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배드민턴, 양궁처럼 체계적이었으면…분노가 내 원동력"/홍규빈
[올림픽] 안세영 "배드민턴, 양궁처럼 체계적이었으면…분노가 내 원동력"
작심 발언 후 첫 언론 인터뷰…"단식·복식 훈련 구분돼야"
"대표팀 훈련, 부상 위험 커…설명 없이 대회 출전 막기도"
실점에 아쉬워하는 안세영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에게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4.8.5 yatoya@yna.co.kr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은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그가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획득하고 '작심 발언'을 한 지 6시간 뒤에 전화로 진행됐다.
당시 안세영은 "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상 관리'는 하나의 사례였을 뿐, 안세영의 문제의식은 대표팀 시스템 전반에 닿아있었다.
안세영은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면서 "선수에게 '이번이 기회다'라고 말할 것만이 아니라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부터 '작심 발언'을 준비했는지 묻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8년이라고 답했다.
안세영은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제 분노였다"면서 "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제 꿈은 어떻게 보면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금메달 획득하고 환호하는 안세영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2024.8.5 yatoya@yna.co.kr
먼저 안세영은 선수 육성과 훈련 방식이 단식, 복식별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은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뉘어야 하고 훈련 방식도 각각 체계적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복식 종목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돼 왔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항상 성적은 복식이 냈으니까 치료와 훈련에서 복식 선수들이 우선순위였다"고 했다.
그래서 안세영은 차라리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고 한다.
안세영은 "타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메달 깨물어 보는 안세영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2024.8.5 yatoya@yna.co.kr
안세영은 대표팀 훈련 방식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은 "근력 운동 프로그램이 1년 365일 동안 똑같고, 배드민턴 훈련 방식도 몇 년 전과 똑같다"면서 오히려 부상 위험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부상이 안 오게 훈련하든지, 부상이 오면 제대로 조치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부상은 오고, 훈련은 훈련대로 힘들고, 정작 경기에는 못 나가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도 비판했다.
안세영은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말했다.
사후에라도 설명을 요구할 순 없었냐고 묻자 "물어보지도 못하는 시스템과 분위기다. 대회가 끝나면 끝인 상황에서 제가 물어볼 기회가 없다. 미팅조차 없다"고 답했다.
안세영은 마지막 한 마디로 인터뷰를 마쳤다.
"협회와 체육계 관계자들 모두 이 문제들에 있어 회피하고 미루기보단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안세영 '내가 해냈다'
안세영 작심 발언에... 문체부, 배드민턴협회 들여다본다/이가영 기자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리에 테이핑을 한 채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6일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의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파리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5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대0으로 완파했다. 안세영은 경기가 끝나고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긴 힘들 것 같다”며 향후 국제 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이 심각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취재진에 “작년부터 예측했던 일이다. 배드민턴협회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안세영이 올림픽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무엇이든 올림픽 끝나고 하라고 설득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자 안세영은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의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 끝에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 달라”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28년 전 난 저렇게 못했을까”…안세영 지켜본 방수현, 왜 이런 말을/이상규 기자 2024 파리올림픽 ◆
28년 전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방수현 선수. [사진출처 = 영상 캡처]사진 확대
방수현 MBC 올림픽 해설위원이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 선수를 보고 감격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28년만에 단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안세영은 이날 결승에서 만난 중국의 허빙자오를 2-0으로 누르고 세계 랭킹 1위 다운 위엄을 뽐냈다.
무엇보다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쓴 안세영의 경기를 28년 전 금메달의 주인공인 방수현이 중계를 맡아 그 의미가 컸다.
파리 현지에서 김성주 캐스터와 함께 중계에 나선 방수현 해설위원은 경기 시작 전부터 “저의 28년 전 올림픽 결승 무대보다 더 떨린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확정지었을 때 방 해설위원은 “제가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았다”며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김성주 캐스터는 “패자에게도 매너가 좋다. 본인의 승리 세리머니를 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고 안세영의 인성을 극찬했다.
자신의 경기를 찾아준 관중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안세영의 당당한 모습을 지켜본 방수현은 “저는 왜 그렇게 화려한 세리머니를 못했을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 안세영 선수의 경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계 끝나고 빨리 뛰어 내려가서 안세영 선수를 안아보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까지 보였다.
안세영, 초1때 백사장 수㎞ 뛰어…떡잎부터 남달랐다”/한현묵
초등학교 시절 첫 스승 최용호 감독 회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체력·끈기 모두 남달랐어요. 세계 유망주라 생각했죠.”
올림픽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수확한 광주·전남 출신 안세영(22·삼성생명)의 꿈나무 선수 시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안세영의 첫 배드민턴 스승인 최용호 감독(강원도 인제 초중등 배드민턴팀 감독)은 6일 안 선수에 대해 “떡잎부터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안세영이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했던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체육인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광주 풍암초등학교에서 만난 최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를 키워낸 스승이기도 했다.
최 감독이 기억하는 안세영의 첫 인상은 어린 나이에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프로였다.
1학년 배드민턴팀 입단 직후 향한 전지 훈련에서부터 그의 끈기는 돋보였다. 고학년 언니 오빠도 힘들어하는 백사장을 수㎞를 뛰었다.
최 감독은 “첫 훈련이라 제안만 했는데, 어린 아이가 힘들어 눈물을 흘리면서 몇 시간 동안 고강도 훈련을 완수하는 정신력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월등한 체력과 탁월한 경기력도 돋보였다.
매일 4~8시간 훈련을 거르는 적이 없었다. 강인한 체력 덕에 훈련을 도우러 온 중학생 선수들도 안세영과 게임하는 것을 꺼려했다.
상대 선수의 경기 특성을 파악해 공격·방어하는 게임 전략도 척척 구사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안세영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지만 최감독은 그를 붙잡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최 감독은 “공부 1등은 못할 수 있지만 세계 배드민턴 1등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세영을 설득, 배드민턴계에 안착시켰다.
광주체육중학교 소속 안세영은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전승을 거둔 뒤 중학생으로는 처음 단식 대표로 선발됐다. 2019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신인상을 받았다.

안세영은 이날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9위·중국)를 상대로 2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배드민턴 계에 새 역사를 썼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배드민턴 여성단식 방수현이 결승에서 승리한 이후 28년 만이다. 배드민턴 전체 경기에서도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 복식 이래 16년 만의 금메달이다.
최 감독은 “국내외 선수들이 안세영을 주목하고 있다”며 “흐트러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한국인물. 우리 시대의 거장, 스승을 말하다(월간중앙 연재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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