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수필 6

들어가며 신개념 캥거루의 탄생

by 자한형 2024. 10. 30.
728x90

 

들어가며_신개념 캥거루의 탄생/새로운

아침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면, 부엌에서는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있다. 거실 가득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온다. 운동화를 벗고 부엌으로 달려가니, 엄마가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다.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며 농담을 던진다.

"아이고, 어머님! 아침 문안 인사드리옵니다." 피식 웃으며, 엄마는 한마디 한다.

"참나."

그녀의 어깨 근육이 단단한 걸 느낀다. 30년 넘게 아빠와 함께 운영해 온 식당에서 쌓인 '생존 근육'이다. 엄마의 체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출근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욕실 문을 여는 순간!

"으악! 아빠!"

아빠는 한 손에 신문을 들고 큰일을 보고 계신다. 나는 외친다.

"아빠, 문 좀 잠그라니까!"

뒤에서 엄마가 웃는다. "아이고, 너네 아빠도 참."

화목한 3인 가족처럼 보이는 순간이지만, 여기엔 한 가지 큰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은 바로 나, 이 집의 막내딸. 서른아홉, 곧 마흔을 앞둔 미혼 여성이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캥거루 경력직 34년 차다.

"결혼을 하든 독립을 하든, 왜 아직도 저러고 있어?"

워워 진정하시라. 벌써부터 당신의 비난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내게도 할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밥벌이는 하고 있고 생활비도 부담한다. 그리고, 독립생활도 해봤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본가로 돌아왔다. 그 사정이 뭐냐고?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차차 알아가기로 하자.

캥거루족, 이들은 누구인가?

인터넷에서 '캥거루족'을 검색하면 불명예스러운 정의들이 넘친다.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등장했다. 당시 치솟는 실업률과 집값 때문에 많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그 모습이 캥거루가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캥거루족의 모습도 달라졌다. 경제적으로 자립했지만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태면서 함께 사는 신캥거루족,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리터루족, 심지어 중년 캥거루족도 등장했다. 그 이유도 다양하다.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경우,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 혹은 정서적 교류를 위해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2024년 현재에도 번번이 쓰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5세에서 39세 사이의 미혼 청년 중 약 절반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내 주변을 봐도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리터루족, 돌아온 막내딸의 사정

나는 한때 독립해 1인 가구 생활을 했던 리터루족이다. 집값 비싼 서울에서 홀로 살아보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다.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시작하는 아침,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아파트. 꿈꾸던 그런 삶을 살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뒤늦게 왔지만 그저 얹혀사는 자식이 되고 싶진 않았다. 실제로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정서적으로 의지가 되며, 때로는 디지털 기기를 가르쳐 드리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자녀로서, 한 명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하루하루 나의 역할을 개척해 가고 있는 중이다. 부모님은 내게 많은 것을 주셨고 이제는 서로 의지하는 시대가 왔다. 나는 단순히 보호받는 딸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작지만 중요한 지원군으로서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글은 세상 물정 몰랐던 가득했던 불량 캥거루가 세상 풍파 다 겪은 후 돌아와 효녀가 된 여정을 담았다. 낮아지는 취업률과 솟구치는 집값 그리고 고령화 문제까지. 살기 점점 팍팍해지는 이 시대에 아직 결혼 안 한 싱글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성인 자녀들을 위해 이 글을 바친다.

우리 집 캥거루 1, 2

", 그만 일어나!"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맞고 억지로 눈을 뜬다. 방문을 열자마자 눈에 띈 건 해가 중천인데도 무릎 늘어난 추리닝을 입고 머리를 긁적이는 캥거루 1, 우리 오빠. 그의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어지럽게 흩어진 이력서가 보인다. 어제까지 썼던 듯.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백수 삼촌이 있다면, 우리 집엔 그와 흡사한 캥거루 오빠가 있었다.

이 오빠, 한때는 잘 나가던 해외 기업 직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돌연 귀국. 이유는 국제결혼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귀국 후 그가 생각했던 "나는 해외 경험도 있고 영어도 하니, 취업은 식은 죽 먹기지!"는 환상이었다. 현실은매일 거실에서 TV와 누워서 일심동체가 된 그의 모습이었다. 엄마는 "아들놈 보느라 속병 생길 지경"이라며 등짝 스매싱을 갈겼지만, 다행히 나중에 취업 성공했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지만, 그때가 떠오르면 나까지 한숨이 다 나온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 집 캥거루 2, 내가 있다. 오빠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서른 후반의 싱글. 아직 한 번도 결혼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할지 미지수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 직장도 있고, 내 명의 집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과 함께 산다. 게다가 이곳에선 집안일도 제일 많이 하고, 명절 준비부터 부모님 생신,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는 만능 집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는 '부메랑 키즈'. 한때 독립해 살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 자녀.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 불발 후 훌훌 떠났지만, 정서적, 경제적 이유로 다시 컴백했다. 혼자 사는 낭만을 꿈꾸며 집을 나왔던 내가, 혼자 깨는 아침이 생각보다 외롭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비싼 집값이 독이 되어 나에게 가장 큰 적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남들 신혼집 꾸미듯 열심히 채웠던 가구와 가전은 다 처분하고, 작은 캐리어 하나로 본가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캥거루 2'가 되었다.

하지만 불명예스럽지는 않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도 나름 열심히 노오력을 했다. 재수해서 서울 4년제를 졸업하고 잡지사에 취업했지만 고된 업무와 박봉에 퇴사, 계약직으로 2년 더 일하고 2년의 시험 준비 끝에 겨우 자리 잡은 직장. 하지만 연봉은 여전히 그저 그런 수준이다. 그런데도 나는 열심히 산다.

대한민국 캥거루 족의 비애

대한민국 캥거루족의 비애는 자녀도 부모도 열심히 살지만 독립과 결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서울의 집값은 하늘을 찌르고, 12억에 달하는 집값을 보며 나는 월급을 모아도 언제쯤 내 집이 생길지 막막하다. 226개월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니, 그게 가능한 일일까? 결혼도 비슷한 얘기다. 모아둔 돈으로 결혼 준비는커녕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빠듯한 현실이다.

결국 대한민국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집안에서 소소한 월급을 모으며 미래를 준비한다. ‘언젠가는 나가리라라는 마음을 품고 있지만,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이래저래 꾸역꾸역 모아둔 돈으로 겨울을 대비한다. 그런데, 그 겨울이 언제 올진 여전히 미지수다.

캥거루 2호의 인생 2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움츠러들 수만은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부모님의 짐이 아닌 자랑스러운 룸메이트가 되어야겠다고. 당장 결혼하고 애 낳아서 손주를 안겨 드리는 종류의 효도는 할 수 있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기로.

나는 이 집에서 나의 역할을 찾고, 가족에게 기여하는 캥거루 딸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가 아닌, 함께하는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이렇게 나는 '돌아온 캥거루의 인생 2'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족 안에서 나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보려 한다. 그래서 나와 부모님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찾아가고자 한다. 우리는 점점 개인화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가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지 않았다면, 내 원가족에서의 역할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님과의 동거 속에서 가족의 일원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를 다시 찾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아직 결혼하지 않았거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면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지켜봐 주길 바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캥거루였으니.

아이고이거 또 참 미치겠네

, 이것 좀 봐줘 봐라. 이건 또 왜 이러는지,

나 원 참답답해가지고 참

월요일 아침, 방문 너머 아빠의 앓는 소리가 들린다.

출근 준비로 정신없던 나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깨어난다. 아빠는 분명 휴대폰을 하다가 무언가 막힌 것이다. 사안은 둘 중 하나일 확률이 크다. 매일 아침 듣는 라디오 어플에 문제가 생겼거나, 블루투스 이어폰이 연결되지 않거나.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710.

다행히 집을 나서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일을 최대한 빠르게 마칠 계획을 세운다. 빠르고 신속 정확하게..!. 이번에는 스팸이 문제였다. 무료 어플을 쓰면서 종종 저절로 깔리는 스팸 어플. 간단히 제거하고 다음엔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드렸다. 분명 얼마 안 가 또 물어보시겠지만

내가 집에 들어온 후로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휴대폰을 들고 내 방문을 두들기신다.

때로는 출근길에 때로는 퇴근 후 주말, 평일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디지털 관련 민원은 끝이 없었다. 부모님에게 21세기 디지털 유니버스는 너무나 광활한 세상인 듯했고 나는 이 참의 디지털 보안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우리 집의 디지털 민원 전담반’.

담당자는 나, 팀장도 나, 총괄도 나다. 주 고객은 부모님. 고령의 두 분이 이 방대한 디지털 세상에서 정처 없이 떠돌지 않도록 기꺼이 돕는 일을 한다. 특히 나를 자주 찾는 민원인은 아빠다. 그는 유튜브를 즐겨 보고 은행업무부터 간단한 물건 구매까지 모두 휴대폰으로 다 하신다. 이제 웬만한 건 혼자 하실 수 있을 정도로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나름 고령의 디지털 유저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여전히 어플이나 웹 서비스를 사용에 어려움이 많이 겪고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시대지만 아직도 웹이나 모바일 상 인터페이스는 젊은 사람들 위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어플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요하고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은 많고, 때에 따라 앱 추적 금지 요청이나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사항등은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일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민원인의 주된 요청 사항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 집 민원인의 주된 민원사항

1. “이건 왜 자꾸 청소를 하라는 거냐?”

: ‘를 무작위로 누르면서 깔린 스팸 광고 어플이다

2. “이건 왜 자꾸 멈추는 거냐?

: 대체로 앱이나 프로그램 업데이트 중이다.

3. “인증? 뭘 자꾸 인증하라는 거냐? :

: 결제나 송금 등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민원이다. 아마 30번쯤 설명해 드렸겠지만 진전이 없다.

4. “추적을 허용? 누가 나를 추적해?”

: ‘아니요를 누르면 되지만 아빠는 모바일에서 대체로 '예스맨'이 된다.

5. “이거 피싱이냐?”

: 아빠가 쓴 카드 내역 알림 문자인 경우가 많다.

우리 집 민원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무언가를 잘못 누르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

: 아마도 터치 한 번으로 거액의 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거나 휴대폰이 폭발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2. 휴대폰 터치 화면을 꾹, 오래 누르신다.

: 정전 터치 스크린을 이해를 못 하신다. 이것 역시 아무리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다. 버튼이나 다이얼식 화면에 익숙하셔서 그런 것 같다.

3. 저번에 물어본 걸 또 물어본다.

: 어쩔 수 없다

고령의 유저는 학습속도가 느리다. 반응 속도로 느리다. 그리고 반복적이다. 당연하다.

물론 가장 힘든 건 당사자겠지만 그때마다 나는 나 대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친절과 봉사 정신으로 고객을 상담하기' '절대 짜증 내지 않기'. 하지만 반복되는 질문에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처음에는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다가도 곧잘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버린다. 덕분에 요즘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분들의 노고에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고충은 다음과 같다.

민원 담당자의 고충 |

1. 반복적인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

매일 같은 문제로 같은 상대와 씨름하다 보면 쉽게 피로해지고 성격도 안 좋아진다.

2. 24시간 대기조.

민원인은 가족이다. 따라서 매일 봐야 한다. 민원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우리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3.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을 때 따라오는 후회와 자책

민원인은 부모님, 부모님께 짜증을 내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다. 따라서 가장 주의해야 한다.

국내 노인 디지털 소외 현상은 비단 우리 집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고령인, 농어민 등 정보 취약계층이 디지털 정보 활용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바일 기기 보유나 인터넷 접속 부분에서는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 정보 역량이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일반국민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계층 별로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 취약계층 중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70.7%로 가장 낮았다.

물론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정부 및 지자체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디지털 격차로 인해 노인의 인권침해 최소화'를 위해 노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디지털기기 개발과 보급 지원, 아날로그 접근권 보장, 헬프데스크 설치 등을 권고했다. 실제 서울시는 공공시설에 디지털 안내사를 배치하고 다중이용시설을 순회하며 노인들에게 키오스크 활용법과 스마트폰 이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어디까지나 공공 위주일 뿐 실제 노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빠가 어플 사용법을 알기 위해 매번 민원센터나 안내사를 찾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이 겪는 문제가 금융상품 이나 금융사기와 관련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범죄 피해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2019년 이후 4년 새 4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아빠 휴대폰에도 주식 리딩이나 투자 유도, 피싱 등의 금융 스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처음에는 지워드리다가 직접 전화번호 차단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도 너무 많아서 소용이 없다.

어르신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내 노인 업무 전담반 설치, 모바일 및 웹 사용 시 인터페이스의 간소화 및 규격화, 소프트웨어 별 노인 전용 액세스 만들기 등 현실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쉽게 말해 5명 중 1명이 고령이 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모든 고령자에게 디지털 민원 전담반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우리 부모님처럼 천하의 불효녀를 데리고 사시거나 홀로 거주하시는 노인분들이 소외 없이, 편리한 디지털 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처럼 가정 내 민원인이 계신 자녀분을 위해 부모님을 위한 디지털 민원 응대매뉴얼을 만들어 보았다. 부디, 가내 평화를 빈다.

가내 고령자를 위한 미디털 민원응대 매뉴얼

1. ‘VIP 고객마음가짐 장착

부모님은 중요한 VIP 고객! 웃으며 "뭐가 또 안 될까?" 하고 질문을 여쭙는 것부터 시작해요.

절대 짜증은 금지! 친절한 톤을 유지하세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2. 자주 묻는 문제 모니터링

자주 묻는 문제는 메모해 두세요. 블루투스 연결? 은행 인증서? 그 문제들, 작은 문제은행에 기록해 두고 언제든지 답변 준비!

3. 은행 업무 해결: '원스텝 안내'

인증서나 은행 앱은 두려운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아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하나씩 차근차근 눌러주며 문제 해결!

4. 블루투스 연결법

라디오 연결이 안 될 때, 무조건! Bluetooth ON -> 목록에서 선택 -> 연결 버튼을 차례로 알려드리세요.

기억 못 하셔도 괜찮아요. "아빠, 이건 우리가 같이 한 번 더 하면 돼요!"라고 긍정적으로 대답해 주세요.

5. 스팸성 문자 해결: '불청객 신고하기'

스팸 문자가 오면 "이건 안 좋은 문자!"라고 알려드리고, 차단 방법을 함께 클릭!

차단이 안 되면 "이건 고객센터에 신고 접수해 드리겠습니다!"로 응대.

6. 재미있는 해결 팁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아빠, 오늘의 스마트폰 해결사!”라고 유쾌하게 마무리.

성공했다!’라는 느낌을 주어 자부심을 느끼게 해 드려요.

7. 내일 또 오실 걸 아는 마음가짐

매일 똑같은 질문에도 한결같이 다시 한번 도와드릴게요!”라고 답변하세요. VIP 고객은 매일 만족해야죠!

 

'현대수필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IMF생존기  (7) 2024.11.12
간조  (2) 2024.11.11
혼자 먹는 밥맛의 깊이  (1) 2024.10.30
그들의 신접살이  (0) 2024.10.29
받침 그 위  (1)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