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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49. 물

by 자한형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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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태준

나는 물을 보고 있다.

물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흙 속에서 스며나와 흙 위에 흐르는 물, 그러나 흙물이 아니요 정한 유리그릇에 담긴 듯 진공 같은 물, 그런 물이 풀잎을 스치며 조각돌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푸른 하늘 아래에 즐겁게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다.

물은 아름답다. 흐르는 모양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거니와 생각하면 이의 맑은 덕, 남의 더러움을 씻어줄지언정 , 남을 더럽힐 줄 모르는 어진 덕이 이에게 있는 것이다. 이를 대할 때 얼마나 마음을 맑힐 수 있고 이를 사귈 때 얼마나 몸을 깨끗이 할 수 있는 것인가!

물은 보면 즐겁기도 하다. 이에겐 언제든지 커다란 즐거움이 있다. 여울을 만나 노래할 수 있는 것만 즐거움은 아니다. 산과 산으로 가로막되 덤비는 일 없이 고요한 그대로 고이어 고이어 나중 날 넘쳐 흘러가는 그 유유무언(悠悠無言)의 낙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독에 퍼 넣으면 독 속에서 땅 속 좁은 철관에 몰아넣으면 몰아 넣은 그대로 능인자안(能忍自安)한다.

물은 성스럽다. 무심히 흐르되 어별(魚鼈)이 이의 품에 살고 논, , 과수원이 무심한 이로 인해 윤택하다.

물의 덕을 힘입지 않는 생물이 무엇인가!

아름다운 물, 기쁜 물, 고마운 물, 지자(智者) 노자(老子)는 일찍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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