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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

by 자한형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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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아침. 나는 학교에가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은 그 전날 동사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하셨는데,

친구들과 노느라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 꾸중을 들을까 봐 몹시 두려웠다.

차라리수업을 빼먹고 들판을 쏘다니고싶은 생각이 들었다.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숲에서는 티티새가 지저귀고,제재소 뒤쪽의 리페르 들판에서는 프로이센병사들이 발 맞추어 걷는 군홧발 소리가 들려왔다.

문법 규칙을 공부하는것보다 들판쪽이 훨씬 재이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아멜 선생님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라 나는 급히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로 가는길에는 면사무소가 있었는데,그곳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지난 2년동안 게시판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꼭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패전이라든가 징용,프로이센 군사령부의 명령등 나쁜 소식만 그곳에 붙어있있었으니까.

나는 뛰어가면서 생각했다.'또 무슨 일일까?'그러고는 광장을 가로질러 뛰는데,

게시판을 보고 있던 대장장이 바슈테 영감이 나에게 소리쳤다."애야,뛸 것 없다.

학교는 지금 가도 늦지 않았어."나는 속으로 농담하지 마시라고 중얼거리고는 학교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여느때 같으면수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책상을 쿵쾅거리면 옮기는 소리,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선생님의 소리등이 교실 밖에까지 들리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일요일 아침처럼 고요햇다.아이들이 떠드는 틈을 타 슬그머니 자리로 들어가려던 내 생각이 빗나갔다.

창문 너머로 이미 제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커다란 자막대기를 옆구리에 끼고 말없이 책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아멜선생님이 보였다. 이렇게 쥐 죽은 듯 고요한 교실로 들어가지않으면 안되다니!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부끄럽고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날과 전혀 달랐다.

아멜 선생님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프란치,괜찮다. 어서 자리로 가 앉아라.

지금 막 수업을 시작하려는 차밍었다."나는 얼른 자리로 가서 앉았다. 부끄러움이 조금 가라앉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생님은 장학관이 오는 날이나 졸업식 때만 입는 멋진 옷을 입고 계셨다.교실안에는 다른 때와 달리 엄숙하고 침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실 뒺꼬 의자에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모자를 손에 쥔 오젤 영감님, 전 면장, 집배원 아저씨 그리고 여러 어른들. 모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어딘가 슬픈 표정이었다.

오젤 영감님은 낡은 초급 프랑스 어 책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큼지막한 안경을 쓰고는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이러한 모습에 놀라고 있는 사이 아멜 선생님은 교단 위에 올라가 부드럽고 엄숙한 소리로 말씀하셨다.

여러분,오늘은 마지막 프랑스 어 수업시간입니다."

베를린에서 명령이 내려왔는데,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내일 독일어를 가르칠 새 선생님이 오십니다. 그러니까 오늘 은 여러분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마지막 프랑스 어 수업인것입니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깜짝 놀랐다.지독한 프로이센 놈들 같으니!면사무소 게시판에 붙은거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나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그런데 나로 말할것 같으면 아직 프랑스 어를 제대로 쓸줄도 읽을 줄도 모르지않는가!

그런데 이제 프랑스어를 배울수 없다니.......지금 생각해 보니 새를 잡겠다고 수업을 빼먹은 것이나,

강가에서 얼음지치기를 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지겹고 재미없던 교과서와 문법 책,성경등이 이제는 헤어지기 아쉬운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아멜 선생님도 그렇다.보통 때에는 자막대기로 아프게 때리시고 무서운 얼굴로 꾸지람 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나 서글퍼졌다.

가여운 선생님!아멜 선생님은 정장을 입으시고 마지막 프랑스 어 수업에 경의를 표하고 계신 것이다.

오젤 영감님은 몇십 년 동안 프랑스 어를 익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마을 사람들도 이제 프랑스 어를 익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마을 사람들도 이제 프랑스 어를 배울수 없다는 생각에 교실 뒤에 와서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학교에 자주 찾아오지 않은 것을 뉘우치는 의미 이기도 했다.

40년 동안 이나 프랑스 어를 가르친 선생님이나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하는것일뿐만 아니라,

마침내 사라져 버릴 조국에 사랑을 바치는것이기도 했다.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내가 암송할 차례가 된 것이다. 이 어려운 동사 규칙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시작부터 기억이

안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안타까운 심정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앞에서 아멜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다."프란츠, 너를 꾸중하는게 아니다.너는 이것으로 충분히 벌을 받았다.

너뿐만 아니라 우리도 날마다 이렇게 생각했지.'시간은 충분해.내일이 있는데, . 내일 공부하지.'그 결과가 이것이다.

교육을 다음날로 미룬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잘못이었다.프로이센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기나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프랑스 사람이라고 우겨대느냐.'......................프란츠,그러니까 너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 책임이 있는것이다. 부모님들도 되도록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밭이나 공장에 아이들을 내보냈다.

나조차도 공부를 시키는 대신 정원의 풀을 뽑게 한 적이 있었다.내가 피곤할 때면 너희에게 자습을 시킨 적도 있었지.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는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다."잠깐 침묵이 흐른후,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 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프랑스 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고 과학적인 언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프랑스 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왜냐하면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의 식민지가 되었다 해도 자신들의 언어를 확실히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그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그런 다음 선생님은 문법 책을 읽기 시작하셨다.

나는 떠듬떠듬 따라 읽기도 하고, 머릿속에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새겨 보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잘 이해할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선생님의 말씀하나하나가 아주 쉽게 이해되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높았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더 많이 가르치고 싶은듯이 열정적으로 들렸다.

선생님은 떠나시기 전에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전해주고싶어하시는것 같았다.

문법 시간이 끝나고 자습 시간이 되었다.아멜 선생님은 모두에게 나누얼 줄 새 글씨본을 보여 주셨다.

거기에는 예쁜 글씨로, '프랑스,알자스,프랑스,알자스'라고 쓰여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교탁 위에 가로로 세워 교실안의 모든 사람들이 잘 볼수 있도록 했다.

그 글자들은 마치 프랑스 국기가 휘날리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종이 위를 사각사각 스피는 펜소리뿐이었다.

창문으로 갑자기 풍뎅이 한마리가 날아 들어왔지만 아무도 그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1학년 학생들조차도 정성껏 선 긋는 연습을 했다.

마치 그 선도 프랑스 어인 것처럼 신중하게 말이다.학교 지붕에 비둘기 몇마리가 내려앉아 구구구 울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내일부터는 저 비둘기들도 독일어로 울어야만 하는걸까?'이따금 선생님을 쳐다보면,

교단 위에서 주변의 사물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셨다.마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눈 속에 담아 가려는 듯 보였다.

선생님은 지난 40년동안 여전했으니까.다만 걸상과 책상이 오래되어 반들반들해졌고,

운동장의 나무는 더욱 울창하게 자랐고, 선생님이 손수 가꾼 꽃들은 더욱 만발해진 것만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 줄 뿐이었다.

이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은 선생님에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

선생님의 여동생이 2층에서 짐을 챙기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내일이면 이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다.선생님은 끝까지 침착하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셨다.자습시간 다음은 역사 시간이었다.

역사 시간이 끝난 후, 저학년 학생들은 목소리를 맞추어 일제히 발음 연습을 했다.

교실 뒤쪽에 있던 오젤 영감님도 안경을 끼고 두 손으로 책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더듬더듬 읽어 내려갔다.

영감님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떨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몰랐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결코 잊을수 없을 것이다.

그때 교회의 종소리가 정오를 알렸다.그와 동시에 프로이센 병사의 나팔 소리가 창분 밖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멜 선생님은 굳은 얼굴로 교단에 올라서셨다.내 눈에 선생님은 칠판을 다 가리고 서있는 커다란 나무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나는......"하지만 무엇인가 목에 걸린 듯 말을 잇지 못하셨다.

거기까지만 말씀하시고는 칠판을 향해 돌아서셨다.

선생님은 분필을 하나 집어 들고 길게 팔을 뻗어 될 수 있는 한 큰 글씨로 이렇게 쓰셨다.

'프랑스 만세!' 선생님은 그대로 칠판에 얼굴을 기대셨다.

그러고는 우리 쪽은 보지도 못하시고 손짓하셨다.

"이제 수업은 끝났다........다들 돌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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