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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203

186. 오척단구 오척단구 이희승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아마 대인과 소인으로 구별될 것이다. 그리고 또 대인이든지 소인이든지 이것을 각각 두 가지로 다시 나눈다면, 인간개체에 육체와 심령이 있고, 인생 생활에 물심양면(物心兩面)이 있으며, 대우주 자체에 물질면과 정신면이 있듯이, 대인에도 정신적인 대인이 있을 것이요, 소인에도 또한 마찬가질 것이다. 그런데, 소인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육체적인 것에 대하여는 별로 주석이 없으며, 오직 정신적인 소인에 대하여서만, (1)세민(細民) (2)불초(不肖)한 사람 (3)스스로 겸손하는 말(自謙之詞) 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세민이라 함은 빈천한 사람을 의미하고, 불초한 사람이라 함은 학덕(學德)이 없고 성질이 사악한 사람을 가리킴이요,.. 2022. 1. 20.
185. 오늘도 나는 배우는 자의 축복 속에 있다 오늘도 나는 배우는 자의 축복 속에 있다 고은 한 마리의 들개가 석양 머리 언덕에 혼자 서 있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 아침 참새 소리 이 가지 저 가지에서 분주하구나. 이것으로 천만년 이래의 하루가 온전하다. 이렇게 어제 오늘의 삶을 이어 온다. 저 1960년대쯤 서울역에서 목포까지의 완행열차 비둘기호는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고 목적지는 더욱 아득하기만 했다. 그런 열차를 타보고 나서 인생을 새삼 알게 되었던가. 대구에서 서울까지는 야간 급행열차로 7시간이나 걸렸다. 요즘 서울~대전 고속철도는 1시간 안팎이다. 머쓱하다, 기차여행은 옆 좌석과의 말문이 트이기 일쑤이다. 뜻밖에 오랜만의 친구도 만나게 된다. 며칠 전 강연하고 돌아오는 길에 10년 만의 친구를 만났다. 그가 들려준 얘기가 인상 깊었다.. 2022. 1. 20.
184. 영결식 구경 영결식 구경 김태길 택지로 조성된 빈터에 천막 한 채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어떤 연예인의 영결식장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영화배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실렸던 엊그제 석간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아직 모이지 않았다. 그 천막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집터 하나를 장만하고 건축해 착수한 지 열흘 정도 되었을까? 집주인이 지켜본다 하여 일에 무슨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 진행과정이 한 걸음 한 걸음 진척되는 것을 바라보면 지루한 줄 모른다. 그래서 매일 적어도 한 번씩은 공사현장을 돌아보는 것이 요즘의 일과처럼 되었고, 오늘도 그리로 가는 길에 슬픈 천막을 발견한 것이다. 하나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늘의 영결식을 준비한 담당자들일까? 곧이어 삼삼오오 조객들이 모여든다. .. 2022. 1. 20.
183. 여행 여행 박이문 여행은 하나의 움직임이다. 파스칼은 불행의 유일한 이유가 우리가 방 안에 혼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을 때 삶은 끝이 난다. 살아 있지 않고서 행복할 수 없다. 여행은 떠남으로써의 움직임이다. 『플루타크 영웅전』에선 떠남에 대한 피루스와 시네아스의 상반된 태도가 이야기되고 있다. 피루스는 희랍을 정복하고 아랍을 점령하고 그 다음엔 아시아를 정복하겠다고 한다. 그러고 난 다음은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는 시네아스에게 쉬겠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시네아스는 아무래도 쉴 바에야 그냥 지금부터 쉬면 더 좋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삶은 쉬더라도 우선 움직이기를 요구하며, 언제고 반드시 돌아와야 하더라도 떠나기를 요청한다. 그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라도 살고 봐야 .. 2022.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