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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레일웨이맨

by 자한형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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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웨이맨

 

 

레일웨이맨은 철도를 사랑하는 남자에 관한 얘기이다. 총 상영시간은 1시간56분간이었다. 에릭 로맥스(콜린 퍼스)는 어느 날 런던에서 북부로의 여행을 위해 열차에 오른다. 앞좌석에는 아름다운 간호사출신 여인 패티(니콜 키드만)가 앉았다. 서로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서로간의 호감을 확인한다. 기차를 갈아타야 했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에릭은 기차에서 내린다. 잠깐의 기차여행 중에 그녀가 남긴 말을 기억했다. 그녀는 26일까지 애덴버러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에릭은 어렵게 애덴버러역에 26일에 간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리는 패티를 만난다. 아주 우연인 듯이 만났지만 우연이 아니고 그가 작정을 하고 그녀를 기다린 셈이었다. 둘은 꿈같이 포근하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결혼식을 올린다. 한때 전쟁에 참전했던 에릭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상처받은 삶은 끝나지 않았다. 악몽에 시달리고 자신이 고문 받았던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것을 어떻게든 치유하고 보듬고 싶어 했던 패티는 참전용사들의 카페로 찾아간다. 그녀는 20여 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을 치유하고 보듬고 감싸 안았던 전력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에릭과 같이 포로생활을 했었던 핀레이라는 이를 만난다. 그리고 간청한다.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얘기를 해달라고 애원한다. 에릭은 결코 얘기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이 겪었던 고초와 아픔에 관한 사연을 소상히 듣는다. 1942215일 싱가포르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은 파상적으로 공세를 퍼붓는 일본군에 항복하고 모두 포로로 잡힌다. 그들은 싱가포르에서 더 내륙으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민간인들과 함께 철도공사를 건설하는 노역에 동원된다. 에릭, 핀레이 등은 유능한 기술자였고 통신병이었다. 에릭 등은 공사현장에서 각종 물품을 빼돌리고 모아서 라디오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천신만고 끝에 그들은 라디오의 조립에 성공하고 그것을 통해서 바깥세상의 소식을 듣는다. 영국 BBC방송에서 나오는 전쟁 상황에 관한 뉴스였다. 연합국에 미국이 가세했고 파상적은 공세를 통해 독일의 전력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또한 미국이 일본 본토에 대한 폭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포함되었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서 희망을 꿈꾸고 얼마 후 종전이 될 것임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어느 날 수용소를 수색하던 헌병대 군인들은 결국 라디오를 발견하게 되고 주모자를 색출해낸다. 네 명이 불려나왔다. 누가 주모자냐? 라고 심문을 받자 에릭은 자진해서 자신이 주모자라고 나선다. 그들의 가혹행위는 악랄했고 지독했다. 에릭은 독방에 갇혀 온갖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다. 2주후 바깥으로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하고 자백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그들은 물고문까지 자행한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를 유출시켰는지를 밝히라고 한다. 그러자 에릭은 항변한다. 그렇게 송신을 하려면 송신기가 있어야 하고 마이크도 있어야 하지 않냐 고 한다. 그래도 헌병대장 나가세는 막무가내다. 인간으로서의 모멸감은 극에 달한다. 결국 에릭은 모든 것을 밝히고 만다. 전쟁은 종국으로 치닫고 에릭은 일본의 패망으로 꿈에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온다. 핀레이는 에릭이 겪었던 여러 가지 고초를 얘기해 주고 자신은 그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자결을 택한다. 자신들에게는 패티와 같은 그런 그것을 감싸주고 보듬어주고 치유해줄 이가 없다는 것으로 안타까워했었다. 핀레이는 목숨을 끊기 전에 에릭에게 나가세의 소재를 알려주고 그에게 복수하라고 일러준다. 에릭은 결국 핀레이의 죽음으로 인해 복수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가세를 찾아 나선다. 동남아의 한 교화소 같은 곳에서 둘은 해후한다. 처음에는 못알아 봤지만 곧이어 예전의 얘기를 듣고 기억을 되살린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냐라고 묻는다. 그러자 나가세는 그렇게 답한다. 헌병대장이 아니라 전범이었지만 통역관이었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에릭은 나가세의 팔을 내리치기도 하고 대나무 창살로 만들어진 육면체 속에 가두기도 하는 등 그에게 해악을 가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있고 속죄하고자 하는 노력을 가상히 여겨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둘은 이제 친구가 되었다. 가해자,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빚어진 악연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삶을 살아가는 이로 부활한 것이다. 나가세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세 번이나 미안합니다 를 말한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중죄인이었지만 그렇게 속죄하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있는 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독일에서의 포로들보다 더 가혹했고 많은 포로들이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 일본군하의 포로들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잔혹함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던 것이었고 그것이 허구가 아닌 실화였다는 것에서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보인다. 레일웨이맨은 전쟁의 실상 내지 그 혹독한 아픔과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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