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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26. 다시 나의 전설 슈바빙

by 자한형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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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전설 슈바빙 전혜린

요새 같은 염열(炎熱, 몹시 심한 더위)의 날씨에는 뮌헨에 대한 나의 향수가 더 짙게 느껴진다.

덥지 않은 도시, 안개 낀 비가 자욱이 가려 덮고 있는 도시, 이것이 내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뮌헨의 이미지다.

<중략>

거기가 그립다. 방학에 만약 그곳에 다시 갔다 올 수 있으면…… 이런 공상을 해 본다.

*슈바빙에 대한 그리움

내가 4년 살았던 동네(독일 유학 기간 중 거주한 곳)는 슈바빙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 뮌헨 대학교 미술 대학 주립 도서관을 비롯해 많은 새 책방과 헌책방, 화랑 등으로 특징지어진 뮌헨 문화의 심장부이며 또 가난한 학생과 대학생들, 이방인들이 모여서 사는 이색적인 지대이기도 했다.

뮌헨의 다른 구는 비교적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도시와 구별이 없으나 이 슈바빙 구만큼은 일국적으로 뮌헨적인 곳으로 유명하다.(지역 전체가 그 도시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음)

그곳 주민의 태반을 이루고 있는 학생이나 시인, 작가, 화가, 교수, 음악가 등은 한국에 오더라도 그보다 더 수수하고 초라할 수는 없을 만큼 극단적인 복장을 하고 있고 머리도 안 빗고 안 자르고 안 매는 것을 예사로 하고 있다.(겉모습보다 문화나 학문적 지식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라는 것을 말해 주는 부분이다. 글쓴이는 '슈바빙'의 이러한 특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지구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남아 있는 인종적 편견이 이 구에만은 조금도 없었다. 흑인이건 동양인이건 처음 보는 사람이건 친칭(Duzen)을 사용해서 얘기를 걸고 마지막 담배 꽁초도 나누어 피우고 때로는 공짜로 점심을 먹고 유유히 달아나고…….(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을 지닌 사람들) 아무튼 매우 반시민적인 곳(질서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으로 소시민 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슈바빙 사람이 제대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나는 본 일이 없다. 남자는 언제나 스웨터 바람이고 여자는 넓은 검은 스커트에 검은 스웨터, 검은 양말, 검은 머릿수건, 길게 늘인 금발의 제복이었다. 누구나가 조금씩 더러운 옷을 입어서 여기서는 깨끗하거나 단정한 정식 옷은 우습게 보였었다.(자유로운 감성을 추구하는 '슈바빙'에서 깨끗하거나 단정한 정식 옷은 질서와 규칙에 얽매여 사는 것으로 여겨져 우습게 생각했다는 의미이다.)

또 주위의 건물이나 도로도 대부분 폭격을 면해서 매우 낡아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거무스름한 남녀의 군상이 더욱 어울렸다.

*슈바빙에 대한 설명 - 사람들의 자유로운 모습

여기에는 옛날부터 이런 자유의 전통이 길러져 있어서 히틀러 정권 밑에서의 레지스탕스도 완강했다 하며 릴케, 토마스 만, 스테판 게오르게, 토마스 울프, 루 살로메, 루트비히 토마, 기타 수많은 표현주의 시인들이 이곳에 거주했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 음식점에서처럼 전람회와 시의 밤, 소설 낭독의 밤, 여류 작가의 밤 등이 매일 저녁 있는 곳은(슈바빙에서는 늘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짐) 아마 세계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과 발표가 전통이나 인습에 반기를 들고(생활의 온갖 면에 있어서) 행해지고 있는 곳이 슈바빙인 것 같다. 아무튼 딱딱하고 관료적이고 친밀감이 적고 이론적이기만 한 독일의 다른 곳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데 슈바빙만은 생각할 때마다 시원한 바람같이(슈바빙의특징을감각적으로표현함) 심신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곤 한다.

*슈바빙에 대한 설명 - 자유로운 분위기

덥지 않은 기후나 끝없는 강우와 안개만이 그곳을 그렇게 시원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기후나 자연조건 때문에 슈바빙에 대한 느낌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허물없음과 사고의 자유로움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기에 시원함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시원하고 마음이 넓고 도대체 남의 일에 관심을 안 갖는 천의무봉(天衣無縫)한 그들의 선천적인 예술가 기질과 물질에 구애되지 않는 소박하고 초속한(세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초탈한) 생활 양식(글쓴이가 그리워하는 슈바빙만의 장점)이 슈바빙을 그처럼 시원한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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