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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3

가장 공평한 복지

by 자한형 202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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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단히 반갑습니다.

가장 공평한 복지/ 김동식

매일 아침 5, AI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정부방송을 전 국민이 시청하며 매일 달라지는 암구호용 문장을 확인해야 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AI 특이점이 지나간 이 시대, 조금 기묘한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의 국민은 매일 아침 똑같은 행동을 했다. 5시부터 시작되는 정부 방송을 시청하는 일이다. AI로 만든 정부 소속 아나운서의 미소는 항상 똑같았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자 그러면, 행복한 오늘 하루를 위한 암구호를 발표하겠습니다. 밝은 곳에서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아나운서의 발언이 끝나면 매일 달라지는 암구호용 문장이 등장한다. 가령 오늘은 이러했다.

[ 호랑이가 토끼 고기를 먹으면 OOO() 부러워한다 ]

암구호를 확인한 국민은 ‘OOO’에 무엇이 들어갈지를 떠올려야 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을 내뱉어야 했다. 정답은 없다. 그냥 생각나는 아무거나를 떠올리고, 그것이 그날 하루 동안 사용할 본인의 암구호가 되는 거다. 가령, 이곳 아파트의 한 가정을 들여다보면 이러했다. 엄마는 호랑이아빠는 고양이딸은 거북이를 말했다.

아으! 왜 난 이상하게 거북이를 떠올렸지? 다른거로 바꿀까?”

안 되지. 가장 처음에 떠오른 것만 효과가 있잖니? 거짓말 뇌파가 다 잡힌단다.”

거북이 좋은 암구호일지도?”

딸은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나섰다. 계획적으로 잘 정비된 도시에는 자가용이 따로 없었다. 자율 주행으로 운영되는 정부 택시가 어디든 서 있다. 딸은 택시 앞문을 열고 암구호를 외쳤다.

거북이.”

자율 주행 AI가 딸의 음성을 인식했고, 빠르게 판단 결과를 내놓았다.

[ 거북이. C등급 이동 수단 대상자입니다. 가까운 정부 자전거를 이용하세요.]

으악! 이럴 줄 알았어!”

울상이 된 딸은 허탈하게 택시 문을 닫고 자전거를 타러 갔다. 반면, 출근길에 나선 아빠와 엄마는 달랐다.

[호랑이. A등급 이동 수단 대상자입니다. 환영합니다. 빠르게 목적지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고양이. A등급 이동 수단 대상자입니다. 환영합니다. 빠르게 목적지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부부는 오늘 하루 동안은 정부 택시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그게 이 나라의 교통 복지였다. 학교나 회사에 도착해서도 암구호는 사용되었다. 교문 앞에 도착한 딸은 긴장한 얼굴로 암구호를 말했다.

거북이.”

그러자 교문에 설치된 AI가 딸의 음성을 인식했고, 빠르게 판단 결과를 내놓았다.

[ 거북이. A등급 교육 수단 대상자입니다. A등급 건물로 이동하세요. ]

아싸! 이게 얼마 만이야?”

A등급이 된 딸은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달랐다. 자율 주행 카트가 A등급 학생들을 최첨단 건물로 태워주었는데, 편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나오는 교실은 무려 개인실이다. 푹신한 침대형 소파와 커다란 스크린,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든 냉장고, 기분 전환용 장난감들까지. 딸은 몹시 만족했다.

교통이 C라 별로일 줄 알았는데 교육이 A. 거북이 좋은 암구호일지도?”

딸은 하굣길에 또 기대했다. 정부 자전거를 타고 번화가로 나간 딸은 정부 쇼핑센터건물로 가서 암구호를 말했다.

거북이!”

[ 거북이. D등급 쇼핑 지원 대상자입니다. D등급 카드를 받으세요.]

으익! 그럼 그렇지.”

한숨을 내쉬었다. D등급 카드는 5% 할인 혜택에 불과했다. 만약 A등급이었다면? 100만 원 한도로 80% 할인이다. 파격적인 할인이라 그런지, 사실 쇼핑 등급은 A등급이 잘 안 나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꼭 정부 쇼핑센터를 들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딸은 별수 없이 눈요기만 즐기다가 부모님의 연락을 받았다.

. 어디야? 오늘은 저녁을 좀 일찍 먹자. 정부 식당가로 올래?”

진짜? 벌써 퇴근했어?”

. 엄마랑 아빠랑 둘 다 회사에서 노동 지원 B등급 떠서 3시 퇴근이야. 4시쯤 볼까?”

딸은 정부 식당가로 가서 부모님과 합류했다. 사실, 이 나라의 국민은 대부분 저녁을 외식했다. 정부 식당가의 암구호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 거북이. B등급 식사 지원 대상자입니다. B등급 메뉴를 선택해주세요. ]

[ 호랑이. A등급 식사 지원 대상자입니다. A등급 메뉴를 선택해주세요. ]

[ 고양이. C등급 식사 지원 대상자입니다. C등급 메뉴를 선택해주세요. ]

가장 공평한 복지는 무작위 복지

등급별로 지원받는 무료 메뉴는 달라도, 가족이면 그냥 같이 모아서 먹어도 됐으니 외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 이 나라는 혼자보다 대가족이 유리했다. 과거 핵가족화 흐름은 등급별 복지정책이 탄생하면서부터 대가족 체계로 바뀌었다. 식구가 많을수록 유리한 점이 많았으니까.

“ABC 다양하게 나왔네?”

저번처럼 CDD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러면 메뉴를 골라볼까?”

일단 A등급은 푸팟뽕커리 먹자! 양 곱빼기로 시켜서!”

커리? 며칠 만에 A등급인데, 소고기 구워 먹는 건 별로야?”

가족은 토론을 통해 훌륭한 저녁 식탁을 차렸다. 식사 중에 딸은 오늘 받은 교육 복지 A등급을 자랑했고, 부모님은 기뻐하며 뭘 배웠느냐고 물었다. A등급 교육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수업해주니까 말이다.

! 전 세계에서 가장 공평한 복지를 실현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배웠어.”

기술 혁명으로 인해 넘쳐흐르는 복지가 가능해졌을 때, 사람들은 궁극의 공평을 추구했다. 선별적 복지나 보편적 복지는 완벽하게 공평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가장 공평한 복지는 무엇인가? 그 답을 내린 것이 바로 무작위 복지였다. 사람들은 운명에 맡길 때야 공평하다고 받아들였던 거다. 처음 정책 시행 때는 저항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사람들은 운을 가장 공평하다고 여겼고, 암구호를 선택하는 게 자신이라는 점에서 만족했다. 비록 그 자유의지란 게 얼마든지 유도가 가능한 착각이란 것을 모르긴 했지만 말이다. 특이하게도 이 국가의 복지 예산은 매년 평이했다. 운에 맡긴 무작위 복지임에도 그렇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정부가 국민의 무의식을 조종한 증거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암구호를 결정하는 게 나 자신인데 무슨 조종이냐고 말이다.

특히 국민이 의문을 품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존재가 있었으니, S등급이다.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S등급의 미친 혜택은 사람들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으니, 이 도박 시스템에 중독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 나라의 국민은 이 기묘한 복지 시스템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어떤 등급을 받게 되더라도 공평했다고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기묘한 복지 시스템이 만든 풍경

밥 먹고도 시간이 남는데, 문화생활 등급도 확인해볼까? 혹시 S등급 뜨면 해외여행 바로 출발해야지.”

아쉽게도 S등급은 안 떴지만, 그래도 세 가족은 알차게 뮤지컬까지 즐긴 뒤 밤늦게 귀가했다. 아파트에 도착한 세 사람은 암구호를 말했다.

[ 거북이. A등급 거주 지원 대상자입니다. 10포인트를 적립합니다. ]

! 거북이로 점수 많이 올랐다! 이렇게만 모으면 우리 다음에는 펜트하우스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정부 지원 주택은 2년 단위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2년 동안 적립한 포인트로 이사 갈 곳을 정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가족이 많을수록 유리한 제도였다. 그래서 이들 가족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굳이 집에 모시고 살았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하루 두 번 암구호는 말할 수 있었으니까. 아파트 포인트 적립할 때 한 번, 그리고 요양 지원 등급 받을 때 한 번. 노인은 쓸모가 있었다.

아버님. 저희 왔어요. 저녁은 아주머니가 차려주셨죠? 오늘 A등급 떴으니까 두 분이나 와서 돌봐주셨을 거잖아요.”

으응그래

세 가족은 예의상 할아버지 방에 얼굴을 한번 비춘 뒤, 곧장 거실로 나와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아직 암구호를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은 남아 있었으니까. 온종일 암구호로 살아온 세 가족은 내일의 암구호를 기대하며 그렇게 하루를 마감했다. 전국의 모든 가정이 그러했다. 이것이 이 나라의 기묘한 복지 시스템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디지털 감성작가김동식 단편소설(4)

천벌 발전소

사진:getty images bank

수십 년간 한 나라를 지배한 독재자가 아주 잠깐 권력을 놓고 물러났다. 대형 스캔들을 방어하는 방편이었고, 어차피 그의 최측근이 뒤를 이었다.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올 게 뻔했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벼락을 맞아 사망해버린 거다.

뉴스를 접한 국민 사이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은 천벌을 받았다였다. 얼마 지나자, 정말 그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게 되었다.

? 시체 위로 번개가 계속 친다는데?”

독재자의 시체 위로 번개가 계속해서 내리꽂힌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거의 1분 간격으로 번개가 쏟아지는 바람에 시체를 수습해야 할 사람들이 아예 접근조차 못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은 곧 영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조작이 아니라 진짜라고?”

진짜 천벌이네! 이건 정말로 하늘이 노한 거야!”

어떤 이들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천벌을 보겠다며 황급히 찾아갔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고 저놈이 드디어 벌을 받는구나!”

독재자 시체 이용한 번개력 발전소

멀리서도 번쩍번쩍하는 하늘의 모습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가장 완벽한 길잡이였다. 정말 많은 국민이 이 기현상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정부에서 황급히 통제하려 했지만, 인파의 힘을 막기가 힘들었다. 수십만 명이 몰려들었고, 정부는 떨었다. 누군가 이들을 주도하여 정권 전복이라도 꿈꿀까 봐서 말이다. 결국 군대까지 동원되었지만, ‘천벌이라는 개념을 탑재한 대중의 힘을 이기긴 힘들었다. 겨우 100미터 접근 금지 라인을 긋는 데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현 국가의 수장은 크게 당황했다. 단지 임시로 맡아둔 것이었지만, 흘러가는 꼴을 보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가? 발 빠른 손절이 이루어졌다.

그는 명백한 독재자였습니다! 모든 죄에 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가겠습니다!”

독재 정권을 상대로 수십 년 만에 정의가 승리하다니? 시민들은 환호했고, 또 의기양양했다.

하늘이 정의의 편이다. 만약 누구든 또 다른 독재자가 나타난다면 저 벼락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권력자들은 몸을 사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과학적으로 전혀 이해가 안 가는 현상 앞에서는 돈도 권력도 소용이 없었다. 자 그러면, 모든 상황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와중에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근데 저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지?”

놀랍게도 독재자의 시체는 크게 손상되지도 않았다. 마치 계속해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온전한 형태로 번개를 받아들였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장이었는데, 장례는 치러야 하지 않나?”

미친 소리!”

장례 얘기를 꺼낸 사람들은 돌 맞는 걸 각오해야 했다. 살아있으면 모르되, 이미 죽은 독재자의 예우 따위 챙겨줄 이유가 없었다. 현 권력층도 적극적으로 독재자를 적대해야만 유리한 판국이었으니, 국장 같은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다만 장례는 몰라도 시체를 수습하긴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방법이 난감했다. 1분 간격으로 번개가 치는데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첫 번째 시도는 1분 사이에 재빨리 시체를 옮기는 행위였다. 하지만 번개가 시체를 따라다닌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되었다. 피뢰침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옆에 피뢰침을 설치해도 시체에 먼저 맞은 다음에야 옮겨갔다. 그러면 시체를 원격으로 소각하는 건 어떨까? 고민이 되는 사이, 시민들은 말했다.

뭘 치우나? 그냥 천벌의 상징으로 그 자리에 그냥 두고 구경거리로 남기지.”

많은 이가 공감했는데, 누군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나라는 석유도 안 나고, 가스도 안 나는 소국인데, 번개가 생겼네요? 독재자의 시체를 이용하여 번개력 발전소를 짓는 게 어떻겠습니까?”

독재자의 몸에 떨어지는 천벌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든다? 순식간에 과학자들이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사실 번개는 발현 즉시 공기 중으로 에너지가 퍼져서 전력을 모으기가 힘들지만, 그건 무작위일 때 얘기죠. 만약 일정 간격으로 한 점에 떨어지는 번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민은 크게 흥분했다. 그동안 국가를 좀먹은 독재자였기에 이 행위 자체에 큰 울림이 있었다. 농담처럼 시작된 번개력 발전 프로젝트는 결국 엄청난 추진력으로 진행되었다. 전국의 석학이 모여 발전소를 디자인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였기에 순식간에 지어질 수 있었다. 한 달도 안 되어 기본 골조가 완성되었고, 곧장 독재자의 시체가 이동되었다. 그날 생중계는 장관이었다. 1분 간격 틈틈이 독재자의 시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번개의 길이 이어졌으니, 먼 곳에서 하늘을 보면 벼락의 길이 이어지는 광경이었다. 마침내 발전소의 핵에 독재자의 시체가 놓이고, 발전소가 가동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죽은 독재자를 칭찬하는 국민들

국민 여러분! 성공입니다! 전력 응집이 됩니다! 어마어마한 전력입니다!”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번개의 순도가 높았는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는지 몰라도, 번개로 만들어지는 전력의 양은 장난이 아니었다.

전국의 모든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보다 독재자의 시체 하나로 만들어진 전기가 훨씬 더 큽니다!”

충격적인 결과에 전국이 흥분했다. 자원이 없는 작은 소국에서 전기 수출국으로 변모할 수도 있을 정도의 엄청난 일이었다.

국민 여러분! 에어컨을 펑펑 트십시오! 우리나라는 이제 전기 걱정이 없는 나라입니다!”

무한에 가까운 전기는 온갖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했다. ‘독재자발공짜 전기가 전국으로 송전 되면서 전국의 가정이 환해졌다. 시민들은 통쾌하게 즐겼다.

독재자 전기로 만드니까 밥맛도 더 좋은 것 같네!”

아유 에어컨 시원하다~ 그놈이 죽었을 때 속이 다 시원하더니, 에어컨도 참 시원하네~”

국민은 크게 만족했다. 심지어 독재자를 칭찬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놈은 평생 죄를 짓더니 죽어서야 도움이 되는구나.”

내 생에 그놈이 고마워질 줄은 몰랐네? 하이고 고맙다~”

과연 독재자발 전기가 언제까지 공짜일 줄은 몰라도, 일단 당장은 이 무한한 전력을 누렸다. 한데 얼마 뒤, 문제가 생겼다.

긴급 속보입니다! , 번개가 멈췄습니다!”

독재자의 시체 위로 쏟아지던 벼락이 멈춰버린 거다. 물론 언젠가 멈추지 않겠느냐 예상을 한 적이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멈춰버리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 새로운 뉴스가 혼란을 더했다. 번개가 가끔 한 번씩 내려친다는 뉴스가 말이다. 왜지? 사람들은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완전히 멈췄으면 그냥 발전소를 포기했겠지만, 조금씩 떨어지니까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다시 천벌이 예전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국가는 원인과 해결을 찾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사실 처음 천벌 현상이 일어났을 때부터 많은 학자가 천벌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으니, 거기서 조금만 연구 방향성을 틀면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로 발표된 내용 중에 이러한 게 있었다.

저런 천벌을 받을

그가 수십 년간 독재를 펼치면서 얼마나 많은 이가 천벌을 바랐겠습니까? 혹시 천벌을 바라는 사람의 기원 한 번 당 천벌 한 번이 이루어진 거 아니겠습니까? 1분에 한 명씩이니까 한 달 43,200, 1518,000. 인구 비율적으로 꽤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다 지금은 진심으로 천벌을 바랐던 사람들의 숫자가 다 끝나버린 거 아닐까요? 간간이 번개가 치는 것은 최근에 천벌을 바라게 된 사람들의 기원이 이루어진 것이고요.”

꽤 일리가 있었기에 한 가지 방법이 시도되었다. 방송으로 독재자의 악행을 자세히 재조명하여 내보내기 시작한 거다.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쏟아지고, 묻혔던 진실들이 파헤쳐졌다. 수십 년의 독재 동안 펼쳐진 인면수심의 악행들이 낱낱이 알려졌다. 국민은 분노했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저런 천벌을 받을!”

그러자 놀랍게도 발전소의 하늘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천벌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1분 간격으로 번개가 내려치고 있습니다!”

무한한 전력이 다시 돌아오자,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독재자의 악행을 광고했다. 감정 이입이 쉽도록 드라마와 소설 등의 창작물로도 적극 권장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은 국가였던 이 나라는 최고의 수출품을 발명했다. ‘독재자의 악행이라는 수출품을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그 독재자의 악행이 알려졌다. 전 세계 인류가 독재자의 끔찍한 짓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저런 천벌을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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