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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엄동설한의 나들이

by 자한형 202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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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나들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옷깃을 여미고 귀와 코를 막아도 찬바람은 뼛속까지 파고 든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길을 나섰다. 아파트 중심부를 가로질로 샛문으로 나갔다. 신호등을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전광판에는 기다리는 버스의 번호가 나오고 2분이라는 문자메시지가 계속 점등되면서 지나간다. 버스에 승차하고 보니 여기저기 빈자리가 눈에 띈다. 얼른 한쪽으로 가 빈좌석에 앉는다. 차창밖으로 거리를 감상하면서 가다보니 금새 목적지에 닫는다.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몸을 최대한 움추린채 추위를 덜타볼려고 용을 쓴다. 아뿔사 목적지의 헌책방 앞에는 오늘은 쉽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져 있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집앞의 한구역앞 정류소에서 내렸다. 은행의 365코너에서 간단히 일을 보고는 서점으로 갔다. 골목길을 지나야 했는데 그곳은 응달이어서 빙판길이다. 살얼음 길을 걷듯이 살금살금 조심조심해서 걸었다. 웬일인지 서점은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얼마전 읽었던 책에 있었던 자조론이라는 것을 한번 찾아 보기로 했다. 영국의 작가 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이었다. 19세기말에 한창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라고 했다. 얼마전 읽었던 책은 지적으로 나이드는 법이라는 책이었다. 그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조론에 대한 것이 인상깊었다. 항상 의문으로 가졌던 것 중의 하나는 근대화초기의 동양3국의 정세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제대로 근대화로의 이행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속국화되는 아픔을 겪었는데 반하여 일본은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근대화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었고 비록 패망의 길로 빠졌지만 서양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으로 우뚝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의 정신적인 등대같은 역할을 한 것이 자조론과 학문의 권장이라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서였다는 것이다. 1870년대 쯤이었다고 한다. 자조론은 나카무라 마사나오라는 이에 의해 서국입지론으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자조론은 그렇게 시작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제대로 자신의 성실과 근면 인내로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한 이에게는 성공이라는 열매가 보장되어진다는 것이다. 로마시대부터 19세기까지의 인물들의 면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서 그 삶속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묘사해 놓은 것이었다. 나카무라 마사나오는 도쿠가와 막부시절에 영국에 유학을 하러갔다. 돌아올 때쯤이 되니 막부는 망해버리고 자신은 당초에 원했던바 이루고자 했던바 배워오고자 했던바를 다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책을 하나 주었다. 그것이 자조론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배속에서 그는 그것을 몇 번이고 숙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본에 와서 번역해 출판하였다고 한다. 근대화 초기에 지식인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일본국민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제시해준 것이었던 것이다. 그가 당초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까닭은 왜 그렇게 조그만 영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패자가 되어 있는가? 무엇이 영국을 해가지지않는 나라로 만들었는가를 탐구해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1868년부터 1905년까지 일본은 이 36년을 일본 최고의 부흥기라고 한다고 한다. 명치유신부터 러일전쟁까지의 기간이다. 약소국 일본이 세계의 최강이라는 러시아를 제압할 수 있을 만한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한 축에 자조론이 있었다. 우리는 겨우 홀로 자립하고자 했고 독립하고자 몸부림을 쳤었지만 제대로된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던데 반하여 옆 한나라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실천력을 바탕으로 36년만에 세계에 최강의 강국으로 우뚝섰었던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을 때 그들은 그 먼 영국에 까지 유학을 보내고 선진화를 도모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러일전쟁을 하기전에도 그들은 러시아에 미국에 프랑스에 그들의 군사학을 배워오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고 그들의 전략전술을 다 소화해서 자기들의 전략으로 바꿔놓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코자크 기병 그리고 러시아 무적함대를 무찌를 수 있을만한 병력을 만들었고 이루어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일본의 군대화에 일조를 한 자조론이 새롭게 느껴졌다. 자기 스스로 근면하게 일하고 인내하고 역경을 극복해 가는 과정 가운데 위인들이 탄생하고 위대한 발명품들이 탄생하게 되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제 일본에 버금갈만큼 성장하고 발전해 있는 상황이고 더 우위에 있는 부분도 나타나고 있을 정도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한때 일본도 미국을 추월할 정도까지 호황을 누렸던 때가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잃어버린 20년이라 할 만큼 길고 낮은 경제성장과 침체로 인해 곤역을 치루고 있다. 우리의 국운이 일본을 능가할 정도까지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더욱더한 노력과 각고의 열정이 필요로할지 모를 일이다. 그들이 패망후 돌아가면서 그렇게 얘기를 하기도 했단다. 꼭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는 우스개 얘기도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우리의 기업들을 보면 그런날도 올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알차고 제대로된 의식과 양식을 가지고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만큼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힘과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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