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을 쓰려는 분들께 / 정임표
좋은 수필가가 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 문'부터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가득 찬 것들을 비워내야 한다. 텅 빈 마음이라야 맑은 마음이 된다. 맑은 마음에 비친 것으로 글을 써야 한다. 명예, 자존심, 열등감, 시기, 질투, 원망, 자기를 나타내려는 존재감 같은 모든 자기중심적인 마음들을 털어 내야 한다. 마음 문을 열고 이런 쓰레기들을 내 마음에서 쓸어 내 버려야 한다. 청소를 해야 한다. 이걸 치우지 못하면 참된 수필가가 될 수가 없다. 죽었다 깨어나도 바른 수필가가 되지 못한다. 손끝의 기교로서 글을 쓰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글을 쓸 뿐이다. 서툴더라도 참 글을 쓰려고 해야 한다.
참 글이란 참 마음에 비친 그대로를 쓰는 글이다. 빈정거리는 마음으로 쓰지 않는 글이다.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거나, 칭찬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글이다.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글이다. 타락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읽는 사람들이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참 마음에 비친 있는 그대로를 쓰는' 그걸 두고 붓가는 대로 쓰여지는 글이라 하는 것이다.
수필이 문학이 되려면 아름다워야 한다. 세상에 '참'보다 더 아름다운 게 어디 있던가? 어떠한 기교보다 '참'이 더 아름답다. '참'은 미의 궁극이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마음에 비치는 그대로를 토애 놓은 것이 수필이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참 글'이 수필이다. 마음이 탁해진 상태로는 좋은 수필을 쓰지 못한다. 초조와 번잡이 그대로 글에 묻어나는 때문이다. 글을 쓰는 자신은 모를지라도 읽는 이들이 먼저 내 글에서 기름냄새, 담배 냄새 같은 매퀘한 냄새는 느끼는 것이다. 글을 쓰기에 앞서 청산으로 가서 마음부터 씻고 올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을 감추며 산다. 그래서 '참마음'을 그리워 하고 '참마음'으로 소통하길 더욱더 간절하게 원한다. 그 열망 때문에 수필로 모인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女人이다'고 한 피천득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수필의 기품은 꾸미지 않은 '참'에서 우러나오는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꽃이 있다. 꽃은 자신의 향기를 꾸미지 않는다. 혼신의 힘으로 '참자신'을 피워내면 모두가 꽃이 된다. 그게 꽃의 매력이자 수필의 매력이고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듯이 수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유일한 이유인 것이다. (자신의 참 마음이 뭔지를 모르면 좋은 글 쓰는 자체가 예시당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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