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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면에는

by 자한형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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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인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에 발간한 소설로 전 세계에 오천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1995년에 같은 이름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2014년에는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 파병 온 리처드 존슨과 결혼하여 미국 아이오와에서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두 아이가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떠난 사이 로버트를 만난다.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저 먼 다리를 찍기 위해 온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가 길을 잃고 프란체스카만 혼자 있는 집으로 온 것이다. 첫 만남에도 감정이 통한 듯 두 사람은 나흘간의 깊은 사랑을 한다. 로버트가 떠날 즈음, 프란체스카는 같이 떠나자는 로버트의 제안을 받고 깊은 갈등을 겪다가 현실을 택한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가족과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남편 리처드 존슨이 죽은 후 로버트를 찾고 있던 프란체스카에게 어느 날 소포 하나가 도착한다. 로버트가 죽어 유해를 로저먼 다리에 뿌리고 그의 유품을 보낸 것이다. 시간이 흘러, 프란체스카도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유해를 로저 먼 다리에 뿌려달라고 유언한다. 자녀들은 가족묘지가 있음에도 이런 유언을 남긴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들은 키 하나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어머니가 숨겨온 다른 유품을 열게 된다. 거기에는 마음에만 담아두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어머니의 애틋한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

영화에서는, 빗속에서 로버트가 남편과 차 안에 타고 있던 프란체스카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가 차 문손잡이를 잡고 갈등하다가 끝내 현실을 택하는 장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갈등 끝에 문을 열고 나갔다면 아마도 삼류 소설이 되었을 것이고, 영화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 긍정적으로 보면 깊고 진정한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할 수도 있는 반면 부정적으로 보면 불륜 스캔들을 미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스캔들인지 로맨스인지는 접어두고 주인공의 사랑에 가려진 다른 이를 보고자 한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에게 길만 알려줄 수 있었다. 그런데 로저 먼 다리까지 동행했고 사랑에 빠졌다. 이렇게 급성 사랑에 빠진 것은 프란체스카 자신이 원인이긴 하지만 이면(裏面)에는 남편 리처드 존슨이라는 원인 제공자가 있었다. 남편 존슨이 잘한 것은 무엇일까. 많다. 무난하게 가정을 꾸렸다. 농장도 있고, 자녀 둘 잘 키웠고, 아이를 위해 박람회장에도 갔다. 모든 면에 열심이고 자상하며 정직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 그러면 존슨이 잘 못 한 것은 무엇일까. 없다. 굳이 있다면 가족 모두에게 변화 없는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한 것이었고, 아내인 프란체스카에게는 꿈을 이루어주지 못한 것뿐이었다.?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삶, 그것은 프란체스카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이상과 동경 그리고 다이내믹한 삶, 짜릿함을 느끼고자 하는 프란체스카에게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일상으로 지쳤을 수가 있었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화 없는 생활 중에 외지에서 온 남자로부터 느낀 감정은 그동안 눌러 숨겨놓았던, 프란체스카가 가진 본능의 뇌관을 건드린 것일 수도 있다.?

존슨과 프란체스카 부부는 서로 얼마나 소통하며 살았을까. 평소 남편에게 평범한 일상에 지친 얘기며 자신이 꿈꾸던 세상에 대해 얼마나 했을까. 지금과 다른 세상, 아프리카에도 가고 싶고, 어릴 때 자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에도 가고 싶고, 클럽에도 가 보고 싶다고 했을까. 외출도 못 하는 따분한 이곳이 싫다며 자신의 감정과 미래의 꿈을 간절히, 진정성 있게 얘기했을까. 존슨이 세상을 떠날 때, 프란체스카의 꿈을 이루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것을 보면 최소한 자신의 꿈을 남편에게 얘기한 듯하다. 하지만 남편 존슨은 아내 프란체스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프란체스카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남편과 소통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듯하다.

살아가면서 나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격체와의 관계에서는 외면보다 내면의 작은 불만족이 공허함을 갖도록 한다. 어쩌면 존슨과의 사이에서 꿈이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절망과 공허함 사이로 로버트가 스며들어온 것이 아니었을까.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 뒤에는 무난히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내의 정신세계에서 배제되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지 못하는 남편 존슨과 같은 사람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사실 희망 사항이다. 몸이 같이 있다고 해서 마음마저 같이 하지는 않는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하면서 부부가 얼마나 마음을 터놓고 소통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또 다른 존슨은 아닌가. 당신은 또 다른 존슨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루어지면 삶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다. 사랑과 삶은 분명 다른 영역이다. 사랑의 영역에서는 단번에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삶의 영역에서는 서로 소통하는 노력을 통해 꿈의 바구니가 조금씩 채워져 가는 기쁨을 맛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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