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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75. 수학이 모르는 지혜

by 자한형 2021.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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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모르는 지혜 김형석

재미있는우화가 있다.

옛날아라비아의 어떤 상인이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는 자기앞에 세 아들을 불러앉혔다. 그리고는,

"내가너희들에게 남겨 줄 유산이라고는 말이 열일곱 필이 있을뿐이다. 그러나 이 고장의 습관에 따라 똑같이 나누어 줄수는 없으니까 맏아들 너는 열일곱 마리의 반을, 둘째 아들너는 전체의 3분의 1, 그리고 막내 아들 너는 전체의 9분의 1을 갖도록 해라."고 유언을 했다.

얼마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재산을나누어 가져야 할 삼형제 간에는 오랜 싸움이 계속되었으나해결할 길이 없었다. 맏아들은 열일곱의 반으로 아홉 마리를주장했다. 그러나 동생들은 아홉 마리는 2분의 1이 넘으니까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덟 마리 반이 되지만 반 마리는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여섯 마리를 가져야한다고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형과 동생은 다섯 마리밖에는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막내아들은 두 마리를 가져야 한다고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형들은 두 마리는 열일곱의 9분의 1이 넘으므로 우리들만손해를 볼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싸움은여러 날 계속되었지만 누구도 만족스러운 해결을 내릴 수가없었다.

 

하루는이들의 집 앞을 한 목사가 지나갔다. 세 아들은 그 목사에게아버지의 유산 문제를 해결지어 주도록 청을 드렸다. 누구도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이야기를 듣고 난 목사는,

 

"그러면이렇게 합신다. 내가 타고 온 말 한 마리를 당신들에게드리지요. 그러면 열여덟 마리가 될 것입니다. 맏형은 그 2분의 1인 아홉 마리를 가지시오. 둘째는 그 3분의 1에해당하는 여섯 마리를 가지시오. 그리고 막내는 9분의 1에해당하는 두 마리를 차지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당신네세 사람은 모두가 아버지의 약속된 유산보다도 많은 것을가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세아들은 모두 만족했다. 목사가 얘기해 준 대로 자기들에게돌아올 말들을 찾아가졌다. 일을 끝낸 목사는,

 

"그러면나는 다시 길을 떠나야겠습니다."는 인사를 하고 걸어서대문 앞을 나섰다. 바로 그 때였다. 한 아들이 뒤따라 나오면서,

 

"목사님, 말을 타고 오셨다가 어떻게 이 사막길을 걸어가실 수가있습니까? 외양간에 가 보니까 아직도 한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들이 차지할 것은 다 차지했는데도 한 마리가 남았으니이 말을 타고 가십시오." 라고 말했다. 목사는,

 

"그렇습니까? 나에게 한 마리를 다시 주신다니 타고 가겠습니다."라고말하면서 말을 탔다. 타고 보니 그것은 조금 전 타고 왔던바로 그 말이었다. 아들들은 목사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목사는 아까와 같이 자기 말을 타고 갔다. 생각해 보면세 아들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젊은이들이었다. 목사가 나타나지않았더라면 언제까지라도 싸우다가 무슨 결과를 가져왔을지모른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 세 아들만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들 모두가 똑같은 생활을 해 가고 있지 않은가.

 

나라를사랑한다는 정치가들이 정당 싸움과 감투 싸움을 하는 꼴도비슷하고, 경제 사회에서 이권을 다투는 사람들의 심정도거의 마찬가지다. 삼형제의 싸움 때문에 선조들의 뜻을버리고 집안이 망해 가듯이 오늘날 우리들은 선조들의 정신적유산을 짓밟고 불행을 향해 달리고 있다.

 

왜그런가? 한 가지 마음의 결핍 때문이다. 남의 것을 빼앗기보다이웃에게 주려고 하는 사랑의 결핍이다. 우리는 확실히알아야 한다. 빼앗으려 하는 사람들은 둘 다 잃어 버리지만주려고 하는 사람은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원칙을.

 

여기두 사람의 장사꾼이 있다고 하자. 갑은 '어떻게 하면 싸고질긴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생각으로 물건을 생산하며 판다. 이에 반하여 을은 '좀나쁜 물건이지만, 속여서 이득을 얻을 수 없을까?'하는생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5, 10년 후에는 결과의 차이가어떻게 나타날까? 갑과 같은 실업인이 많은 사회와 을과같은 실업인이 많은 사회는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될까?

 

과거에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가지려고 애써 왔다. 이웃들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찾아 누리는 사람이 그만큼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좋은 사회는 어떻게하면 많은 것을 이웃들과 더불어 소유하며 한가지로 즐길수 있을까를 모색해왔다. 오늘 우리는 그만큼 못 살고 있으며그들은 그만큼 잘 살고 있다. 우리는 수학으로는 풀리지않는 이러한 진리를 실천해야 한다.

 

목사가한 마리의 말을 싸우는 형제들에게 주었듯이, 우리들도무엇인가를 줄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자신에게도손해가 없음 이웃에게도 도움이 되는 무엇을 남겨줄 수있는 삶의 자세와 바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문제는 누가먼저 그 뜻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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