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넘어서
미국 중산층가정에서 태어난 에린 브로코비치의 이력은 특별했다. 난독증이 있었고 아이 셋을 키우며 두 번의 이혼 경력까지 지닌 여자였다. 몇 개의 숫자만으로도 파란만장(波瀾萬丈)한 그녀의 인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0, 6, 8, 2, 16으로 표시된다. 10은 막내 아이의 개월 수이다. 6은 둘째 딸의 나이이다. 8은 그녀 아들의 나이, 2는 그녀의 이혼 횟수이고 16은 통
장에 남아 있는 잔액이다. 그녀는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기에 세계 최대의 소송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위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는 한 그런 숭고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누구라도 에린 브로코비치보다 열악한 상황이나 조건보다 더한 환경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고 최
악의 조건이라 더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던 그녀는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재규어에 부딪혀 교통사고를 당한다. 깁스를 하고 소송까지 했지만, 상대편 변호사가 빚을 탕감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사고를 낸 듯한 의구심이 든다고 다그치자, 에린이 격하게 항의하며 대응하는 바람에 결국은 패소당하고 만다. 알거지가 된 상태로 그녀는 그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 에드를 찾아가 떼를 쓰다시피 해서 임시직사원으로취직하게된다.그리고 일을 하던 중 PG & E 사와 힝클리 라는소송, 즉 에너지 회사와 마을 주민 간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는 사건에 몰입하여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된다. 회사에서 고의적으로 중크롬이란 중금속 물질을 흘려보낸 사실을 알게 되고 결정적인 내부고발자 찰스 앰블리를 만나게 된다. 앰블리는 자기의 사촌이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일하다 죽게 되자 그들의 약점을 찾게 되었고,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내부 문서를 확보해 제보하게 되었다면서 그것을 내민다. 이로써 그녀는 결정적인 증거를 쥐게 되었다. 내부고발이란 요즘 한참 유행처럼 번졌었던 양심선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의 뜻은 ‘호루라기 부는 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 경종을 울려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걸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그것이 제도화되어 어느 정도 정착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2년도에 뉴욕 타임스의 일면을 장식할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세 여자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양심선언을 했던 사람이었다. 월드컴과 엔론의 회계부정을 만천하에 알린 월드컴의 감사 신시아 쿠퍼, 엔론사의 부사장 셰론 웻킨스, 그리고 FBI의 부정을 알린 콜린 로올리가 그들이다. 그녀는 소송에 관련된 일체를 위임하는 동의서에 마을 주민 634명의 서명을 단 사흘 만에 받아내고 사상 최대의 소송에 임하게 된다. 결국 에드 변호사와 함께 세기적인 소송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어졌고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주연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는 총제작비 5
천만 달러의 40%인 2천만 달러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졌다. 실제 주인공과 변호사는 식당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줄리아 로버츠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9번을 수상했고, 영화도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처음 주연에 섭외되었던 이는 샤론스톤이었는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쳐 그녀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진 한 아줌마의 끈질긴 집념으로 거대기업을 상대로 한 지상 최대의 소송에서 승리를 맛보는 감동과 보람이 있었다. 소송 금액은 3억 33백만 달러라고한다. 어찌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만큼 이나 승산없고 무모해 보일 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전문 변호사로서의 자격이나 경험,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세기적인 소송에서 거뜬히 이겨냈다는 어찌보면 정의의 부활을 보고 세상 살아가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이 정상적인윤리경영을 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에너지회사의 변호사로부터 적정한 선에서의 합의를 하자고 하는 협상을 제의받았을 때 에린이 하는 말을 먼저 들어 보자. ‘당신들의 척추와 자궁값에 최소한 100을 곱해서 오지 않는 이상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다.’ 참으로 당차고 굳건하게 정의를 지키면서 자존심을 세운 통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줄리아 로버츠는 배우로서 입지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최고의 몸값을 받는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오른손잡이를 연습하기 위해 6개월간을 훈련했다고 한다. 실제 에린은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전 남편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육비 등을 다 주었는데 주지 않은 것으로 호도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쁜 아버지로 각인되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기만 했던 그녀 생애 최대의 순간은 기적처럼 왔다. 결국 세계 최대의 소송에서 승리해서 고통받았던 힝클리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것이다. 어떤 주민은 유방절제술에 자궁적출술도 받아야 했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또한, PG & E사는 두 번 다시 환경오염을 위해 중크롬을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상을 밝고 맑게 그리고 건강하게 하는 것에 열악한 상황에 빠져 있던 절망 속에 있던 한 여인이 해낸 것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6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일 나가는 어머니를 위해 또한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어린 나이에 집안일을 도맡아야만 했다. 12살에는 어머니가 재혼하게 되어 그는 집을 나왔다. 페인트공, 보험과 타이어 회사 영업사원, 철도회사 직원, 유람선, 주유소 직원 등 수 많은 직장을 전전하며 온갖 궂은 일을 다했음에도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해야만했다. 그러던 중 아담한 식당 ‘샌더스 카페’를 차려 제대로 된 기반을 잡았
고 성공한 듯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고속도로가 그의 상점을 우회하도록 뚫리게 되면서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결국은 손님이 끊기고 폐업으로 알거지 신세가 되고 만다. 그에게 남은 것은 65세의 늙은 몸과 105달러의 연금, 그리고 조그만 자동차 한 대, 압력솥이 전부였다. 그는 아내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고 11가지의 치킨제조기술을 팔기 위해 길을 나섰던 것이었다. 절망하고 포기해야 할 그런 상황에서 대단한 집념을 갖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삶에 지쳐 있을 만한 나이의 노인이었음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불굴의 의지로 시작한 것이었다. 잠은 차에서 자고 세면과 식사는 휴게소 또는 공중화장
실에서 해결하면서 도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년이었고, 찾아다닌 식당만 해도 1008번이었다는 것이다. 1009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그의 제조법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오늘날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FC의 원조 1호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미 30여 년전에 불귀의 객이 되었다 . 그의 이름은 커넬 홀랜 샌더스라는 이의 거짓말 같은 실화다. 전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망을 갖추고 있고, 치킨점의 대명사로 탄생하기까지 전설처럼 회자하는 이야기이다. 미국작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투철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한 위대한 인간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누가 감히 그런 상황과 악조건하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고 하겠으며 그와 같은 실패와 좌절을 겪고도 일어설 수 있겠는 가.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도전과 성취라 할 만한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제약요소와 역경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과 확신에 승부를 걸었다.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으로 자신의 모든 약점을 극복해냈으며 신념을 관철할 수 있었다. 그의 성공 조언은 “어떤 일에도 완벽한 상태는 존재한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를 더 좋게 하려고 끊임없이 진력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 두 실화는 늙어서 혹은 돈이 없어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꿈은 이루어 진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인생은 여전히 끊임없는 도전과 성공의 기회를 주고 이 두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도 노력의 대가는 존재하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거뜬히 해낸 것이고 성취한 것이다. 조건과 상황과 여건을 핑계로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좋은 본보기다. 엄청난 열정과 용기로 절망을 넘어서 세상을 밝게 한 에린 브로코비치와 샌더스에게 열렬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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