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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엄동설한의 결혼식

by 자한형 202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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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결혼식

얼마전 휴일에 지인의 자녀결혼식이 있었다. 예식장소는 기억이 났는데 시간이 불투명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결혼식에 갈만한 이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다들 직접가지는 않고 축의금만 전달했다고 한다. 본인도 그렇게 할까 하다가 그래도 인정상 그래서는 않된다고 여기고는 참석을 했다. 그런데 이게 참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두어시간 전부터 이리저리 준비하고 정장을 입고 출발을 하고 보니 예식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렇게 혼사를 찾아다니는 것이 다반사로 벌어질 것으로 상상하니 아찔할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식장으로 갔다. 바로 지하철역 출구에서 지근거리에 식장이 있어 편리했다. 또한 예식전용 식장이어서 편리함도 있었다. 예식장까지 에스컬레이터가 되어 있어 번거롭게 엘리베이터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없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혼주에게 인사를 건네고 축의를 하고는 한쪽 편에 비켜 서 있었다. 다들 일찍 온 것 같았다. 조금 후에 예식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가 나왔다. 식장 내에는 원탁테이블로 10명씩 앉도록 되어 있었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각종 그릇과 식기등이 미리 준비되어져 있었다. 일행과 함께 좌정해서 느긋하게 예식의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보통의 예식과 다른 점은 주례가 따로 없다는 점이 특이했다. 사회자가 식을 주도했고 좌지우지했다. 아주 진행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성혼서약도 신부의 아버지가 낭독하고 감사인사 한말씀을 했다. 그다음은 신랑의 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식이었다. 식이 끝나고 약간의 즐거움을 주는 코너가 준비되어져 있었다. 신랑신부의 각자의 친구들을 불러내어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게 했다. 신부측은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말춤을 신랑친구들은 우리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게 했다. 익살스러움이 묻어났다. 음식은 서양식이었다. 술은 와인으로 준비되어져 있었다. 비용이 무척이나 많이 들듯하였다. 신부와 신랑이 어떻게 만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곧바로 풀렸다. 직장의 사내커플이라는 것이었고 3년의 교제기간이 있었다고 했다. 신부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키가 훤출했고 어머니를 닮아 미모도 남달랐다. 식사를 마치고 예식장을 빠져 나왔다. 호프에서 한잔을 하자고 권했으나 C부장은 차나 한잔 하자고 해서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핸드폰 속에 담겨져 있는 아들의 군생활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를 꼭 닮은 듯했다. 이번달 31일이면 훈련수료식이 있게 된다고 했다. 이제 올해로 마지막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어서 착찹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었다. 2년만 딱 더했으면 하는 바램을 표출하기도 했다. 퇴직후의 삶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은 전혀 없는 셈이었다. 6개월 차이로 입사해서 동고동락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퇴직할 때가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시간 반정도를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는 만큼 마음이 급했다. 큰 녀석은 이제 졸업반이라고 했다. 사오년은 더 있어야 혼사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했다. 가끔 한번씩 처가 동네를 다녀오기도 한다고 했다. 아들을 입영시켜놓고 울음을 보이지는 않았냐고 했더니 전혀 그런일은 없었다고 했다. 한창 추울 때여서 훈련하느라 고생이 많을 듯했다. 자대배치까지는 확정이 되었다고 했다. 임원급으로의 진급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2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하게 되는 감회가 남다를 듯했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여러 가지로 애환도 많았으리라 여겨졌다. 한때 승승장구하기도 했고 거침이 없을 것 같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종착역에 다 온 듯했다. 아우까지 농협에 밥을 먹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을 듯했다. 막판에는 자산운용사를 하나 알차게 차려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중간관리자로 승진하던 때에는 다른이들보다 훨씬 앞서나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남들에 대한 배려가 깊고 컸었는데 내년부터는 뵐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 듯했다. 마음이 통했고 뜻이 맞았던 선배였고 동지였었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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