장이나 해외여행 시에는 근처에 와이너리가 있으면 웬만하면 들린다.

그리고 비행기를 탈 때에도 탑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와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대상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그 대상에 몰두하고 집중한다.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아예 수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몰두가 지나치면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장애를 겪게 된다.

우리는 이를 중독이라 부른다.

중독은 알코올, 니코틴, 마약 등의 직접 흡입에 의한 약물적 중독과 어떠한 반복 된 행위를 거듭하거나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정신적, 심리적 중독이 있다.

하지만 중독의 원인은 이렇게 다를지라도 중독을 유발하는 생리학적인 기전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술을 마실 때나 도박을 할 때 뇌의 보상영역과 판단, 의사결정, 행동자가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영역에서 도파민, 엔돌핀 처럼 사람이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를 한번 경험한 뇌는 쾌감을 주는 행위를 반복하고 싶게 만들고, 반대로 이러한 행위를 통제당하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위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쾌감을 얻거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하여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이 요구되는 중독상태에 이르고 이에 따라 이를 제한당할 때 느끼는 고통의 크기도 커진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빼앗긴다는 점에서는, 고통을 회피하기위해 중독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나 고문을 통해 가해지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유의지를 포기하는 것이나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우리나라의 이병헌이 출연하고 2013년에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 레드2를 보면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브루스 윌리스가 와인 애호가인 악당을 찾아가서 정보를 캐는데, 악당이 한사코 입을 열지 않자 악당의 거실 와인셀러에서 와인들을 한 병 씩 꺼내 악당 앞에서 깨트리면서 위협한다.

그때 꺼내는 와인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오래된 빈티지의 로마네꽁티나 페튀뤼스 같은 희귀한 와인들이다.

그러자 악당이 놀라 브루스 윌리스를 만류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발설한다.

효과적인 고문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와인도 중독 물질일까?

와인은 보통 12~13도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물론 약물적 중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와인 많이 마셔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례를 본적이 없다.

차라리 와인과 관련된 문화, 다양한 맛과 향, 와인을 같이 마시는 사람과 분위기가 좋아서 와인을 끊지 못하고 심리적, 정신적으로 중독되는 경우는 많이 봤다.

이렇게 보면 필자도 와인에 중독된 것 같다.

세월의 빠름과 와인의 숙성(3)

밥을 먹을 때 세월은 밥그릇 안에서 지나가 버린다.

침묵하고 있을 때는 세월은 두 눈동자 앞으로 지나가 버립니다.

세월이 바삐 감을 깨닫고 손을 뻗어 막으려 하면 세월은 어느새 손끝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내가 침상에 누워있을 때는 내 몸 위를 넘어가 버리고, 내 발끝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짓지만, 그러나 새로운 날의 그림자는 그 한숨 속을 번쩍하는 시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중국 칭화대학 교수를 지낸 시인, 주쯔칭(朱自淸)의 산문 총총(悤悤)’에서 발췌한 글이다.

세월의 빠름이 감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흔히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한다.

쏜 살은 시위를 떠난 화살을 말하니 세월의 속도가 발사된 화살의 속도와 맞먹는다는 뜻이다.

화살의 속도는 궁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고, 특수하게 제작된 양궁은 시속이 360Km에 이르기도 하지만 보통 가장 빠른 현대의 컴파운드 활은 평균 시속 235Km 정도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국궁은 시속 200Km 정도가 된다.

그러니 쏜살같은세월의 속도는 시속 200Km가 조금 넘는 속도이다.

현대의 속도감각으로는 그렇게 빠른 속도가 아닌 셈이다.

흔히 쓰는 또 다른 표현인 유수와 같이 흐르는 세월의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화살의 속도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참고로 현대에는 사람이 직접 만든 발사체 중에서도 화살의 속도를 능가하는 것이 많다.

우선 화살과 쉽게 비교가 되는 총알의 속도는 M16소총이 시속 3510Km 정도가 된다.

시속 1224Km인 음속의 세배를 뜻하는 마하3 정도의 속도인데, ‘쏜살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그리고 최신예 정찰기나 전투기의 속도도 총알의 속도에 버금가는 빠르기를 가지고 있다.

F15 전투기는 최고시속이 3017Km인데 서울의 남산타워 상공에서 부산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 상공까지 7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또 우주선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비행체 중 가장 빠른 SR71 정찰기는 최고시속이 3219Km에 달한다.

그리고 미사일의 경우는 시속 10,000Km, 우주탐사선 주노는 목성에 근접할 시 시속이 26Km를 돌파했고,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한 나노크래프트 우주선의 최고속도는 광속의 20%에 달하는 216000Km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시속 1667Km의 속도로 스스로 쌩쌩 돌고 있는 지구에 살고 있다.

모두 화살과는 애초 비교할 수도 없이 빠른 속도이다.

그러면 실제 물리학적으로 보아 세월의 빠름은 어디쯤 해당될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서 어떤 물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면 시간이 정지하고, 빛보다 더 빨리 진행하면 시간을 거슬러 오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즉 시간의 속도는 빛의 속도인 셈이다(?).

그래서 세월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이라면 세월의 속도는 빛의 속도인 것이다.

빛의 속도는 시속 108천만Km이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세월이 빛과 같이 흐르는 것처럼 사람들 역시 빛과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

와인도 나이를 먹는다.

간혹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와인은 무조건 오래 묵으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나오는 와인 중 90%는 와이너리에서 출고된지 1~2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16~7세기에는 보통 와인의 수명을 1년으로 보아 다음 해 6월 이전에 소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레드와인의 약10%, 화이트와인의 약 5%2~3, 그러나 10년을 넘겨 장기 숙성이 가능한 최고급 와인의 비율은 약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와인은 잘 보관하기만 하면 세월이 갈수록 알콜과, , 탄닌, 당도, 산도 등이 균형을 이루면서 풍미를 더해간다.

보르도 소테른의 귀부와인인 샤토 디켐의 경우는 100년까지도 저장한다.

세월이 가도 좋은 와인처럼 풍미를 더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 보지만 또 한 해가 손가락 사이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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