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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동창회를 다녀오며

by 자한형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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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를 다녀오며

 

 

지난 금요일이었다. 오후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임진년도 이제 20여일을 채 남기지 않은 때였다. 동창회 망년회가 일정으로 잡혀 있었다. 어제 총무로부터 확인전화까지 있었다. “올끼제?” “그래, 별일 없으면 갈게다음날은 또 다른 일정이 있어 몸을 사려야할 사정이 있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본래의 계획은 집사람에게 차를 넘기고 약속장소로 갈 계획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눈이 내리는 상황으로 인해 차질을 빚었다. 차는 꼼짝없이 강변북로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버렸다. 너무나 안일하게 상황을 파악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작용이 되었다. 차를 적당한 곳에 주차 해 두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마땅히 주차할만한 곳도 없었다. 결국 집까지 차를 가져다놓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약속장소까지 전철로 갔다. 잠깐 집에 들러 책을 좀 챙겨서 가다보니 더욱 늦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거의 파장 분위기인 듯했다. 한겨울에 눈 내리는 날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을 보면 이젠 사람이 그렇게 그리워질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 여섯 평쯤 되는 방안에 빼곡히 앉았다. 시쳇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새롭게 내년도에 동창회를 이끌 회장도 이미 선출이 끝났고 술도 한 순배 돈 것이었다. 조금 전에 치과의사를 하는 친구가 막 도착한 듯했고 조금 후에는 굴지의 회사의 임원을 하고 있는 박상무가 도착했다. 몇몇 친구들은 아직 금연을 못했는지 담배를 피워야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 틈을 타서 안쪽으로 자리이동을 했다. 곧이어 매운탕이랑 식사가 나왔다. 새로운 회장은 감정평가법인의 대표로 있는 친구가 되었단다. 근래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창회에 참석하기는 초유의 일인 듯했다. 1차를 파하고 다음은 근처의 호프로 이차를 갔다. 1차 술자리의 막판 쯤에 차사장, 추대표 등 몇몇의 동문이 합류했다. 면면을 보니 오랫동안 동창회를 이끌고 있던 주축멤버가 거의 30% 수준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새로운 친구들로 채웠고 절반은 가끔씩 참석을 하는 중간 부류였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네댓 명이었고 교수를 하고 있는 이들이 대여섯 명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는 이 약간 명 등이었다. 이제는 초로의 중년 나이가 되었으니 자녀들의 결혼소식을 고지하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내년 3월에 결혼날짜를 알리는 친구는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 이제는 시간강사로 있다고 했다. 아들은 로스쿨을 마치고 군법무관으로 임관이 되어 부산 고검에 재직 중이라고 했다. 일차를 하고는 그냥 귀가하는 무리에 합류가 되었다. 전철을 탔다. MBC에 근무하는 친구는 상암동에 들러 차를 끌고 귀가할 계획이란다. 술도 별로 많이 마신 것 같지는 않았다. 정대표도 그렇게 전철로 사무소까지 가서 차를 몰고 가거나 아니면 대리로 해서 귀가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이제는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중년 후반부에 접어든 셈이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호수공원 산책은 끝내고 예술의 전당에 가면 북카페가 있는데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재미에 빠져 산단다. 한해에 한 번씩 있는 동창회의 망년회 자리였다. 예전에는 멀리 가서 하기도 했고 부부동반으로 모여서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단출하게 하게 되었다. 몇몇 친구들은 바쁜 모양인지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한창 바둑으로 주가를 날리고 있었던 자식 덕에 한턱을 낸 친구도 있었다. 이번에도 그 아들이 세계바둑대회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축하할 일이었다. 언론사에 있는 친구도 나오지 않고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도 나오지 않았다. 동창회장이 일일이 전화하고 확인해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거의 35년 만에 만나게 된 한 친구는 변화된 것 중에서 치아의 변모를 예리하게 지적해내기도 했다. 예전의 모습들이 다 각인 되어 있는 터라 그 차이점을 발견해내기가 결코 쉽진 않을 텐데 잘도 찾아내기도 했다. 이제는 예전의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들 머리도 희끗희끗해졌고 주름살도 늘은 듯했다. 황혼을 맞이한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그런대로 중년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곧이어 자녀들의 결혼을 시키고 나면 한시름 놓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술을 마시는 것도 많이 자제를 하게 되었고 절제도 할 줄도 알게 된 듯했다. 예전처럼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는 같이 있는 친구들에게 오라고 얘기를 했는데 정작 자신은 참석을 못해 안타까웠다. 그는 최근까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 쪽에 살다가 이제는 교육문제에서 해방되어 숭실대 입구 쪽으로 이사를 해서 살고 있단다. 근무지는 양재동이라고 했다. 그 건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것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정말 양심적으로 제대로 된 건물을 짓겠다고 해서 지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설계도를 보고 꼭 같은 건물을 한 동 더 지어서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 친구는 뭘 그렇게 열심히 설명을 하냐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이렇게 동창회를 할 때쯤이면 한해가 가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 동창회에 나올 수 있을 지 기약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긴 했다. 몇 년 뒤에는 40주년 홈카밍데이가 곧 닥칠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다들 환갑 줄에 접어들어 있을 것이다. 손자, 손녀를 볼 때쯤이기도 했다. 종착역이 멀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동창회는 즐겁고 유쾌한 추억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고 다시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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