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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

제주살기 시작된 사연

by 자한형 202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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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기 시작된 사연/ 한익종

`제주에서 살아볼까가 제주 살기의 시작이 된 사연

[공감신문] 한익종 칼럼니스트=`제주에서 살어리랏다의 글을 구상하기 위해 노을 곱게 물드는 마을 앞 바닷가 바위에 걸터 앉았다. 그야말로 황홀한 일몰이 펼쳐진다. 이 석양과 같은 황홀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늘도 제주로, 제주로 몰려든다. 특히, 우리가 과거에는 흔히 황혼이라 칭했던 은퇴 후 인생3막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이 많다. 제주 한달 살아 보기, 제주 1년 살아 보기 등등의 타이틀을 앞세우고.

`살아 보기`살기는 엄연히 다르다. 살아 보기는 살기를 위해 소위, 간 보기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 그냥 살아보기에 그친다면 여행기간을 늘린 것일 뿐 제주 삶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겉 맛만 보고 가는 것이다.

황혼이 지는 제주의 바닷가. 이런 황홀경을 꿈꾸며 오늘도 많은 인생 후반부의 이들이 제주를 찾는다.

살아 보기를 통해 살기로 정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은 걸 보면 확실하다. 제주 살아 보기를 단순히 일생의 한 이벤트나 해프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내 판단에서 논외이다.

제주에 정착한 후 지난 2년을 돌이켜 본다. 나는 살아 보기를 위해 제주에 왔는가, 살기를 작정하고 제주에 왔는가?

석양이 끝나갈 무렵부터 한치 잡이 어선들이 밝히는 집어등 불빛이 먹물로 물든 바다에 점점이 수를 놓는다. 그와 함께 내 제주 살기의 지난 순간들이 기억의 불을 밝혀 온다.

한치잡이 어선들의 집어등 불빛이 점점 또렷해 지는 바다. 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가 또렷해 온다.

은퇴 후 인생3막의 멘토로 정한 해녀의 삶을 표현해 보기 위해 나무젓가락 해녀그림 전시회를 가지게 됐고 그를 계기로 무작정 제주로 이주해, 해녀가 떠난 뒤 18년동안 폐가로 남겨졌던 집을 내 손으로 고쳐 산지 3년차. 참으로 무모하고 대책 없는 행동이라는 세평도 받았었다.

그러나 인생은 각본 없는 연극이며 시도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라고 객기를 부리던 나의 생활관이 실천에 옮겨진 당연한 귀결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서인지 언론에 자주 소개가 되며 인구에 회자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나를 찾고, 한 수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제주생활을 꿈꾸는 대다수 인생 후반부 사람들의 공통점은 지극히 낭만적이다.

그러나 제주 살아 보기를 통해 제주 살기를 계획한다면 제주 살이의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그에 맞는 생활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제주는 분명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낭만적인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반대 급부도 생각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나의 제주 생활을 부러워 한다. 모태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의 존재를 가끔 의심하는 내게 절대 불변의 진리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것이다.

내 행복한 생활의 이면을 고려해 보기를 권한다. 제대로 된 제주 살이란 명제를 풀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하면서 조선조 선승이 지었고 김구 선생이 휘호로 쓴 `야설을 떠 올려 본다. 내 제주의 삶에 대한 글이 앞으로 인생 3막을 제주에서 꾸려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이정표가 돼야 겠다는 생각이다.

칠흑같이 변한 바다위로 집어등의 불빛이 점점 또렷해 온다.

`한익종의 제주에서 살어리랏다가 지향해야 할 메시지가 점점 또렷해진다.

한익종 칼럼니스트

* 한익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1959년 춘천 출생

-삼성그룹비서실 홍보팀, 삼성화재 감사,미디어,영업부서장 역임

-스토리투어여행사 대표,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주요활동

-중앙일보,어린이경제신문등에 칼럼 기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생애재설계과정 강의.

-나무젓가락 해녀그림으로 초대전2회 개최

-`함께 더 오래 가는 삶'(비매품) 저술.

-현재 제주에서 환경,봉사,창작을 컨셉으로 하는 알나만교실 운영 계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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