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4137 1. 그 둠벙의 아홉째 날 그 둠벙의 아홉째 날/ 배정인 비가 그쳤다. 활짝 갠 여름 아침의 파란 하늘은 황진이의 볼처럼 싱그럽다. 묵은 더께가 말끔히 씻겨진 사바 세계를 내려다보는 해님도 말갰다. 모심기 때는 물 부족으로 이웃간에도 얼마나 아웅댔던가. 아랫배미의 둠벙엔 물이 그득히 배를 내밀고 있다. 둠벙 두렁을 누군가가 한 뼘쯤 터놨다. 그리로 물이 태평하게 흘러 나간다. 얼굴이 뿌연 햇물이다. 두렁 가 쑥․개쑥‧돌피‧바랭이‧풀잔디‧개열퀴, 그들도 쫑긋쫑긋 귀를 세우며 반신욕을 즐긴다. 개구리들이 놀이를 나왔다. 어디서 언제 모여 들었는지 큰놈 작은놈, 올챙이 꼬리를 갓 뗀 듯한 어린 것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은 햇물에 몸을 담그고 노동에 찌들은 피로를 해갈하면서 흥감에 빠져 있었다. 네 다리를 헤벌레 풀어놓고 침을 흘리며 건.. 2022. 1. 31. 이전 1 ··· 32 33 34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