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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태준
나는 물을 보고 있다.
물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흙 속에서 스며나와 흙 위에 흐르는 물, 그러나 흙물이 아니요 정한 유리그릇에 담긴 듯 진공 같은 물, 그런 물이 풀잎을 스치며 조각돌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푸른 하늘 아래에 즐겁게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다.
물은 아름답다. 흐르는 모양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거니와 생각하면 이의 맑은 덕, 남의 더러움을 씻어줄지언정 , 남을 더럽힐 줄 모르는 어진 덕이 이에게 있는 것이다. 이를 대할 때 얼마나 마음을 맑힐 수 있고 이를 사귈 때 얼마나 몸을 깨끗이 할 수 있는 것인가!
물은 보면 즐겁기도 하다. 이에겐 언제든지 커다란 즐거움이 있다. 여울을 만나 노래할 수 있는 것만 즐거움은 아니다. 산과 산으로 가로막되 덤비는 일 없이 고요한 그대로 고이어 고이어 나중 날 넘쳐 흘러가는 그 유유무언(悠悠無言)의 낙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독에 퍼 넣으면 독 속에서 땅 속 좁은 철관에 몰아넣으면 몰아 넣은 그대로 능인자안(能忍自安)한다.
물은 성스럽다. 무심히 흐르되 어별(魚鼈)이 이의 품에 살고 논, 밭, 과수원이 무심한 이로 인해 윤택하다.
물의 덕을 힘입지 않는 생물이 무엇인가!
아름다운 물, 기쁜 물, 고마운 물, 지자(智者) 노자(老子)는 일찍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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