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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현대수필3

57. 기도

by 자한형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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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김초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가졌건 안 가졌건

한평생 몇 차례씩의 진정하고 순수한 기도를 해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인생살이는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불가항력적인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인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잡고 하늘을 우러르거나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그때 마음속에 절실하게 갈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순수한 기도일 것입니다.

자식의 절망스러운 병 앞에서 어머니가 손을 모아 잡는 모습, 부모의 절망적 비극 앞에서 자식이 손을 모아 잡는 모습, 이 두 가지가 기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면서 지고한 순수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집단적으로 죽음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손을 모으는 모습들이 아마도 두 번째 단계의 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의 기도는 자기가 아닌 다수의 타인을 위하여 자기를 버리면서 드리는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의 기도가 기도로서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고 또한 순수한 가치라고 여겨집니다.

그때 그 대상이 누구이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에겐가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대상이 누구냐가 상관없듯이 종교 또한 상관이 없습니다.

기도는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아니고 자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의 각오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도로써 안 될 일이 된 경우는 없습니다. 기도가 무슨 일을 결코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기도는 어떤 객관적인 반응을,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는 것은 우리 속에 감추어져 있는 힘을 재생해내는 계기를 마련해내는 것뿐입니다. 그 힘은 우리 마음속의 괴로움을 가볍게하고 영혼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런 기도 말고 다른 형태의 기도들도 있습니다. 그 다른 형태의 기도라고 하는 것은

나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고, 나 자신만을 위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기도입니다.

자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기적인 큰 욕심을 앞에 놓고 그것을 해결하게 해달라고 어느 대상에겐가 매달리며 애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기적인 기도는 해결될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 욕심을 이루어달라고 기도드릴 것이 아니라 그런 욕심을 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대체로 하고 있는 기도는 이렇게 어리석고 파렴치하고 이기적인 기도가 아닌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험에 붙게 해달라거나,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출세를 하게 해달라거나 그런 식의 일방적 기도가 어찌하여 기도로써 이루어지겠습니까?

기도를 자기 수련의 교육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반성을 한다면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의미로 성실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가지 예로 간디는 회의를 하다가도 바닥에 꿇어앉아 기도를 했답니다. 그는 밥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일은 있어도 하루에 두 번씩의 기도를 잊어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침 기도는 혼자 하지만 저녁 기도는 공개적인 의식과 같은 성격을 띤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과 집안 식구들이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공식 절차에 의해서 기도회를 갖는 것이 아니라 30분 동안 눈을 감고 그냥 앉아 있는 것입니다. 아마 그때 그들은 그들의 부질없는 욕망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한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을 정복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회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는 어리석고 부질없는 기도들을 수없이 목격하게 됩니다. 만약에 그러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어떤 특정 종교인이라면 그 사람들은 인간의 어리석고 추한 이기심만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종교까지도 모독하며 더럽히는 행위가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떠한 종교라도 그런 이기적인 기도를 들어준다고 하는 종교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한 행위는 성스러운 종교를 미신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입니다.

앞에서 말한 바람직스러운 세 가지의 기도 중에서 가장 의미 깊고 소중한 기도는, 그것은 더 말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는 기도일 것입니다.

역사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두 가지로 구분하면 악인과 성인입니다.

악인에 대해서는굳이 말할 것도 없고 성인이란 사람들은 바로 다같이 자기를 버리는 기도를 철저하게 행동으로 실행함으로써 역사 위에 그 이름을 빛으로 남기게 된 것입니다.

이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의례적으로, 습관적으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는 해결의 방법이 아니고 자기 극복의 방법이며 삶의 모색의 방법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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