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스터 커피의 나라 베트남/석태문
베트남 커피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베트남 근로자가 한국에서 일하다 고향(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가져온 인스턴트 커피 G7(그바이)을 한국인들이 맛본 것이다. 커피에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한국인들은 베트남 관광후에 G7 커피를 구입목록 1순위로 꼽았다.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는 ‘베트남의 스타벅스’로 일컬어지는 국민카페이다. 쭝응웬 커피(Trung Nguyen Coffee)는 베트남의 최대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이다. 매장수에서도 스타벅스를 능가한다. 하이랜드보다 약간 고급스럽다. 한국에 베트남 커피를 알린 G7 커피, 최근 최고급 브랜드로 론칭된 킹커피(King Coffee)도 같은 모기업이다.
남부지역 호치민에서 많이 볼 수있는 푹롱 커피&티(Phuc Long Coffee & Tea)는 이들 두 브랜드보다 후발주자다. 모기업이 베트남에서 유명한 전통차 회사라서 다양한 차와 밀크티, 디저트까지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있다.
다낭을 찾는 한국인들의 관광코스 버킷리스트가 된 꽁카페(Cong Caphe)도 인기브랜드다. 한강변의 2층 규모 작은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군대 복장을 한 직원들이 서빙하는 이미지, 여러 종류의 커피와 베트남 전통 음료인 쩨(Che)로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에 상륙한 꽁차(Cong Cha)는 커피가 아닌 음료 쩨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한국에서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다낭 다운타운 커피점, ‘한집 건너 하나꼴’
커피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높은 관심으로 해외 브랜드도 베트남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 시장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든든한 자본과 브랜드파워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다.
본카페(BonCafe)는 2017년 빈증(Binh Duong)시에 커피 생산과 첨단 가공공장을 설치하고, 생산한 커피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최근 호치민시에 쇼룸을 개설하고 현지 유통시장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KALDI Coffee는 한국인이 만든 고급 브랜드 커피전문점이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커피 이미지를 가진 베트남의 커피시장에서 틈새 영역인 고급 소비자층을 공략 중이다.
2016년 3월 수도 하노이에 1호점을 열었고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점 사업을 시작해 약 1년 만에 전국에 매장 10개소를 달성하여 성공적 론칭이란 평가를 받는다.
든든한 현지 브랜드 전문점들이 성업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전국 매장 10개소 설립은 스타벅스 이후 KALDI 커피가 첫 사례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와 카페 문화를 사랑한다. 베트남에는 다양한 커피 브랜드가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카페, 커피시장에는 어떤 품종이 있는지,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사랑받는 커피는 무엇이고, 베트남 커피 1번지로 알려진 달랏, 커피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국인이 론칭한 고급브랜드 KALDI Coffee의 드립필터. KALDI는 2018년 3월부터 가맹점 사업을 시작해 약 1년 만에 전국에 매장 10개소를 열어 성공적 론칭이란 평가를 받는다. 외국 커피프랜차이즈의 매장이 10개인 곳은 스타벅스에 이어 KALDI가 두번째다.
베트남에서 커피는 일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공간, 카페(ca phe)가 일상이다. 다낭의 다운타운에는 조금 과장하면 ‘한집 건너 카페’라 할 정도로 길거리는 온통 카페 천지이다.
출근시간의 카페 모습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한국에선 문도 열지 않았을 시각에 베트남의 카페는 성업 중이다.
아침 출근길,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있다. 길쭉한 모양의 좁은 카페 안은 겨우 대여섯 명 남짓 앉을 수 있다. 부족한 살내공간은 카페 바깥에 작은 탁자와 의자를 내놓아 2~3배 많이 확보한 자리로 만회한다.
카페에서 혼자 또는 두 세 사람씩 커피 한 잔을 놓고 둘러 앉아 담소하고 있다. 이 시각에 사람들은 왜, 카페를 찾는 것일까? 카페에는 간혹 나이든 사람도 보인다. 그러나 카페에 자리를 튼 사람들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이방인에게 비쳐진 베트남 카페의 첫 모습은 이렇게 출근길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1857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전래…20세기초 이래 농민의 주요 소득원
낮 시간에 카페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아무래도 점심시간 2시간에 즐길 수 있는 내 집에서의 편안한 식사와 달콤한 낮잠(siesta)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영향일 것이다. 한적한 낮 시간에도 연유를 아래에 깐 진한 베트남 전통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카페 분위기는 돌변한다. 실내보다는 바깥 생활을 좋아하는 베트남인들은 도로 옆 인도를 점령한 카페에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한쪽 옆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뒤, 청춘남녀는 커피나 흔한 음료 하나를 앞에 두고 시끄러운 대화를 잇는다.
더운 날씨에는 유독 더 많은 청년들이 길가 인도를 점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삼오오 카페 바깥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으로 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카페는 열려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도 누구나 멈춰 설 수있는 공간이다. 문을 아예 떼어놓고 영업하는 카페도 있고 에어컨을 구비한 닫힌 카페도 있다.
실내보다는 바깥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로 인해 카페의 저녁은 항상 밖이 더 화려하고 요란하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를 선호하는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베트남의 카페 문화이다.
베트남 커피의 기원은 1857년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화하면서 커피도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왔다. 20세기초 이래 커피는 베트남 농민의 주요 소득원이었다.
지상에 알려진 커피 품종은 80여종이지만 상업적으로 가치를 지닌 품종은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등 3개 정도에 불과하다. 커피는 소수품종 지배력이 뛰어난 농작물인 셈이다.
리베리카(Liberica)는 병해충에는 강하지만, 가뭄에 약하다. 이 품종은 전체 커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정도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배면적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 리베리카는 향미는 약하나 특유의 씁쓸하고 강한 맛이 있다는 마니아들의 평가에 힘입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의 커피시장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이 이끌고 있다. 실질적으로 아라비카의 지배와 로부스타의 대항마 역할이라 할 것 같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 로부스타는 30~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커피시장의 맹주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세계 1위이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terra cafe. 베트남인들은 아침 출근길에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등 커피와 카페문화를 즐긴다.
그러나 로부스타 품종에 관한 한 베트남이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지난해 지역별 계절의 영향과 로부스타 품종의 높은 수량성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더 적은 베트남이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을 앞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이다.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 로부스타는 콩고가 원산지이다. 품종별로 주산지 차이가 크다.
아라비카는 중남미 국가에서 많이 생산된다.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그리고 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 등이다. 로부스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의 우간다, 가나 등에서 많이 재배된다.
◆커피시장 맹주는 브라질이지만 로부스타는 베트남이 압도적
품종별로 재배 특성은 많이 다르다. 아라비카는 재배지역이 해발 900~2000m의 고원지대, 로부스타는 700m 이하의 저지대가 적지이다. 당연히 기온대도 아라비카는 15~24도로 낮은 반면, 로부스타는 24~30로 높은 기온대에서 자란다.
재배 특성을 보면 아라비카는 기후와 토양, 질병에 매우 민감하여 질병 저항성이 약하다. 로부스타는 기생충과 각종 질병 저항력이 매우 강하다. 잔병이 없고 웬만한 병에도 저항력이 높아 저농약, 저비료 등 친환경유기재배가 가능한 품종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단위당 생산량도 많은 장점이 있다.
카페인 함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라비카는 0.8~1.4% 수준이나, 로부스타는 1.7~4.0%로 2~3배 이상이나 많다. 로부스타를 카페인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원두별 세부 품종을 보면 아라비카는 커피의 원종에 가장 가깝다고 말하는 티피카(Typica), 그리고 버본(Bourbon) 품종이 있다.
로부스타 커피의 세부 품종은 여러 자료를 보아도 특별히 드러나거나 분화된 품종이 없다. 로부스타가 상대적으로 인공은 적고, 자연적 특성을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아라비카는 향미가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신맛이 일품이다. 고급스러운 신맛을 강조하여 ‘샴페인 같다’고 말한다. 아라비카 커피에 대한 극찬인 셈이다.
로부스타는 흔히 강한 쓴맛이 강조된다. 쓴맛이 강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카페인 함량이 많다는 것, 품질이 낮다는 것, 질병 저항성이 크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여기에 구수한 맛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핵심은 이런 요인들로 인해 로부스터는 아라바카에 비해 열등한 품종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다른 품종에 비해 재배하기가 쉽고, 병해충도 잘 견뎌서 농약과 비료도 적게 사용하니 생산비가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다 수량성도 좋으니, 로부스타 품종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원두 종류별로 먹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아라비카 품종은 원두커피로 소비가 많지만, 로부스타 품종은 인스턴트커피로 많이 소비된다.
인스턴트 커피 소비가 많은 한국이 수입하는 커피 중에서 베트남 수입량이 가장 많다. 로부스티 커피 생산 1등국에서 가장 많은 로부스타 커피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품종은 여러 면에서 서로 격이 다르다. 그러나 두 품종이 엮어내는 콜라보가 의외로 많다. 커피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아라비카 80%, 로부스타 20%롤 섞는 블랜딩을 한다. 두 품종의 차별적인 맛과 향을 서로 보완하면서 최상의 품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로부스타 커피의 성지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만든 독특한 커피문화가 로부스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아라비카가 커피계의 절대강자라면 로부스타는 신흥세력이다.
서양사람들은 로부스타를 불에 탄 타이어(burnt tires) 같다거나, 고무(rubber) 씹는 맛이라고 혹평한다. 스타벅스(Starbucks)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로부스타를 마실 수 없을 것이라고 몰아붙인다. 가까운 미래에 경쟁자로 부상할지도 모를 로부스타를 아라비카 추종자들이 사전 기선제압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로부스타 특성에 맞는 커피문화…드립커피,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
로부스타 커피로 앵글을 조금 돌려 보자. 로부스타는 ‘튼튼한’, ‘건장한’이란 뜻을 가진 로부스트(robust) 단어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로부스타 커피는 곤충, 질병 저항성이 매우 크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해충에게는 유독성 물질로 느껴지니, 해충들이 로부스타를 공격하기가 어렵다. 농약이나 비료 등 화학제 투입량이 아라비카에 비해 훨씬 적은 이유이다.
인위적 품종개발도 많지 않아 자연적 특성이 많다. 재배관리기술이 까다롭지 않다. 재배지역도 700m 이하의 저지대는 어디든 잘 자란다. 아라비카가 해발 900~2000m의 고지대만 고집하며, 재배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로부스타의 품질은 어떨까? 커피 맛의 원천은 카페인이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로부스타가 좀 더 커피답지 않을까? 그럼에도 로부스타의 지방, 설탕 함량은 아라비카의 60%에 불과하다. ‘부드럽고 달콤하여 목넘김이 좋다’(mellow and easy drinking)고 평가하는 마니아는 로부스타의 저지방, 저설탕 함량을 예찬한다. 아라비카 추종자들은 이런 평가를 애써 무시하지만.
필자는 커피 품종의 자연적 우월 여부는 관심이 없다. 고유한 품종 특성에 맞는 커피문화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로부스타의 특성에 맞추어 로부스타 커피문화를 만들었다. 드립커피(drip coffee)는 로부스타 커피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이다.
커피는 원두를 볶고(roasting), 분쇄하고(grinding), 추출하는(drip, brewing) 과정을 통해 맛과 향미가 결정된다. 로부스타 품종의 브루잉(brewing) 과정은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하였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맛이 강한 로부스타 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드립용 필터(aluminium drip filter)를 사용했다.
우리 돈 1~2만원하는 분쇄커피(grind coffee) 1봉지를 사면 그 안에 드립용 필터가 들어 있다. 집에서든 카페에서든 드립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드립커피는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그 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로부스타는 본래 강한 맛(strong taste)을 가지고 있다, 강한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로스팅도 약간 세게(over roasting)한다. 여기에 브루잉(brewing)까지 진하게 한다. 아라비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맛을 가진 커피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내린 강한 커피에 연유(condensed milk)를 섞고, 얼음(ice)을 넣어 중화시킨다. 커피(ca phe)에 연유(sua)를 넣어 강한 맛을 부드럽게 하고, 얼음(da)을 넣어 더운 날씨를 견디도록 한 ‘카페스다’(ca phe sua da) 커피가 등장한 것이다.
카페스다를 만든 베트남 사람들은 ‘이 컵 하나에, 모든 것, 심지어 물까지 농축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커피농장의 위즐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위즈(족제비). 위즐커피, 콘삭커피(다람쥐), 루왁커피(사향고양이), 아이보리커피(코끼리) 등 동물 배설물에서 나온 커피콩으로 만드는 커피는 일반커피와 맛이 크게 다르지않다고 한다.그런데도 좁은 케이지에 동물들을 가둬놓고 '똥커피'를 생하고 소비하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동물학대로 비판받고있다.
◆느리고, 여유가 넘치며, 달달한 베트남 카페문화
느리고 긴 내림과정을 거치는 드립커피를 마시면서 그들의 대화는 시작되고, 커피와 함께 즐기고 휴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필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를 보면서 느긋하게 휴식하며, 대화를 즐기는 것이다.
지난 5월 하노이 출장을 갔을 때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친구를 만났다. 그는 베트남 커피에 관심이 많아 한창 커피공부에 열중하던 중이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올드타운에는 오래된 전통 카페가 많았다. 저녁시간에 친구와 함께 카페투어에 나섰다.
그 중 한곳이 1946년에 오픈하여 74년의 역사를 카페 지앙(Cafe Giang)이다. 달걀과 요구르트를 넣어 만든 커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크림 설탕을 넣거나, 휘핑크림, 헤이즐넛 시럽을 넣은 커피도 있고, 치즈나 버터를 넣은 커피도 있었다.
로부스타의 강한 특성은 살리면서 부드러운 맛을 가미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베트남의 카페 문화는 드립커피로 인해 느리고, 여유가 넘치며, 달달하기까지 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그 묘미를 잊지 못하고 찾는 이유이자, 베트남 시장에서 이방 브랜드가 고전하는 까닭일 것이다.
베트남의 커피사에서 로부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아라비카 커피의 독특한 자취도 무시할 수 없다.
아라비카 커피는 베트남에서 재배면적은 6%, 생산량은 4%를 차지한다. 남부 고원지대인 람동성(Lam Dong)과 북부 고원지대인 디엔비엔-손라성(Dien Bien-Son La)이 아라비카 커피의 주산지이다.
람동성은 베트남의 커피생산 2위 지역이자,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 1위 지역이다. 특히 달랏시(Da Lat)는 해발 1500m 고원지대로 아라비카 커피 생산의 최적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전원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달랏은 베트남 커피를 최초로 생산에서 소비까지 원스톱 체계를 확립한 지역이다.
커피농장과 레스토랑, 카페를 겸한 메린커피가든(Me Linh Coffee & Farm)은 산허리와 언덕, 주변이 모두 커피농장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아직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대규모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왔다. 커피농장 위로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전망대를 연결하여 전원의 여유와 낭만이 넘치는 곳이었다.
◆위즐커피, 콘삭커피, 루왁커피 등 ‘동물똥’커피…인간탐욕이 빚은 동물학대
베트남 커피의 품질은 위즐커피(Weasle coffee)가 대변한다. 족제비가 커피 체리를 먹고 배설한 것이 위즐콩이다.
홍보용으로 전시해둔 족제비 똥콩이 대바구니에 펼쳐져 있었다. 달랏의 위즐커피 생산농장에는 족제비 사육장(Weasle cages)도 있다. 레스토랑 1층의 커피농장 옆에 마련된 사육장에는 십여 마리의 족제비가 작은 사육장에 한 마리씩 들어있다. 잠자는 녀석들이 태반이고, 겨우 한 녀석이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커피 체리를 먹는 족제비는 보지 못했다.
2층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판매되는 위즐콩의 양에 비해 십수마리의 위즐(족제비)들이 생산하는 똥콩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똥콩이 가진 맛, 향미는 일반 원두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사람의 욕심이 무엇이기에 죄없는 족제비가 사육장에 갇혀 커피 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일까?
나를 쳐다보는 족제비는 나의 그런 맘을 알고 '날 여기서 보내줘'라고 호소하였을지도 모른다.
베트남에는 또 하나의 동물 똥커피 브랜드, 콘삭커피(Con Soc)가 있다. 귀여운 다람쥐 이미지가 풍기는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를 위즐커피로 착각한다. 그러나 콘삭커피는 일반 원두로 만들어 다람쥐 배설콩과는 무관하다. 설치류인 다람쥐가 커피 체리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강한 이빨을 가진 다람쥐는 커피 체리를 충분히 갈고 쪼개 먹을 수 있다. 분해되지 않은 채 배설되는 커피콩을 얻을 수가 없다. 족제비 똥콩은 가능해도 다람쥐 똥콩은 가능하지 않은 이유이다.
동물이 커피 체리를 먹고 싼 똥으로 만든 커피는 더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에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체리를 먹고 배설한 콩으로 만든 코피루왁(Kopi Luwak)이 있다.
인도와 태국에는 코끼리가 커피 체리를 먹고 배설한 똥콩으로 만든 아이보리 커피가 있다. 예멘에도 원숭이가 배설한 콩으로 만든 커피가 있다고 한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동물이 커피 체리를 먹고 배설한 똥 묻은 콩으로 만든 커피가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소성이 유명세를 얻는 것은 수요공급 법칙이니 당연하다. 문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맛과 향미가 일반커피와 비교할 때 차별적인가 하는 점이다. 희소성으로 포장된 인간의 탐욕이 애꿎은 족제비, 사향고양이만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달랏 시내에서 만난 아라비카 커피 수확 및 가공체험 카페·레스토랑인 라비타 커피(La Viet Coffee)의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
아라비카 커피 전문 판매점도 겸하는 라비타 커피는 위즐커피를 생산도 판매도 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전문가도 아라비카 위즐커피와 아라비카 일반커피의 차이를 모른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코피루왁의 사례이지만 전 세계에서 자연산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똥콩을 1년간 수집해서 얻을 수 있는 총량이 겨우 1000kg에 불과하다. 족제비, 사향고양이 똥콩의 브랜드에 취해 동물학대를 자행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자연, 동물이 공존하는 친환경유기농커피 브랜드로 소비자의 심성을 자극하는 것이 더 나은 마케팅이 아닐까.
달랏시내의 커피전문점 라비엣. 베트남 커피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및 생태계 훼손문제 극복과 함께 공정무역 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커피경제 농가의 핵심소득…지속가능 발전위해 환경문제 극복, 공정무역 필요
미국과의 전쟁으로 중단된 베트남의 커피 경제는 1986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재가동되었다. 전쟁 이전 커피산업의 높은 부가가치를 경험하였던 농민들은 커피 경작에 매달렸다. 중부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커피농장이 발달한 지역에는 엄청난 노동력 부족을 겪었다.
전국에서 약 400~500만의 노동력이 대거 주산지로 이주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전쟁을 마친 베트남이 커피 경제를 재개한 뒤, 짧은 기간에 전 세계 2위 커피생산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내외에서 베트남 커피는 열풍이지만, 생산주체인 커피 재배 농민이 얼마나 수혜를 입었는지는 모르겠다. 커피 가격은 매년 요동쳤다.
가격이 하락하면 농민들은 식사량을 줄였고, 자녀들은 휴학으로 대응했다. 커피 가격이 회복하면 자녀들은 다시 학교로 갔고, TV 등 가전제품을 구입할 정도였다고 한다.
커피 경제가 농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핵심 소득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파동으로 커피재배 농가의 경제를 위협하는 현실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다민족국가 베트남에서 민족별로 느끼는 커피경제의 실상도 차이가 많다. 인구의 85% 이상을 점하는 낀(Kinh)족은 다수의 소수민족 보다 재배면적과 생산농가가 많지 않지만, 소득에서 소수민족보다 우위를 누리고 있다. 커피경제의 민족간 사회적 불평등이다.
커피경제 활성화로 대규모 노동력의 산지 이동현상을 낳았다. 커피생산 부적지에도 무리하게 커피농장을 만들었다.
커피생산이 계속 확대되자, 커피농장과 주변은 적지 않은 환경 문제가 일어났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 커피 단작경영으로 생물다양성 훼손도 엄청났다. 베트남의 커피산업에 가한 환경적 반작용을 극복할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 수립한 ‘농업의 새 비전(’New Vision for Agriculture) 10년 계획에서 ‘지속가능한 대규모 농업생산성, 품질경쟁력 향상’이란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베트남의 커피산업은 농업분야에서 최고의 수출전략 상품이다. 생산한 커피의 8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로부스타 커피 최고 생산국이자, 전 세계 커피 생산량 2위의 대국이다.
무리한 커피작물 단작화 폐해를 경험한 뒤 베트남은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된 공정무역커피를 인증받기 위해 노력중이다. 공정무역커피를 만들려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생산자 농민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상생이 필요하다.
베트남 커피는 현재 춘추전국 시대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며, 생산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베트남의 커피경제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지작업을 구축해야 한다. 친환경 유기브랜드 권장,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커피산업 육성을 위한 소비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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