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김진섭
사람은 눈이 그 창이요, 집은 그 창의 눈이다. 오직 사람과 가옥에 멈출 뿐이랴. 자세히 점검하면 모든 물체는 그 어떠한 것으로 의하여서든지 반드시 그 통로를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그 사람의 눈에 매력을 느낌과 같이 집집의 창과 창에 한없는 고혹(蠱惑)을 느낀다. 우리를 이와 같이 견인하여 놓으려 하지 않는 창 측에 우리가 앉아 한가히 보는 것은, 그러므로 하나의 헛된 연극에 비교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즉, 그것은 자연과 인생의 무진장한 풍일(豊溢)이다. 혹은, 경우에 의하여서는 세계 자체일 수 있는 것 같다. 창 밑에 창이 있을 뿐 아니라, 창 옆에 창이 있고, 창 위에도 창은 있어-눈은 눈을 통하여 창은 창에 의하여 이제 온 세상이 하나의 완전한 투명체임을 볼 때가 일찍이 제군에게는 없었던가?
우리는 언제든지 될수록 이면 창 옆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 사람의 보려 하는 욕망은 너무나 크다. 이리하여, 사람으로부터 보려 하는 욕망을 거절하는 것 같이 큰 형벌은 없다. 그러므로 그를 통하여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주는 창을 사람으로부터 빼앗는 감옥은 참으로 잘도 토구(討究) 된 결과로서의 암혹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창을 통하여 보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 보기를 무서워하면서까지 그것을 보려는 호기심에 드디어 복종하고야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창을 한없이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이 창에 나타날 터일 것에 대한 가벼운 공포를 갖는 것이다. 창은 어떠한 악마를 우리에게 소개할지 사실 알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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