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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18. 나의 문학 이야기

by 자한형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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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이야기 전상국

문제는 작가가 되려는 내가 어휘력과 문장력이 형편없다는, 치명적인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나는 말을 할 때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고 말의 조리가 잘 안 선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중략>

내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쓴 소설 한 편을 황순원 선생님께 건넨 것은 2학년 가을쯤이었습니다. 한 달이 좀 더 지난 어느 날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그 소설을 돌려받았지요. "잘 썼더구만." 작품을 건네주며 하신 이 한마디로 나는 하늘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취방에 돌아와 흥분된 상태에서 원고를 펼쳐 본 나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원고 곳곳이 선생님의 연필 글씨로 고쳐져 있었던 것입니다.(대학때스승의의례적칭찬에기뻐했다가크게낙심한경험을통해글쓴이가문장과어휘력이형편없었음을밝히고있다.) 주술 관계가 맞지 않는 문장은 줄이 처져 있었고 적절치 않은 낱말 하나하나가 지적된 뒤 모두 다른 말로 고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내 문장이나 어휘력이 형편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크게 일깨워 준 사건이었지요.

*어휘력과 문장력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음.

작가가 된 뒤에도 이 열등감은 여전했습니다. 작가로서 내게 가장 열등한 부분이 어휘력 부족과 문장 구사력이라는 생각은 쓰는 일에 대한 절망을 안겨 주곤 했지요. 모처럼 구상된 이야기가 원고지만 펴 놓으면 캄캄 막혀 버리는 겁니다.(작가가되고도열등감때문에절망했던기억을토로하고있다.글쓴이의열등감이얼마나뿌리깊었는지알수있다.) 막상 쓰는 일에 몰입하고도 뜻대로의 다시 고쳐 쓰는 작업을 할 때마다 단 한 장의 파지도 없이 술술 끝까지 글을 써 완성한다는귀재연하는(세상에서보기드물게뛰어난재능이있는것처럼뽐내는) 동료 작가들에게 기가 죽곤 했지요. 그렇게 기가 죽은 상태에서 오기처럼 뻗쳐 나오는 생각이 있었지요. 별 어려움이 없이 대번에 술술 써 낸다는 그 작가의 문장은 그런 유의 낮은 독자를 만날 것이고 내가 만나려고 하는 독자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이었지요.

나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휘력과 문장력에 대한 열등감을 어느 정도 극복케 했지요. 나중에 보니까 다른 작가들도 사실은 다 나처럼 고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조세희 작가가 단 한 문장을 위해 하룻밤을 새우기도 한다는 말이 시사하는 것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어휘력과 문장력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함.

적절한 어휘를 찾기 위해 국어사전 등을 뒤지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은 내가 보다 좋은 어휘를 찾아 쓰는 '언어 다루는' 그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일종의 장인 정신, 그 신명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는 일깨움이었던 것입니다.(글쓴이가언어다루는일에대한열등감을극복하는데에그일자체에대한사랑과즐거움이결정적영향을끼쳤음을알수있다.) 언어의 조탁 혹은 문장 구문에 대한 긴장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확신 같은 것이었지요. 어떻든 적절한 어휘를 찾고 그것을 구사하는 그 고통스러운 작업이 내가 선택한 문학의 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그 평범한 진리를 신봉하다 보니 나는 어느 날 비교적 적확한 문장, 풍부한 어휘 구사를 하는 작가로 인정받기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노력 끝에 인정받는 작가가 됨.

나뿐이 아니라 모든 작가는 되도록 정확한 문장,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좋은 문장이 꼭 기존 문법에 맞는 문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문법적으로정확한문장이항상좋은문장은아니며,문학에서의좋은문장이란정확성과함께참신성과개성을갖춘것임을강조하고있다.) 어쩌면 기존의 문법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부단히 그것을 깨려는 시도의 참신한 어휘 구사나 좀 독특한 구문 만들기가 문학에서 필요한 정확하고 좋은 문장이 될 것입니다. 정확한 문장보다 더 필요한 것은 내 목소리, 내 말투로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실감 나게 표현하는 작가 고유의 문체 갖기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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