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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

99. 인생이란 무엇인가.

by 자한형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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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인가 박정기

효정아 혜준아,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생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몇 천 년 동안 수도 없는 사람들이 따지고 따진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은 마치 텔레비전을 켜 놓고 방송채널도 없는 프로그램을 보자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 말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세상에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천당에 가면야 있을지도 모르지만.

효정아, 너일랑 이담에 커서라도 아예 이 일을 두고 너무 따지지 않길 바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시원한 답을 못했다는 것을 명심하여라.

그러나 사는 걸 두고 따질 일이 꼭 한 가지 있다. <인생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인생의 목적은 <자기를 닦고 남을 이롭게>하는 것이다.

<자기를 닦는다>함은 학문을 익히고 정신을 높이고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익히고 닦는데 유념할 일은 세 가지 중 그 어느 하나를 너무 앞세우거나, 아니면 어느 것을 너무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학문과 정신과 마음은 그 모두를 고르게 닦고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서양이 저렇게 기울기 시작하고 인간의 비극이 이토록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 모두 이 세 가지를 고르게 닦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한다.

아득한 옛날, 사람들이 몽매는 했을 망정, 광활한 하늘에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을 신비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닦을 때는 잠시 평화와 행복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신을 우리 마음 속에 굳게 믿고 있던 때이다.

그러다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번쩍이는 정신이 학문을 앞세워 마음을 누르기 시작하였다. 캄캄한 어둠과 천둥 번개가 너무도 무서웠던 탓일까?

마침내 정신과 학문이 코페르니쿠스를 낳고 데카르트에 이르러서는 과학이 이 우주을 지배한다고 사람들은 믿기 시작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과학은 정말 우리 인간에게 너무도 크고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굶주림을 해결 하는가 싶더니 온갖 자연의 위험과 재앙을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잘도 정복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되니까 과학이라는 것이 사람들 눈에 지금까지 열심히 믿어 온 자기들의 신보다 나은 것처럼 비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우뚝한 정신과 학문은 마음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게 되었다. 정신은 이제 신과 천사까지도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파스칼 같은 사람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였어야 옳았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답답한 일은 우리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나를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인정치 않으려는 점이다.

정신과 학문만 기승한 사람에게 마음의 평화가 있을 까닭이 없다. 마음이 없는데 어디에 평화가 깃들 것이냐.

그러면 자기를 닦는 일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참으로 좋은 가르침이 탈무드에 있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은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전의 자기보다 점점 나아지는 사람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자기가 기준이요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어제의 자기보다 오늘의 자기가 더 나아져야 하는 끝없는 수양의 길이기도 하다.

남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선행을 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때로는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뜻이다.

남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적고 크고 간에 자기의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효정아 혜준아, 분명히 말해 두지만 세상에 고귀한 일 치고 희생이 따르지 않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법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귀한 것이고, 또 적지 않은 고귀한 희생으로 그나마 사람들이 이만큼이라도 사람다운 생할을 하게 된 것이다. 멀리는 예수로부터 이순신에 이르기까지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처럼 무수히 빛나는 귀한 희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명심하여라.

그러니까 어떤 점에서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미 많은 빚을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고 있는 셈이다.

남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꼭 무슨 빚을 갚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사람이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우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 그러기 위해 우리가 사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믿어 버리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남을 이롭게 한다고 해서 자기한테 당장에 무슨 득이 되거나 자기 학문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없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이 일을 소홀히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처럼 우리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세상에 따로이 없다는 것을 너희는 철이 들면서 알게 되리라.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서 시궁창을 뒤지는 생쥐같이 될 수도 있고, 저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독수리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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