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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

40. 잡초처럼

by 자한형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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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처럼 이영도

내가 산다는 것! 곱게 산다는 것! 그리고 곱게 죽는다는 것!

이 앞으로의 남은 삶과 죽음에 임할 마지막 나의 자세의 다스림이 오늘날 애틋한 내 생애의 오직 하나의 진실일 것이며 또 내 목숨을 가치할 엄연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마루에 나 앉으면 뜨락 가득 덮는 감나무 그늘 - 그 윤택이 질질 흐르는 푸른 잎들이며 무화과 열매의 소담한 모양이며 수국, 나리꽃! 모두가 싱싱하면 싱싱한 대로 초졸한 대로 저마다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여실히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 다투어 자랑하는 꽃 그늘 아래 뽑혀도 한결같이 돋아나고 엉켜붙어 스스로 비단결 같은 초록을 이룬 잡초의 생리는 자칫하면 고독의 골짜기로 떨어지려는 오늘 나의 의지를 지탱하여 주는 하나의 힘의 표현이다. 형형색색의 모양과 생태!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풀이나 꽃일망정 그 하나하나의 모양안에는 저마다 제대로의 완성을 이룬 무한한 번식력으로 에 저항하며 생명을 이어 자기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직 맡은 바 생명에의 진실인 것이다.

나도 한포기 잡초의 생명으로 살아야겠다. 이십 수억의 인간잡초속에 나는 과연 어느 풀꽃의 모습으로 살아온 것일까? 적은, 가장 작은 꽃 한송이 가슴에 달고 고스란히 제 빛을 지녀온 한 포기 들꽃인 나의 자세!

보아주는 이 없어도 좋다. 오직 나의 서식할 한줌의 흙과 철따라 내리는 雨露 있으면, 태양의 따뜻한 온기와 밤이면 滿天星座의 서정과 더불어 성장하면 그 뿐! 어느 때고 안으로 다스려오던 내 정열이 마침내 견딜 수 없는 날, 노래처럼 나도 꽃 한 송이 진홍빛깔로 開花하였다가 落花하면 그만인 것이다.

 

() 잡초는 정말로 나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잡초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잡초처럼 꺾이고 짓밢혀도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싶다. 결국은 사라져가는 한평생인데... (류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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