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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청춘 입대에 대한 제언

by 자한형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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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입대에 대한 제언

 

강원도 최전방에서 적지 않은 나이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입대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요즘 과잉보호로 여리게 자란 청춘들의 군부적응 소식을 간간이 접하면서 안타까움도 느꼈다. 이제 전역한 지도 25년이 지났다. 아들 녀석도 작년에 군 복무를 마쳤다. 그래서 입대를 앞둔 그들에게 군이란 무엇이고 왜 군 복무를 해야 하고, 그 거대 조직을 통하여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등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조직에 대하여 조금의 이해라도 돕고자 한다. 군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느끼고 군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대를 앞둔 청춘들에 몇 가지를 제언도 곁들여 보았다. 군이란 무엇인가는 처음 대학에 들어가면 개념이란 걸 배우게 되면서 어프로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념이란 그것이 의미하는 바, 뜻하는 바를 얘기하는 것이고, 어프로치라는 것은 접근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란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한 몸 바친다거나 특수한 상황에 있는 국가의 구성요소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답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기서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개구리복을 입고 제대하는 그날에야 군이 뭔지 어렴풋하게 느끼게 되는 참 복마전의 소굴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나는 군이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해두고 싶다. 국가의 자유와 평화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국방의 의무는 이렇듯 신성한 것임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 다음으로 왜 군대에 가야 하는가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어떠한 논리나 설득으로도 피 끓는 젊은이의 그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가에는 회의적이고 가슴 아플 수밖에 없으리라. 예전에도 요즘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 오랜 시간을 그렇게 허무하게 소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남들이 제복을 입고 복무하는 것에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같은 처지를 본인이 당하게 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라고나 할까. 더욱 수월하고 안락한 곳을 찾아 안주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길이고, 거쳐야 하는 홍역과도 같은 과정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으면 한다. 씩씩하고 자신만만하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군에 입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장부의 길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브라운관의 유명한 톱스타가 귀신 잡는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읽은 책 속의 한 구절 중에 죽음을 15분 남겨둔 사형수가 태연히 동료 수감자와 장기를 둘 수 있는 그런 배짱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또한, 삼국지에서는 관우가 독화살을 맞고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히 바둑을 두는 장면에서 상대는 너무나 끔찍해서 차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는 일화에서 진짜 사나이의 담대함을 보게 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길이라면 무소 뿔처럼 혼자 씩씩하게 가는 것은 어떨까. 가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간다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부족한 자질과 도전정신을 배우기 위해 간다는 자세로 생각을 전환하면 입대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덜해질 것이다.

원효대사가 불경공부를 위해 인도로 가던 중 밤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깨어나 보니 그것이 해골에 담긴 물이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아마 우리가 그런 똑같은 상황을 맞았다면 길길이 날뛰고 난리가 아니었겠지만, 원효대사는 그것으로 인해 부처의 최고 경지인 해탈까지 이르게 되었다. 즉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만사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싫고 못하겠다는 마음으로 입대하다 보면 끝내 군부적응자로

전락하기 쉽다. 정말 군생활을 하다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도 적지않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을 가지고 이겨나가는 길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고, 대신 아파해 주지 않음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부모나 형제, 애인도 그 고통과 아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 극복하고 이겨나가야 한다. 군 복무 기간 22개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굳은 의지와 흔쾌히 그 모든 어려움을 수용하겠다는 결심을 굳힌다면, 그 모든 시간이 순식간에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각자가 경험한 대학이라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듯이 군도 스쳐 지나가는 한 과정이며 고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삶의 과정에서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할 때 성취되고 성공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군 생활에 임하는 정신자세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자세와도 같다. 항상 완전무장상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더라도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가 어느 순간 제대할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바람직한 자세라고는 볼 수 없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회의적으로 임해서 낙오자가 되거나 그야말로 고문관이 되어서는 병영생활 내내 고달파진다. 꼭 일등사수가 되어야 견딜 만한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뒤처지는 사람도 환영받지는 못한다. 세상에는 2080의 법칙이란 게 있다. 20%의 돈 잘 버는 사람이 전체 부()80%를 차지하고 열심히 일하는 20%80%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군에다 이를 적용해 보면 군은 리더 20%80%의 부하들을 끌고나가게 된다. 세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라는 조직의 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안이하고 나태한, 다시 말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금물이다. 독불장군식의 오만불손이나 건방도 조직에 암과 같은 것이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모든 것을 희생해 나가다 보면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이기적이 아닌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인은 모든 우선순위가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본인의 신체도 이미 국가에 속해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추구하는 목표나 기타 여러 가지 욕심들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군은 개인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국가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그래서 개인의 권리나 욕구는 아주 하찮게 취급되고 무시되고 방기(放棄)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것에 분개하고 참지 못하고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들도 간혹 있는 데 그런 식의 표출은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인생을 망치는 첩경(捷徑)임을 먼저 깊이 새겨야 한다. 군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참고 자제하면서 조직의 목표에 자기 한 몸을 희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을 온전히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입대하는 순간 일반인으로서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한 조직의 개체인 군인으로 탈바꿈해야만 영광되고 밝은 번영의 날을 기약할 수 있다. 산사에 있는 절에 가면 맨 먼저 발을 들여놓는 곳이 일주문이라는 곳이다. 그것은 속세와 부처님 세계와의 벽을 통과하는 문이다. 그곳을 들어서는 순간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일체를 잊어야 한다. 한 범부(凡夫)에서 수도하는 자로 절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입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들어가야 한다. 20여 년간의 자아를 완전히 잊고 새롭게 이등병으로 거듭나야 한다. 군화가 얼마나 무겁고 바느질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선임의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통감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이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음마저 삼키고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입대하면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부모나 형제, 또는 애인일 테지만 그들 모두가 기대하는 훌륭한 군인이 되어 나타날 그날까지 가슴 깊이 참을 인()자를 무수히 새기며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혼자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심했으면 한다. 세상의 어떤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불굴의 의지력으로 극기해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처음 6개월은 다소 힘들 수도 있으나 그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휴가나 편지, 그리고 면회 등 이런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짜장면, 삼겹살, 소주, 통닭, 피자 등이 그립고. 어머님 은혜가 왜 하해와 같은 줄 알게 되며 속울음 우는 날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인간에 대해 심오한 통찰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입대를 앞두고 있으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무절제하고 방종한 생활로 허송하기 일쑤이지만 나름의 계획을 세워서 신변정리를 깨끗이 해놓은 상황에서의 입영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막부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剛)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항상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하늘을 보며 이 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야스는 인내의 화신이고 덕장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한 사람이다. 꾀꼬리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다림의 철학을 꿋꿋하게 몸소 실천한 이로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숱한 굴욕을 참고 또 참아 대업을 이룬 사람이다. 또한 확신에 찬 자신감, ‘나는 할 수 있다란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생각으로는 병영생활을 이겨낼 수가 없다. 그 누구도 내 자존심을 꺾을 수 없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이 생활에서의 나침판이 되어줄 것이다. 일상에서의 웃어른이나 부모의 얘기는 잘 듣지 않았다고 해도 군에서 지휘관이나 선임의 명령은 하늘 같이 받들어 충성하게 된다. 알차고 보람되고 즐거운 군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항상 스스로 노력하고 해내겠다는 자세로 맡은 바 임무에 온 힘을 다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여 선임과 지휘관으로부터 신뢰를 받아내야 한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그 만큼 크고 깊은 것이다. 진정한 사나이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자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홀로서기도 제대로 배워야 독자 생존의 길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이 조직에서 살아 남는 데 있어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항상 개인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전력을 기울이는 게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자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군 복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의 도피처로, 아니면 학창시절의 변화의 목적으로 홧김에 군복무를 택하는 그런 일들이 종종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되면 사회에서의 생활하던 일체의 모든 것을 접어두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훈련소에 입소한 후부터 훈련을 받을 때마다 아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소리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다. ‘사회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이다. 둘째는 자신의 희생을 요청하는 데 대하여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군 조직은 그런 개개인의 모든 여건과 상황을 다 고려해 줄 수가 없다. 조직의 목표달성이나 임무 완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제대로 조직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자기보다 조직을 우선시해야 하는 게 어려움일 수 있다. 끝으로 필요한 것은 자기 몸을 온전히 보전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자신의 몸과 정신을 보전하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옛 속담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최선이다. 부모·형제의 입장에서는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혈육임을 명심하고 결코 부화뇌동하거나 경거망동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무사히 병영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재회의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면 희망이 저 멀리서 다가오리라. 드디어 전역하는 그날의 영광을 꿈꾸며 군 복무에 온 힘을 다하여 열심히 진력하라. 푸른 청춘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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