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내 -소관섭
아내와 함께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신촌마을에 갔다. 차사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마을에 도착하여 동네 사람에게 집을 물어 찾아 갔더니 사람은 없고 몇 마리의 개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웃집에 들어가 차사순 할머니를 만나러 왔다고 했더니 아들과 통화를 해보라고 한다. 통화를 해보니 전주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코로나 때문에 면회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만날 수가 없었다.
차사순 할머니는 소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 시장에 가서 채소를 팔았다. 그런데 자가용이 있으면 훨씬 편리할 것 같아 운전 면허증을 따려고 결심을 하고 필기시험을 보았다. 첫 시험을 치른 것은 60대 중반인 2005년 4월. 합격을 하려면 60점을 맞아야 하는데 15점을 맞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여 69세인 2010년 5월 5년만에 도로 주행 시험을 통과하고 꿈에 그리던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땄다. 할머니의 인내심과 도전 정신은 방송을 통해 소개가 되어 화제가 되었고, 뉴욕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지 사설에도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크게 소개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점수가 나쁘면 본인의 노력보다는 ‘나는 머리가 안 좋아’ ‘나는 운이 없어’ ‘문제가 너무 어려워’ ‘어머님, 왜 저를 낳으셨나요?’ 라고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차사순 할머니는 떨어지면 또 시험을 보고, 떨어지면 또 시험을 보며 949번이나 필기 시험을 봤다고 하니 의지의 한국인, 인내의 여왕, 철의 여인, 전북을 빛낸 자랑스런 할머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얼마나 의지가 강하면 949번이나 떨어졌어도 포기를 하지 않고 도전을 했을까? 그 분도 사람인데 부끄럽지도 않나? 교통비와 응시료만 해도 얼마인가? 나도 운전 면허증을 따기 위해 문제집을 사서 필기시험 준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웠다. 바로 합격이 되어 다행이지만 만약 열 번 이상 떨어졌다면 바로 포기를 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인내를 강조한 예화가 많다. 단군신화만 보더라도 곰은 참을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되었지만 호랑이는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되지 못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푸시킨의 ‘삶’ 이라는 시에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머지 않아 기쁨이 오리니” 라고 인내를 강조하고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의 시조 역시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를 강조하고 있다. 인내를 강조한 사자성어도 많다. 인지위덕, 삼고초려, 초지일관, 우공이산, 칠전팔기, 마부작침, 면벽구년, 백절불굴, 수적천석, 십벌지목, 와신상담, 장좌불와, 타면자건 등등 많다. 살다 보면 참아야 할 때가 너무나 많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한다. 술을 마시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과속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음주운전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게임, 도박, 주식, 암호화폐, 경마를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말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욕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기 싫어도 참아야 한다. 더워도 참고, 추워도 참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참아야 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 책상 앞에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라는 글을 붙여 놓고 공부를 한 적이 있다. 현재도 많은 수험생들이 인내를 좌우명으로 삼고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내심이 강한 사람만 성공을 하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여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많고, 한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하여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차사순 할머니와 같은 인내심과 도전정신, 오뚝이 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을 하면 누구나 성공을 하리라 생각된다. 아름다운 인내, 착한 인내, 인내를 스승으로 모시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현대수필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춘자 고모 (1) | 2022.09.25 |
---|---|
아버지 (0) | 2022.09.25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0) | 2022.09.25 |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1) | 2022.09.25 |
분홍빛 눈 (1) | 2022.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