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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현대수필3

111. 그림 안 파는 이야기

by 자한형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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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안 파는 이야기 김환기

나는 그림을 팔지 않기로 했다. 팔리지가 않으니까 안 팔기로 했을지도 오르나 어쨌든 안 팔기로 작정했다. 두어 폭 팔아서 구라파 여행을 3년은 할 수 있다든지 한 폭 팔아서 그 흔해 빠진 고급차와 바꿀 수 있다든지 하면야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팔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내 그림에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인사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그림을 팔지 않기로 작정한 다음부터는 마음이 편안하다. 혹시 전람회장에서나 그 밖의 어느 기회에 내 그림의 가격을 물어 보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 그림은 안 팝니다." 이렇게 똑똑히 대답하는 것이, 또 대답하고 나서 내 마음은 어찌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해서 안 판다고 그러면 더욱 더 조른다. 그러나 나는 시종일관 안 팔아 왔다.

, 그림을 안 파는 것 얼마나 속 시원할 일인가, 이 심경은 화가가 되어 보지 않고는, 특히 한국의 화가가 되어 보지 않고는 모를 게다.

..........

작가로되 자기 작품이 없는 화가를 생각해 보라. 그보다 더 가난한 자가 또 어디 있을 것인가. '화가도 하나의 직업이라면' 화가는 응당 그림을 팔아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일이 그렇지가 못하다. 그렇지가 못한 우리 사회이기에 나는 일찌감치 단념했을지도 모르나 이러한 사회에서 설혹 그림이 팔린다고 해보았자 내 그림은 내 손에서 나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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