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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블로거 의견
1) 선운사禪雲寺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兜率山)에 있는 절
2) 동백冬柏은 겨울을 불태우며 피어나서, 칼로 베인듯 목이 부러저 떨어진다. 그리고, 땅위에서 다시 피어나고, 보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허망虛妄하게 진다. 가을엔 그 꽃진 자리에 할머니 머리기름 짜는 동백열매가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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