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이라는 일본 대하소설이 있다. 이것의 작가는 고미카와 준페이라고 하고 ‘95년에 작고했다. 이것을 읽은 지가 하도 오래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상당히 감동적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전체가 10권으로 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저명한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고등학교 선배가 이웃집에 살았었는데 그가 이것을 추천해 주었다. 그때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일본에 대해서 상당히 해박했었고 정통해 있었던 것으로 여겨졌다. 제일 먼저 대망 20권을 읽을 것을 권고 했었다. 대망은 일본의 막부시대를 연 도꾸가와 이예야스(德川家康)에 관한 얘기이다. 오랫동안 인질생활을 하며 인내와 덕의 힘을 키워온 이가 일본 천하를 쟁취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얘기가 전개되고 있다. 작가는 젊은 시절 가미가제에 지원을 했다고 한다. 몸이 약하다고 해서 거부되었단다. 그래서 그는 과연 전후 일본의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어떻게 그 삶의 의욕을 새롭게 불어넣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집필하게 된 것이 대망이라고 한다.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예야스로 이어지는 전국시대의 영웅과 무사들의 얘기가 치밀하고 세밀하게 묘사된다. 원고지로 3만매라고 했었다. 세 번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삼국지에 버금가는 것으로 치부된다. 대망은 그 후속작으로 후대망으로 12권이 더 나와 32권이 되었다. 독안룡에 관한 얘기, 무술사범에 관한 얘기 등이 다루어 진다. 다음으로 얘기해 준 것이 발군이었다. 전5권은 사카모도 료마에 관한 얘기이고 명치유신에 관한 것이었고 후5권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사네유끼와 요시후루의 형제가 포병과 해군을 이끌면서 일본의 근대화의 주축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얘기한 것이 대벌에 관해서였다. 그것은 일본의 현대의 선진국으로의 발전된 배경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벌은 26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6권은 야마자끼 도요꼬의 작품이었고 10권은 시로야마 사부로의 작품이었다. 첫째는 불모지대이며 이끼 다다시라는 전쟁포로가 나오는 것이다. 일본군 작전참모로 전쟁을 지휘했던 인물이 시베리아 유형을 11년간 살고와서 새롭게 일본사회에 적응해서 거대기업의 사장으로 변모해서 멋지게 성공하는 것을 그리고 있었다. 그속에는 유태인과 중국인 화교 그리고 일본의 사까이 상인 들이 무역전쟁 속에서 벌이는 정보전의 경쟁이 볼만 하였다. 제국주의의 총포에 의한 전쟁은 아니었지만 상사간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계획에 관해 조언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둘째는 화려한 일족으로 종합상사 재벌그룹의 영욕에 관한 것을 그린 것이었다. 가족들간의 갈등과 애정 등이 치밀하게 묘사되었다. 세째는 하얀거탑으로 의료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고의 외과의사가 성공하고 좌절하며 파멸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적이고 제대로의 의술을 펼치는 이와 권력과 출세의 발판으로 자신의 의술을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는 이의 비운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화 되어 호평을 받은바 있었다. 또하나는 일본 제철사업의 부흥에 관해 어떻게 그것이 설립되고 굴지의 기업으로 변화해 가는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로 빗대자면 포항제철의 성공담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얘기한 것이 인간의 조건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고발하면서 그속에서 어떤 인간의 조건을 추구해 갈 것인가를 던졌든 것이다. 이차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적이고자 했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인간의 삶의 기록이 펼쳐지고 있었다. 주인공은 가지라고 했고 같은 회사 타이피스트였던 연인 미찌고가 있었다. 군수공장에 취업해서 근무를 하던 가지는 비인간적이고 포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것에 분노하고 그것에 대항해서 나름대로의 권익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선다. 도망을 치다 잡혀온 포로는 시범적으로 사형에 처해지게 된다. 사형당하는 7인의 사형장면은 보던 가지는 3명이 일본도에 의해 목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그것에 항의하고 제지하다 영창에 갇히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징집되고 만다. 징집된 후에도 부하들의 인간적인 삶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그들을 옹호하다 화를 당하기도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패잔병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훔치다 얻어맞기도 하는 과정을 겪은 후 최후를 맞는다. 만두를 볼에 비비고 미찌고에게 먹일 것을 상상하며 미소짓는다. 그 어떤 것에도 굴복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휴머니스트는 그렇게 눈내리는 만주벌판에서 죽어간다. 실제 군수공장에서 근무했고 징집되어 군복무를 하고 158명이 참전한 전투에서 4명만 살아 돌아왔던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조건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군에서 전쟁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고 한다. “억지에 견딜 수 없으면 싸우든가, 달아나든가, 자살하든가이다. 그 중 어느 것도 택할 수 없으면 체념하고, 인간을 포기하고, 군대의 습성과 타협하는 것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또는 방관자로 변모하는 것을 자신의 의사로서가 아니라, 오직 시간에 맡기는 것이다. 황군 몇 백만의 실체는 시간에게 약탈당한 인간의 잔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영화화 되기도 했었다. 총 6부작으로 제작이 되었고 상영시간은 1, 2부 206분, 3, 4부 177분, 5, 6부 189분, 총 9시간 32분이다. 군군주의가 활개를 치고 제국주의가 세계를 주름잡던 때에 휴머니즘을 호소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고 인간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느껴보게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최불암이라는 이가 그렇게 감명을 받았다고 했고 추천했던 책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감명을 받았던 듯하다. 인간이 그렇게 선할 수 있고 그런 자신의 소신을 지켜갈 수 있었고 한줄기 빛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인간의 조건을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적인 부분은 그래도 한줄기의 빛과 같은 삶을 제대로 산 사람이 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예전 나폴레옹이 전쟁을 치르며 독일을 점렴하고 독일의 문호 괴테를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를 상상해 보면 참다운 인간의 본체를 느껴볼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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