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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수필, 여행기, 편지글, 일기 등)

상원사에서

by 자한형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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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의 끝자락이었다. 아내가 연가를 냈다. 그래서 1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숙박할 곳으로 잡은 곳은 원주였다. 오전 920분에 출발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목적지는 오대산 국립공원의 상원사였다. 예전에도 간 적이 있는 곳이어서 익숙했다.

두 시간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진고개 식당이란 곳이었다.

고속도로는 연휴의 끝자락인 관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엄중한 상황이었음에도 연휴의 호기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식당옆으로는 개울가가 있었다.

깨끗한 물이 흘러 청량감을 주었다. 날씨가 추워진 것을 감안한 탓인지 식당 내에는

난로를 켜 놓았다. 주문을 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조그만 반려견 한 마리가 종종걸음을

치며 돌아다녔다. 쌈밥정식은 찬이 푸짐하게 나왔다. 찬도 많았고 토속음식으로 풍미를

더했다. 인증샷을 찍은 후 허기를 채웠다. 식사 후에 곧장 차를 몰고 상원사로 올라갔다.

출입문을 지나서는 한적한 길이 나왔다. 일명 선재길이라고 명명된 곳이었다. 월정사를

지날 때에는 빨갛게 물이 든 단풍들이 행락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월정사 부근의

주차장은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포장도로는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풍광을 자랑했다. 옆에는 계곡물이 흘렀다. 도보로 선재길을 오르내리고 있는 인파들의

모습들도 간헐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내에게 부탁해서 동영상 촬영을 하라고 했다.

상원사 입구에 차를 주차해 놓고 먼저 적멸보궁을 찾았다.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게

쉽지 않았다. 등들이 길가에 줄에 매달려 있었고 석등들도 중간중간에 설치되었다.

석등의 속에는 한 개씩의 스피커가 내장되었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는 노승의

염불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간 중간에 만난 것은 다람쥐들이었다. 한적한 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다람쥐는 자연의 향기를 느끼게 했다. 적멸보궁은 본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개의 암자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 5곳이 있었다.

아내가 힘겹게 적멸보궁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 3배를 올리고 나왔다. 갑자기 안개가

비처럼 내렸다. 옆에 있던 종무소에는 던컨 도넛이 비치되었다. 불자들이 맛보도록

1/4조각씩 잘게 쓸어 놔두었다. 맛을 보았다. 그리고 하산을 서둘렀다. 상원사로

내려왔다. 입구에는 달마상이 목조상으로 놓여져 있었다. 문수전에서 아내가 3배를 했고

공양미를 시주한 후 나왔다. 항상 상원사에 올 때면 비를 맞는 듯했다. 범종각에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하산해서 숙소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귀경하는

차들로 인한 정체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강릉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시간상 너무 힘든 여정이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연휴의 끝자락이라 상경하는 차들이

많았다. 새말 근처가 고정 정체구간이었다. 오후 6시 경에 숙소에 도착했다. 해가 짧아져

5시 경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했다. 그리고

휴식을 취했다. 원주시청이 근처에 있었다. 신시가지여서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다. 상가도

드문 드문 열린 상태였다. 초밥을 사려고 나왔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을 한바퀴 돈

후 발견한 곳은 고깃집이었다. 제육볶음을 2인분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중국집이나

치킨집은 있었는데 마땅한 음식점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명한 강민주 들밥집도 있기는

했지만 포장하기에는 번거로울 듯했다. 휴일인 탓인지 문을 닫은 곳들이 많았다. 숙소의

욕탕은 월풀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었다. 물 맛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한결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좌식의 방구조로 되었다. 온돌식의 방이었다. 앉은뱅이 의자와 탁자가

한편에 놓여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날이 밝았다. 세면을 하고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올라갔다. 뷔페식이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꾸리고 정비를 했다. 로비로 내려와 프런트로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차량은 차고에서 내려져 바로 출발할 수 있게 주차되었다.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니 두 시간쯤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고

130킬로미터쯤이었다. 남원주IC가 지척 거리에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로 갈 필요도 없었다.

광주- 원주간 고속도로가 있었다. 그리고 초월IC에서 성남 ––안양 간 고속도로로 연계가

되었다. 광주 초월IC 근처에서 약간의 정체구간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2시간쯤 소요되었다. 귀가했다.

12일간의 상원사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지난주에도 여행을 다녀왔지만 언제나 여행은

좋은 기분을 충족시키고 여러 가지 만족도를 올려주는 종합 선물세트와 비슷한 듯하다.

일상에 지친 피로를 풀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뿐 아니라 새로운 삶의 동력을

되찾게 해주기도 하는 듯하다. 아무래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여유롭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힐링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효험으로 작용되는 듯하다. 예전에는 어렵고 힘들

때에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한 적이 있었다.

방한암 선사의 얘기도 들려주었고 세조와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 또한 문수보살과 세조와의

독특한 인연도 얘기해 주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 깊어가는 가을에 제대로 절정의 단풍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풍진 세상의 고충의 털어버린 시간이었던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에 살아있음에 그리고 오감이 작동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고 험한

인생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음에 감사를 한다고 했다.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환난을

당할지 알 수 없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기는 하지만 항상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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