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로운 우리 먹을거리
음식에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를 꼽으라면 프랑스와 중국을 들 수 있다. 그들이 장담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다리가 네 개 달린 것 중 에 책상을 제외한 모든 것을 요리할 수 있다. 참으로 솔깃한 말이고 자신감 넘치는 표현이다.
우리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세상의 모든 풀들은 참기름 하나로 다 무쳐 먹을 수 있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식의 경우에는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김치라든가 쌀밥, 불고기, 비빕밥 등이 도전하고 있지만 세계화까지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식단이 조금씩 세계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점점 그 가치가 부각되어가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먹거리의 소중함이야 어느 민족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에게 유독 절실하게 와닿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혹자는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조된 공산품을 팔아서는 농산물을 수입해 사먹으면 될텐데 왜 굳이 경쟁력도 없고 비싸기만 한국산농산물에 목을 메느냐며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예로 스위스 같은 나라를 들먹인다. 스위스는 나라가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어 농업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계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농산물을 수입해 먹는다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가 국가로서 존립하고 주권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생존을 위한 생명창고를 지켜야 하고, 기본적인 먹거리에 대한 토대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그러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흉년이 들거나 팔 농산물이 없을 때의 상황을 예상하면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쌀을 지키지 못한 채 모두 외국에 내 줬을 때를 상상해 보자. 우리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그 사태를 추론해 볼 수 있다. 백만금을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 우스개 소리처럼 쌀이 없다면 빵으로 대체하면 되고, 빵으로 안되면 케이크로, 케이크로도 안되면 라면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빵이고 케이크, 라면은 하루 이틀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매일 끼니를 그런 별식 따위로 해결할 수는 없다. 오늘날 우리에게 쌀과 같은 주식은 그만큼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풍년으로 쌀이 남아돌고 이로인해 재고가 누적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반전되어 쌀 부족사태가 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수천 년 동안 익숙해져 있는 주식을 하루 아침에 빵이나 기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 어느 대학교수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워낙 어렸을 때의 굶주림에 한이 맺혀 외국인들이 즐겨먹는 스테이크나 버터가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서양 문화의 원류라 할만한 영국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스테이크와 버터를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4년이 지나고나자, 더 이상 스테이크와 같은 서양식은 신물이 날 지경이 되었고, 오히려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고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두고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예전 한참 유행하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야”
우리의 먹거리는 기본적으로 충분히 확보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주식이 모자라는 상황이 되어 소위 말하는 ‘안남미’라는 것을 먹는다고 상상해보면 그 곤혹스러움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뷔페에서 내놓은 안남미류로 된 밥을 먹어 본 사람들은 그것의 거부감을 더 실감나게 느꼈을 것이다. 쌀에는 자포니카와 인디카로 대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포니카를 재배하지만, 전 세계 생산량은 인디카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디카 쌀은 세계 전체 쌀 생산량 및 무역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태국, 베트남, 미국, 파키스탄, 인도 등이 인디카 쌀의 주요 수출국이며, 인도네시아, 브라질, 유럽연합(EU), 중동 국가 등이 수입하고 있다. 자포니카 쌀이 약 10%를 차지하는데, 호주, 중국, 미국, 이탈리아 등이 자포니카쌀의 주요 수출국이며, UR협상 이후 MMA수입으로 인해 일본, 한국 등이 수입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고 풍부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 소중함을 이야기해도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밥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면 그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예전 사람들의 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것은 없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소중한 경귀라 할만한 것이다.
윤봉길의사의 농민독본의 일부를 음미해보자.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모든 국민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반드시 깊이 인식하고, 국산 농산물 애용과 우리 농산물 바로 알기에 심혈을 기울여 실천하고 앞장서 나가야 한다. 농업, 농촌의 소중한 가치와 보배로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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