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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수필, 여행기, 편지글, 일기 등)

텃밭 농사의 끝 김장

by 자한형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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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의 끝 김장

지난 11월 중순이었다. 하남시로부터 공공텃밭의 수확과 마무리를 당부하는 문자가 카톡으로 왔다. 텃밭의 운영기간은 11월 말까지이니 그전에 마무리를 당부한다는 얘기였다. 곧 서리가 내리고 영하로 기온이 내려갈 것이 심히 우려되는 날씨였었다. 아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텃밭으로 함께 갔다. 무와 배추의 수확을 위한 것이었다. 신문지, 시장바구니 등도 챙겨서 가지고 갔다. 아내가 수확을 해서 정리를 했고 나는 수확 후 부산물 등을 적치장에 버리는 역할을 맡았다. 무를 뽑아서 보니 이미 상해서 버려야 할 것이 절반이었다. 배추도 이리저리 껍질을 잘라내고 나니 별로 실속이 없었다. 신문지로 배추를 쌌고 그것을 시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일부는 따로 포장을 했다. A씨에게 갖다 줄 배추였다. 교회에서 추수감사절 예배가 있는데 수확한 배추가 필요하다는 얘기여서 갖다 주기로 한 것이다. 수확물 무, 배추를 싣고 일단 서울의 가락시장 근처 아파트로 가서 A씨에게 무 배추를 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하남시 공공텃밭을 시작한 지8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기였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초기에는 상추 쑥갓으로 시작을 해서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조금씩 가꾸고 수확했었고 2차 경작은 8월말에 무, 배추를 심어 두 번째 경작을 이어간 것인데 이제 마무리가 된 셈이다. 거의 일주일에 3일을 매달렸으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안성에서 3년 고양에서 2년을 지었으니 제법 익숙해졌다고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던 셈이다. 토양 기후 기타 여러 여건에 따라 작물들의 성장은 어떻게 변모하는가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었던 셈이다. 감개무량한 한 해 동안의 농사였다.

텃밭 수확작업 후 일주일이 지난 후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 배추를 수확하는데 와서 갖고 가라는 호의를 보였다. 이미 지난번 모임에서 만났던 중에 당부를 해놓았던 것이 결실을 맺는 셈이었다. 내비게이션을 찍어서 목적지를 조회하니 40여 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예전 살전 곳에 비하면 지척거리였다. 지난 텃밭 수확물로 담갔던 섞박지를 가지고 갔다. 휴일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이미 수확은 다 된 상황이었고 가족들이 배추를 씻어서 절이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추 15포기 무 10 포기를 차에 싣고 귀로에 올랐다. 일반 배추의 2/3는 차의 트렁크에 실어두고 나머지만 집으로 가지고 올라와 신문지에 싸고 비닐봉지로 싸서 베란다에 보관해 두었다.

다시 또 일주일이 지났다. 아내가 김장을 하기 위한 준비물을 쿠팡을 통해 주문해서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먼저 김장용 비닐과 김장용 매트가 당도했다. 당근과 마늘도 왔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김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먼저 내가 오후에 무와 배추의 상태를 살폈다. 이미 너무 보관기간이 오래되어 상태가 악화되어 안타까웠다. 겨우 건질 수 있는 것은 1/4 수준이었다. 내가 무를 씻고 배추도 씻고 당근도 씻어놓았다. 아내가 상한 부분을 다 도려내고 배추를 씻어서 절여놓았다. 밤늦게 시작된 김장은 새벽녘에야 배추를 절여놓는 것으로 1차 마무리가 되었다. 내일에는 배추 속을 만들고 무, 배추를 치댈 겉저리를 만들어야 하고 본격적인 배추를 치대서 김장을 담가야 하리라. 예전의 가장 중요한 겨우살이 준비의 1번이었던 부분이 김장담그기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겨울에 쓸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 그다음이었으리라.. 예전에는 장작이었고 조금 지나서는 연탄이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연료 준비는 도시가스나 유류가 대신하고 있으니 좋은 세상이 된 셈이다. 그렇게 해놓고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과연 김장을 해서 제대로 김치맛이 날 것인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추를 절일 때 맛을 보니 쓴맛이 난다는 것이다. 상한 무 배추를 제외시켰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부분이 께름칙한 부분이었다. 어차피 내일 마트로 가서 배추 속재료를 사면서 절임배추를 사오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주말오전에 마트에 가서 해남 절임배추 10kg을 사왔다. 통영굴과 토하(새우)를 사 왔다.. 오후가 되어서야 갓과 쪽파가 왔다. 절임배추의 물기를 빼고 아내가 만들어놓은 김치 속과 겉절이를 김장매트에 펼쳐놓고 배추부터 치대서 김치통에 담갔다.. 두 통을 담갔더니 배추김치는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무와 갓김치, 파김치였다. 조금 더 모자란 속재료와 겉절이를 만들어 추가하고 갓김치와 파김치를 담가서 김장 담그기가 마무리되었다.. 텃밭 농사의 끝은 김장 담그기였던 셈이다. 김장담그기는 가족행사다. 모든 가족이 힘을 합하고 뜻을 모아 겨울을 대비하는 소중한 연중행사인 것이다.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고 정리 정돈하고 살림살이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겨울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계기를 갖게 되는 시기인 셈이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 어렵고 힘든 부분을 거치고 성취하고 난 뒤의 쾌감은 살맛 나는 인생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이 모여서 화합하고 서로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인 셈이다.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나눠서 분담하고 함께 동고동락하는 셈이다. 그리고 김장의 마무리는 수육과 함께 먹는 김장김치의 맛이 별미임은 틀림이 없다.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 김장김치 담그기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김장담그기는 연중행사이고 세시 풍속이리라.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가 되었다. 참으로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리라. 얼마전 TV 프로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의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축구선수의 아내가 김치를 담가서 동료 축구선수들을 초청해 식사대접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패널로 나온 샘 해밍턴이 하소연을 했다. 저렇게 외국인 아내도 김치를 담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자신의 한국인 아내는 23년간 한 번도 김치를 담궈준 적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제는 김장담그기도 잊혀가는 풍속이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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